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삼성전자 노사 막판협상 '빈손' 종료…총파업 수순 밟나

26.05.13.
읽는시간 0

OPI 제도화 놓고 끝내 평행선…21일 총파업 전 긴장 고조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총파업을 앞두고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와 제도화 여부를 둘러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오는 21일 예고된 총파업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전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회의에서 성과급 개편안을 놓고 협상을 이어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은 이날 새벽 "사후조정은 조합에서 결렬을 선언했다"라며 "조정안은 오히려 퇴보한 안건이었다"라고 말했다.

핵심 쟁점에 대한 접점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협상은 17시간 가까이 이어진 협상에도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다.

이번 조정 결렬로 노조는 예정대로 총파업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파업 예고일까지 추가 접촉이나 중노위 후속 조정, 사측이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 등은 변수로 남아 있다.

삼전 노조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15% 아니어도 제도화가 우선"…노조, 본질은 유지

앞서 노조는 영업이익 15%라는 기존 요구를 일부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영업이익 15%가 불가능하다면 1~2%포인트 낮더라도 OPI·주식보상제도를 확대해 성과급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이는 노조가 숫자 자체보다 성과급 산정 방식의 명문화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보여줬다. 일회성 특별보상이나 재량적 지급이 아니라 영업이익과 연동된 성과 공유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반면 사측은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은 "조정안은 성과급 투명화가 아닌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의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와 연봉 50% 상한도 그대로 유지한다고 돼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매출 및 영업이익 국내 1위를 달성할 경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만 특별 보상으로 OPI 초과분에 대해 영업이익 12%를 적용하겠다고 제시했으며, OPI 주식보상제도는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협상 결렬의 본질은 금액이 아니라 '제도화' 여부였다. 노조는 보상의 예측 가능성과 지속성을 요구했고, 사측은 성과급의 고정비화와 경영 유연성 훼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주주행동 실천본부 기자회견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협상 실패, 노사 문제 넘어 공급망 변수로

합의 불발의 파장은 사업장 안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은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이다.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안정성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반도체 생산은 24시간 연속 공정으로 운영되는 만큼 인력 운용 차질이 길어질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AI 투자 확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 HBM 수요 증가가 맞물린 상황에서 생산 차질 우려는 고객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민감한 변수다.

시장에서도 파업 리스크를 단순한 노무 이슈로만 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파업 현실화 시 피해액이 수십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고, JP모건은 인건비 증가와 생산 손실 등을 감안할 경우 피해 규모가 최대 43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소재·부품·장비 협력사와 후공정, 테스트, 물류, 설비 유지보수 관계사에도 연쇄 부담이 번질 수 있다. 삼성전자 생산 일정이 흔들릴 경우 협력사 납품·대응 일정도 함께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파업은 협력 소부장업체들에게도 상당한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다"라며 "모두가 이번 사태를 주시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 설치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천막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향후 일정은…법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판단 주목

사후조정이 불발됐다고 모든 가능성이 닫힌 것은 아니다. 파업 예고일까지 노사 간 추가 접촉이나 중노위 후속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사후조정은 법정 기간 제한이 없어 노사 합의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노위는 후속 논의는 없지만, 양측이 합의해 추가 사후조정을 요청할 경우 이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장은 13일 예정된 법원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심문이 총파업 전 핵심 변수다. 수원지법은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2차 심문을 진행한 뒤 파업 예정일 전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사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노조의 파업 방식이나 범위가 제한되며 총파업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 반대로 가처분이 기각되면 노조는 법적 부담을 덜고 예정된 파업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진다.

노조에 따르면 총파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만 4만1천명이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국민 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다. 발동 시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노위 조정·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앞선 2024년 사례도 부담이다. 당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중노위 사후조정 회의를 세 차례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7월 8일부터 창사 첫 총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은 25일 만에 업무 복귀로 일단락됐지만, 2023·2024년 임금협약 잠정 합의는 같은 해 11월 14일에야 도출됐다.

올해는 당시보다 파장이 더 클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2024년 당시보다 AI 투자 확대로 HBM과 범용 D램의 전략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매출 규모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 만큼,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고객사 납기와 글로벌 메모리 수급, 주가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2년 전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윤영숙

윤영숙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