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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냐 악습이냐…'상왕' 금융지주 고문 얼마나 받길래

2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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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천만원씩 2~3년 이상 수십억 챙겨…고무줄 책정 논란

김정태 전 회장 지성규 전 행장, 윤종규 전 회장, 조용병 전 회장, 손태승 전 회장

[출처: 각사 및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박경은 기자 = 국세청의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대한 고강도 비정기 세무조사의 배경이 전직 회장 등에 대한 거액의 고문료 지급이 타깃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지주 고문제도에 대한 문제도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지주가 전관예우 차원에서 행해오던 고문·자문역 관행이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보다 '상왕' 노릇을 하며 억대의 고문료까지 받는 것이 지배구조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주마다 제각각 '비공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고문제도를 투명하게 재정립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지주 회장과 은행장은 물론 계열사 대표 등 최고경영자 및 임원이 퇴임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고문 또는 자문역이라는 이름으로 직을 맡기고 있다.

고문·자문료는 퇴임 직전 당시 기본급의 70~80% 수준으로 책정된다.

회사마다 계약 기간과 보수 수준에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대동소이하다. 연간 수억원의 고문료와 함께, 운전기사가 딸린 차량과 사무실 등 각종 의전이 플러스 알파(α)로 제공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과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은 고문 재직 당시 연 4억원가량을 수령했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2억7천400만원,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은 1억5천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은행장도 이에 못지않았다.

박성호 전 하나은행장의 고문료는 연 3억원, 허인 전 국민은행장은 약 4억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직 경영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조병규 전 우리은행장은 2억8천만원의 보수를 받고 있다.

사실 금융사의 고문 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주와 은행을 막론하고 전관예우라는 명목하에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문제는 이러한 고문 제도가 일종의 '성역'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진 않는다. '자문위원 운영 규정' 같은 회사 내규에 꽁꽁 숨겨 놓고 외부에 일절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종 공시는 물론, 지배구조 보고서에서도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재직 기간은 대개 2년 이상을 기본으로 하고, 재임 중 내부 규정을 바꿔 '셀프 연임' 근거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전임 CEO 입장에선 현직 못지않은 대우를 받으며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서 굳이 일찍 내려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퇴임 후 다른 회사에 갔다가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온 사례도 있다. 2022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마치고 바디프랜드 공동 대표이사로 이동했다 지난달 하나은행 자문역에 위촉된 지성규 전 하나은행장이 대표적이다.

업계 안팎에서 고문을 두고 '상왕(上王)'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은 이유다. 전직 CEO의 경영지식과 노하우 활용이라는 본래 고문 제도의 취지는 이미 오래전 퇴색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특히 코스피 상장사로서 주주가 있는 금융지주가 퇴직 임원에게 고액의 보수를 주는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매년 3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이사 보수 한도를 승인받지만, 고문료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역시 고문 제도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 하나금융·하나은행 정기검사에서 개선을 지도해온 데 이어,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 논의를 거쳐 향후 모범 관행에 포함하겠단 계획이다.

고문 계약이 최장 2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자문내역을 보다 구체적으로 기록해 고문료에 합당한 역할을 했는 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공시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퇴직금과 별개로 거액의 수당을 공로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행태도 금지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동우 신한금융 전 회장은 퇴임 후 3년 간 고문으로 있으면서 월 3천만원씩 받기로 했다가,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조치 이후 2년에 월 2천만원으로 각각 줄인바 있다.

당시 신한금융은 "선배 경영진으로서 후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것과 회사 업무를 꿰뚫고 있는데 경쟁사로 이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대기업들은 훨씬 많은 금액을 지급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2022년 퇴임하면서 퇴직금과 별개로 특별 공로금을 50억원 지급받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배구조 선진화 TF에서 고문 제도 관련 공시 의무 등을 모범 관행에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세부적인 내용은 조율 중으로 조만간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sjyoo@yna.co.kr

gepark@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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