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건축 설계사에서 증권사 직행한 '여의도 이단아'
시공·신탁·시행·공인중개사 출신이 컨설팅…한 번 일해보면 또 찾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빙하기를 맞은 가운데서도 유독 문전성시를 이루는 부서가 있다. 2022년부터 지금까지 100여 건의 PF 딜을 단 한 건의 사고(우발채무, 기한이익상실 등) 없이 클로징한 곳. 100전 무패의 비결을 묻자 "컨설팅 능력과 빠른 판단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건축 설계사에서 증권맨으로 변신해 한양증권의 '공공기관 매입약정 PF 1인자'로 자리매김한 손진현 구조화투자2부장의 이야기다.
국내 최상위권 건축설계사인 해안건축에서 10년간 도면을 그리고 기획 영업을 하던 그는 곧장 증권사로 전직한 여의도의 '이단아'다. 2021년 말 과장으로 입사해 불과 3년여 만에 부장(부서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손진현 부장은 최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사업장을 검토하며 쌓인 모수(데이터)가 있다 보니 사업성 판단이 굉장히 빠르다"며 "여기에 토지 매입부터 인허가, 대관 업무, 시공사 선정까지 도와줄 수 있다보니 한 번 같이 일해보면 단골이 된다"고 말했다.
[손진현 한양증권 구조화투자2부장]
◇"수수료만 받고 땡? 끝까지 책임진다"…'공공 매입약정' 집중
손 부장의 주력 무기는 '공공 매입약정 사업'이다. 민간 사업자가 건물을 지으면 LH 등 공공기관이 이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제도다.
그가 입사한 2021년 말, 여의도 자금 대다수는 지식산업센터와 물류센터 등 '고위험 고수익' 사업으로 쏠려 있었다. 하지만 건축가의 눈으로 본 시장은 달랐다.
손 부장은 "일반 분양 PF는 주관사가 수수료만 챙기고 빠질 수도 있겠지만, 사업이 분양에 실패하면 도의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반면 매입약정은 준공만 해내면 LH가 정해진 가격에 사 가기 때문에 대출금 상환이 보장되는 안전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당시 해당 사업은 상대적으로 '로우 리턴'으로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손 부장은 작은 사업장부터 차곡차곡 트랙 레코드를 쌓았다.
이렇게 쌓인 100전 무패의 신뢰는 두꺼운 단골층으로 이어졌다.
공공 매입약정 사업을 손에 익힌 시행사·시공사 풀(pool)이 좁은 만큼, 한 번 손 부장과 손발을 맞춰본 사업자는 다음 딜도 한양증권으로 들고 온다. 이들의 입소문이 새 단골을 또 끌어오는 선순환까지 더해진다. 올해만 벌써 7~8건의 PF를 성사시키며 얼어붙은 시장 속에서도 위상을 굳히고 있다.
◇지주 설득부터 대관·시공사 매칭까지…비용 아껴주는 '턴키' 어벤져스
단골이 끊이지 않는 비결은 독특한 인적 구성에 기반한 현장 밀착형 종합 컨설팅에 있다.
손 부장 본인이 건축사 출신인 데다, 팀원들 역시 시공사·신탁사·시행사·공인중개사 출신들로 꾸려진 이른바 '어벤져스'다.
이들은 개발 사업의 첫 단추이자 가장 험난한 관문인 '땅 작업(토지 매입)'부터 구원투수로 나선다. 평생 일군 비싼 땅을 파는 지주 입장에서는 매입 대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시행사를 믿어도 될지 불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업장에서는 PF 대주단 심사까지 마쳤는데, 막판에 불안감을 느낀 지주가 땅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손 부장은 "시행사와 함께 직접 지방에 계신 지주를 찾아가 금융 조달 구조가 얼마나 튼튼한지 투명하게 브리핑했다"고 말했다. 굳게 닫혔던 지주의 마음이 열렸고 해당 사업장은 무사히 궤도에 올라 이달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컨설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세한 시행사들이 가장 버거워하는 인허가 및 LH와의 업무도 돕는다.
시공·신탁사 출신 인력들은 LH 자금 조달에 필수적인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등 복잡한 금융 구조를 매끄럽게 설계한다. 공인중개사 출신 인력은 사업 수지표를 꼼꼼히 검토해 수수료 등 불필요한 비용 누수를 차단한다.
나아가 대형 1군 건설사가 들어오기 힘든 사업장 특성을 고려해, 재무가 탄탄하면서도 공공 매입약정 구조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는 우량 2·3군 시공사를 시행사에 매칭하는 역할도 돕는다.
손 부장은 "보통은 사업성 평가나 신탁사 발주 등 외부 용역으로 수많은 비용이 새어 나가지만, 팀 내에서 이 모든 컨설팅을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덕분에 수익성이 안 나오는 사업장도 흑자 구조로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지도에 100개 별표…클로징 이후에도 챙기는 현장
손 부장의 시선은 다음 사업장으로 향한다. 공공 매입약정뿐만 아니라 재개발·재건축 등 안정성이 검증된 PF로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부산·제주·전라도까지 흩어진 사업장을 기차와 운전대를 번갈아 잡으며 직접 둘러보는 발품도 여전하다.
손 부장의 휴대전화 속 네이버 지도에는 그가 주관한 100여 개 사업장이 별표로 빼곡하다. 출장길에 별표 근처를 지날 때면 어김없이 차를 세운다. 예고 없이 찾아가도 시행사와 시공사는 반긴다.
"끝까지 신경 써주고 있구나"하는 신뢰가 다음 단골 거래로 이어진다. 그렇게 100전 무패의 별표는 하나씩 늘어간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