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거시지표 개선 여부보다 산업별 비대칭 점검해야"
[출처 : KIEP]
(세종=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전망과 같은 3.0%로 유지했다.
다만, 성장률 전망치가 유지됐다고 해서 세계경제가 중동발 충격에도 견조한 흐름을 보인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 세계경제 3.0% 성장
KIEP는 12일 발표한 '2026년 세계경제 전망(업데이트)'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가 지난해보다 0.4%포인트(p) 낮은 3.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팬데믹 이전 10년(2010~2019년) 평균 성장률인 3.7%를 밑도는 수준으로, 글로벌 저성장 흐름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KIEP의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3.1%보다는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9%보다는 높다.
선진국 가운데 미국은 전쟁에 따른 에너지 비용 부담과 관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 대비 0.4%p 상향 조정된 수치다.
반면 유로존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제조업 경쟁 심화 영향으로 0.9%, 일본은 교역조건 악화와 대외 수요 둔화로 0.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신흥국인 중국은 부동산 부진에도 AI·로봇 등 전략산업 투자 확대와 적극적 재정정책에 힘입어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종전 전망 대비 0.3% 상향 조정된 수치다.
인도는 인프라 투자와 수출 다변화에 힘입어 6.4%의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고, 아세안(ASEAN) 5개국 성장률은 4.8%로 제시됐다.
이시욱 KIEP 원장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이 수치들이 결코 중동발 충격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견조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실적치가 종전 예상보다 양호했던 측면이 반영된 결과로, 향후 성장 모멘텀과 펀더멘탈은 연초 이후 악화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경제가 예상보다 선전하면서 세계경제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내년 세계경제는 올해보다 0.1%p 높은 3.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출처 : KIEP]
◇'중첩된 충격, 좁혀진 활로'
KIEP는 올해 세계경제의 키워드로 '중첩된 충격, 좁혀진 활로'를 제시했다.
이 원장은 "'중첩된 충격'은 세계경제가 직면한 충격이 더 이상 단일 사건으로 머무르지 않고 에너지, 통상, 재정이라는 세 축이 서로를 증폭시키는 연쇄 구조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재점화로 이어지고, 이는 통화정책의 긴축적 운영을 장기화하면서 재정 여력을 추가로 잠식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좁아진 활로'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정책 운신의 폭과 민간의 대응 여지가 동시에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KIEP는 최대 위험요인으로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고착을 지목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12개월간 유지될 경우 세계경제 성장률이 기준 전망 대비 0.5~1.0%p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유가가 배럴당 175달러까지 치솟는 격화 시나리오에서는 세계 성장률 하락 폭이 최대 2.5%p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IEP는 "유가 100달러 수준이 12개월간 이어질 경우 단발성 충격이 아닌 누적 공급 제약으로 전환돼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통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교역 둔화와 투자 위축을 넘어 공급망 재편 비용 확대와 세계경제의 분절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세계경제의 회복력을 약화하는 구조적 하방 요인"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국채시장 불안이 확대될 경우 장기금리 상승과 금융 여건 긴축을 통해 세계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타났다.
KIEP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전문가 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3%는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공급망 재편 고착화'를 가장 큰 하방 리스크로 꼽았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재확산에 따른 고금리 기조 장기화,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 등도 주요 하방 요인으로 거론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 국제유가(WTI)가 배럴당 90~100달러 수준에 형성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했으며,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쟁 영향으로 전년 대비 0.2~0.3%p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KIEP는 세계경제의 상방요인으로는 중동 분쟁의 조기 진정과 AI 도입과 생산성 향상, 빠른 통상 갈등 해소 등을 꼽았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韓정부, 산업별 비대칭 점검해야"
KIEP는 '세계경제 전망'에서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이 원장은 한국 경제에 대해 "에너지 및 핵심 원자재의 대외의존도가 높아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수입 비용 상승 압력에 노출되어 있다"면서도 "동시에 글로벌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급등으로 우리 수출 가격과 교역 조건이 의미 있게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는 거시총량지표의 개선 여부보다 반도체 및 AI 관련 수출 호조가 전체 지표를 견인하는 가운데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부분이 받는 압박, 즉 산업·부문 간의 비대칭을 면밀히 점검하는 일"이라고 제언했다.
통상 불확실성과 AI 사이클의 양면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상하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통상 불확실성은 관세율 자체보다 정책 경로의 예측 가능성 저하가 더 큰 문제"라며 "한국 기업은 단기 관세 수준뿐만 아니라 정책 변동성 자체에 대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현재 한국의 핵심 성장 동력이지만, 동시에 구조적 취약성의 원천이기도 하다"며 "AI 투자의 기여도는 2025년 정점 이후 점진적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jhpark6@yna.co.kr
박준형
jhpark6@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