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호황→역대급 초과세수→사전 설계된 원칙 필요" vs "시장, '횡재세' 도입 가능성으로 해석"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꺼낸 '국민 배당금(가칭)'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금융시장과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일면 포퓰리즘적으로 느껴지는 '국민 배당금'의 출발점이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으로 늘어난 초과세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 있음을 고려하면, 국가의 재정 정책에 정치적 프레임이 과도하게 씌워진 게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13일 청와대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초과세수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내달 발표할 하반기 경제성장 전략 수립과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는 별도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정확한 세수 진단 시스템의 변화와 활용법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는 김용범 정책실장을 비롯해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하준경 경제수석 등이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내부에서는 국내 산업 구조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기존 재정 시스템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제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2027년까지의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이어진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는 물론 고소득 반도체 인력의 소득세, 증권거래세, 무역흑자 확대에 따른 간접 효과까지 더해지며 역대급 초과세수가 쌓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칭으로 이름 붙여진 '국민 배당금' 역시 이러한 초과세수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아이디어의 일환으로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차원이 다른 나라: AI 시대 한국의 장기 전략'이라는 글에서 "2021~2022년 반도체 호황기의 초과세수는 사전에 설계된 원칙 없이 그때그때 소진됐다"며 과거 재정 운용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사이클 규모는 그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클 가능성이 있다"며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흘려보내는 것은 천재일우의 역사적 기회를 허비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 것이 역대급 초과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당 고민해야 할 설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결국 김 실장이 언급한 '국민 배당금'은 기업에 대한 새로운 과세라기보다 초과세수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의 현금 지급을 전제로 한 정책이라기보다는 AI 시대 경제 구조 변화에 대응한 재정 활용 방향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제시된 문제 제기 성격이 강한 셈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 같은 맥락보다 '이익 환수'라는 키워드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일 '8천피' 돌파를 눈앞에 뒀던 코스피는 장중 7,999선에서 밀리며 급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도 일제히 흔들렸다.
최근 이어진 외국인 매도세와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 옵션 만기 등 시장에 내재한 변수들이 적지 않았음에도 '국민 배당금'이라는 단어가 투자심리를 압도했다는 평가다.
외신 역시 '국민 배당금'이라는 표현에 주목하며 이를 비중 있게 다뤘다. 투자자들이 해당 발언을 사실상의 초과이익환수제, 이른바 횡재세 도입 가능성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간 정치권에서도 유사한 논쟁은 반복돼왔다. 정책과 외부 환경 변화로 발생한 이익을 누구의 몫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은 부동산 시장에서는 개발이익환수제로, 은행권에서는 횡재세 논의로 이어지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논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히며 시장의 경계심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민 배당금'이라는 명칭이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김 실장이 강조한 본래 문제의식이 흐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글의 핵심은 '대한민국이 차원이 다른 경제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진단과, 그 과정에서 발생할 초과세수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있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전일 김 실장의 발언이 공식적으로 논의된 사안이 아닌 개인 의견이라는 점을 강조했음에도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시장과 정책 간 인식 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국민 배당금이란 단어가 주는 정치적 맥락에 대한 오독을 둘러싼 논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정우 국정상황실장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6.2.5 superdoo82@yna.co.kr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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