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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부(富) 누구의 것인가…김용범 '국민배당금'이 던진 화두

2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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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꺼낸 이른바 '국민 배당금' 구상을 두고 정치권과 시장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생산성 혁명에 대한 문제 제기지만, 그 이면에는 기술 발전이 초래할 '불균형 심화'에 대한 강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김 실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AI 발전으로 발생하는 '초과이윤(excess profit)'의 일부를 국민 전체와 공유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던졌다.

초과이윤은 완전 경쟁 시장에서 얻는 '정상이윤(normal profit)'과 달리 특정 기업이 구조적 독과점으로 정상 범위를 넘어서는 이윤을 얻는 것을 일컫는다.

여기에는 지금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일부 반도체 기업에 집중되는 이익이 정상이윤이 아니라는 시각도 엿보인다.

더불어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며 발생하는 막대한 부가 소수 플랫폼과 자본 보유자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함께 담긴 것으로 읽힌다.

시장과 정책 당국의 관심도 이 지점에 쏠리고 있다. 단순한 복지 확대 논의라기보다 AI가 만들어낼 구조적 불균형에 대한 경고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AI 산업 성장의 과실이 미국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 중심으로 빠르게 집중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막대한 연산 자원과 데이터, 클라우드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이 사실상 시장 지배력을 독점하는 구조가 강화되는 추세였다.

반면 노동시장은 정반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았다.

AI 생산성 향상으로 기업 이익은 급증하지만, 사무·전문직을 포함한 광범위한 노동 대체가 현실화할 경우 임금과 고용은 오히려 압박받을 수 있어서다. 성장률은 높아지는데 노동소득 비중은 줄어드는 이른바 '불균형 성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에 김 실장의 문제의식은 AI 시대의 핵심 자산이 노동이 아니라 데이터·연산능력·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부의 집중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그 문제를 완화할 아이디어로 '국민 배당금'을 제시했다.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인 만큼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이재명 정부식 기본소득 담론의 '진화 버전'이라는 해석도 벌써부터 나온다.

과거 기본소득 논의가 성장 과실의 보편 분배와 소비 진작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이번 국민배당금 구상은 AI라는 기술 변화 자체를 분배 논리의 근거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결은 다르다.

즉 기존의 단순한 성장의 재분배 관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 'AI가 만든 초과 이윤을 사회 전체와 공유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논리가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 정치인 출신인 김 실장이 30년 넘게 정통 경제관료로 일했다는 점 역시 '국민 배당금'을 향한 관심을 더 부추기는 지점이기도 하다.

정책의 현실화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청와대 핵심 경제라인이 AI 시대의 불균형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기엔 충분해서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 외국인 중심의 매도세가 속출한 것을 그의 발언과 연결짓는 해석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8천피'를 목전에 두고 연일 급등세를 이어온 시장의 누적된 피로와 차익실현 성격의 매도세가 '오비이락'처럼 김 실장의 발언과 연결지어졌다.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처럼 재계에서도 벌써부터 민감한 반응이 감지된다.

AI 산업은 막대한 선행 투자와 고위험 연구개발(R&D)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만큼 정부가 초과 이윤 환수 논리를 본격화할 경우 혁신 유인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한국은 미국처럼 글로벌 플랫폼 패권을 가진 기업이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자칫 국내 기업에만 규제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은 철학적 문제 제기 수준이지만 시장은 정책 방향 신호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AI 산업 육성과 분배 논리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논쟁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당국 안팎에서는 AI 시대의 불균형 문제가 기존 복지 체계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향후 논의는 단순한 현금 지급보다 공공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 수익 공유나 데이터 활용 이익 배분, 국부펀드형 구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결국 핵심은 AI 혁신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기술 발전의 과실이 특정 기업과 자본에만 집중되는 현상을 어떻게 완화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국민 배당금이 던져준 화두는 AI 시대 새로운 사회계약 논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브리핑하는 김용범 정책실장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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