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대박에 따라온 파생 손실…최고가격제 보전금 '증명 전쟁' 돌입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국내 정유 4사 CFO(최고재무책임자)들이 기록적인 영업이익 뒤에 숨겨진 재무적 구멍을 메우기 위해 분주해졌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편입한 파생상품이 유가와 정제마진의 급변동성 탓에 대규모 손실 트리거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 손실 보전액을 얼마나 정교하게 산출해내느냐가 재무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판가름할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은 자회사인 SK에너지의 파생상품 거래로 인해 지난 분기에만 1천952억원의 순손실(거래·평가 합산)이 발생했다. 이 중 177억원은 거래 손실로 이미 현금 유출이 확정됐다.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은 다음날 공개된다. 이로써 약 2천억원을 영업 외 손실로 분류해야 한다. 순이익을 갉아먹는 요소다.
에쓰오일[010950]은 올해 1분기 1조2천31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4년 만에 최대치다. 하지만, 영업 외 비용에서 531억원의 파생상품 관련 손실을 기록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AI 인포그래픽]
이러한 손실은 역설적으로 1분기 정제마진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발생했다. 마진 하락에 대비해 보험(헤지)을 들어둔 것이 곳간을 온전히 채우지 못하는 반작용을 일으켰다. 파생상품 손실은 본업의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한 비용 성격이 강하지만, 수천억원까지 규모가 불어나면 재무 라인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전쟁 장기화 속에서 우호적인 영업환경을 내실로 얼마나 많이 연결하느냐가 CFO 평가에 녹아들 예정이다.
여기에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손실 보전까지 기다리고 있어 CFO들의 진짜 실력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진단된다. 정부는 3개월간 시행된 최고가격제에 대한 첫 정산을 오는 6월에 본격 진행할 예정이다. 복잡한 정제·유통 과정에서 휘발유·경유·등유만의 손실을 기업 스스로 입증하고 회계적인 승인을 위원회로부터 얻어야 하는 부분이 핵심이다.
방주완 에쓰오일 CFO는 이번 1분기 실적에서 최고가격제 손실을 미리 장부에 반영하지 않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 추후 정부 보전금이 확정 유입되면 이를 추가 수익으로 잡는 시나리오를 택했다. 확정된 수익을 지키면서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추가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제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배기락 SK이노베이션 재무기획실장을 비롯한 우임경 GS칼텍스 기획·자금부문장, 박정서 HD현대오일뱅크 재무부문장의 결정을 알 수 있다.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저마다 상황은 다르다. 비상장사인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말 기준 4천68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며 차입금 상환과 신규 투자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GS칼텍스는 1조3천229억원의 현금을 확보해 정유 4사 중 상대적으로 넉넉한 유동성을 자랑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얼마나 정당한 보상을 받아내느냐가 정무적·재무적 돌파력을 보여준다"며 "결과에 따라 CFO들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재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jhlee2@yna.co.kr
이재헌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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