금감원 역대 최연소 노조 집행부
유하림 노조 부위원장
[사진: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가만히 있으면 달라지는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금융감독원 노동조합 역사상 가장 젊은 집행부가 탄생했다. 이번 금감원 노조 부위원장으로 선출된 유하림 선임조사역은 역대 최연소인 1992년생이다. 노조 위원장으로 선출된 1987년생 김상우 선임 역시 최연소다.
김 선임과 유 선임은 지난달 22일 치러진 노조 위원장·부위원장 선거에서 1037표 중 92.2%인 956표를 얻었다.
다른 위원장·부위원장 후보인 박영섭 자문역(58)과 박성한 수석검사역(56)을 크게 제친 것이다. 직원들이 연륜보다는 패기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명 최초의 'MZ노조'로 출범한 이들은 지난 4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금감원 내부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금감원 직원 2400여명이 젊은 리더십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멋쩍게 웃으며 새 명함을 건넨 유하림 노조 새 부위원장은 12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행동하는 노조를 바라는 조합원들의 기대에 걸맞게 증명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유 선임은 노조 활동에 전혀 관심이 없던 직원이었다. 2018년 입사한 그는 은행리스크업무실과 저축은행검사국, 공보실, 총무국, 자산운용감독국 등을 거치며 다양한 업계를 경험했다. 하루하루 주어진 업무를 해내기 바빴고 열심히 일해 커리어(경력)를 쌓아야겠단 일념뿐이었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노조 활동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영역으로 여겨진다.
'노조'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커리어 관리에 부담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때문에 출마 사실을 주변에 알렸을 땐 "너가 나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의외라는 동기들의 반응이 많았다.
그가 노조 활동을 결심한 건 지난해 조직이 위기를 겪으면서다.
지난해 9월 당정이 금융감독 조직 개편을 예고하자 직원들은 검은 복장으로 출근길 시위에 나섰고, 노조 차원에서 사상 첫 총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이후 '공공기관 지정' 문제도 수개월간 변수로 남았다가 올해 들어서야 지정 유보로 정리됐다.
유 선임은 "직원들이 목소리를 낼 창구가 노조뿐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전임 노조가 직원들과의 소통을 게을리하고 개선에 적극 나서지 않아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는 사이 주변에서는 실력 있는 선후배들이 하나둘 떠났다. 유 선임은 '엑소더스'에 동참하기보다는 회사에 남는 쪽을 택했다. 불만만 갖고 있을 게 아니라 직접 바꿔보자는 마음으로 노조에 자진 출마했다.
당선 직후 수많은 동료들에게서 축하 문자 메시지가 쏟아졌다. 특히 대부분이 "조직이 실질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한다. 그는 "축하보다 기대와 요구가 더 많았다. 이왕 시작한 이상 결과로 보여드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설레면서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김 선임과 유 선임이 받아 든 과제는 명확하다. 젊은 직원들의 이탈을 막고 조직 만족도와 위상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처우 개선이 급선무다. 시중은행 대비 크게 밀리는 처우 탓에 은행권 등 민간으로 발을 돌리는 이들이 속속 늘고 있다.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에서 퇴직한 뒤 취업 심사를 통과한 직원은 50명에 달했다.
유 선임은 "같은 여의도 금융권에서 일하고 비슷한 시기 입사한 은행권 또래들과 비교하면 처우가 60~70% 수준에 그친다"며 "금융감독이라는 공적 역할에 느끼는 자부심은 누구보다 크지만, 통장에 찍히는 돈을 보면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은 특정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금융시장이 공정하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공공성이 강할수록 개인의 희생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도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퇴사하는 동료들을 보며 고민이 깊다"며 "처우 문제를 끌어올려야 이들을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해묵은 난제인 '취업제한 규정'도 다시 테이블 위로 올린다.
현행 규정은 금감원의 4급 이상 직원이 퇴직한 후 3년간 유관기관과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했다. 통상 입사 5년 차가 4급을 달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입사 5년 차인 30대가 재취업 제한 대상에 포함되는 셈이다. 낮은 연차에조차 엄격한 재취업 제한을 거는 건 과도하다는 내부 불만이 누적돼 왔다.
유 선임은 "금감원 직원들은 상당히 엄격한 취업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며 "민원이 가장 많은 지점인 만큼 최선을 다해 규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을 향한 메시지도 고민하고 있다. 금감원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국민에게 더 친숙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단 문제의식이다.
그는 "우리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하는 일들이 많지만, 막상 국민은 직접 체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금감원의 역할과 기능을 더 잘 설명하고 공감대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kshin@yna.co.kr
신민경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