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사업 무게중심, 하드웨어서 운영 플랫폼으로 이동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로봇 하드웨어 자체보다 로봇을 서비스와 현장 시스템에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로봇을 직접 만드는 경쟁보다 로봇을 실제 현장에 배치하고, 여러 기종을 통합 운영하며, 서비스와 인프라에 연결하는 역량이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LG CNS, 네이버랩스는 모두 로봇 플랫폼을 앞세우고 있지만 겨냥하는 시장은 다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배송과 주차 등 생활형 서비스에, LG CNS는 제조·물류 현장에, 네이버랩스는 빌딩과 공간 인프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로봇 산업의 경쟁축이 '누가 로봇을 잘 만드느냐'에서 '누가 로봇을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굴리느냐'로 이동하면서 플랫폼 경쟁도 한층 가열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카카오는 배송·주차…로봇을 서비스로 연결
카카오모빌리티는 로봇을 배송과 주차 등 생활형 서비스의 연장선에서 보고 있다.
대표 서비스는 로봇 배송 서비스 '브링(BRING)'이다. 브링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로봇 오픈 API 플랫폼 '브링온(BRING-ON)'을 여러 기종의 배송 로봇과 결합한 상품이다. 식음료 배달, 사무실 우편 배송, 호텔 컨시어지 서비스 등 현장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운영하는 구조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강점은 로봇 제조가 아니라 서비스 운영이다. 카카오T를 통해 축적한 호출, 배차, 경로 최적화, 이용자 인터페이스 운영 경험을 호텔과 오피스, 병원, 주거시설 등의 실내 배송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실외 배송으로도 범위를 넓히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실외 배송 로봇 라인업을 보유한 로보티즈와 협력해 브링 서비스를 실외로 확장하고, 음식 배달과 우편 배송 외에 근거리 상가 배송 등 새로운 배송 시나리오를 검증하고 있다.
로봇 플랫폼 적용 범위는 배송에만 머물지 않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충북콘텐츠기업지원센터에서 로봇 발레 주차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용객이 차량을 지정 구역에 세우면 주차로봇 '파키(Parkie)'가 차량을 들어 올려 주차구역으로 옮기고, 출차 때는 카카오톡 알림 링크를 통해 차량을 다시 호출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구상하는 로봇 플랫폼의 핵심은 로봇 자체보다 서비스를 실행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에 있다.
사용자의 주문이나 호출을 로봇이 수행 가능한 최소 작업 단위인 태스크(Task)로 쪼개고, 이를 적절한 로봇에 배분한 뒤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다른 로봇으로 재배정하는 구조다. 이는 서비스 요청, 로봇 배정, 경로 제어, 장애 대응, 엘리베이터 등 건물 인프라 연동을 하나로 묶는 운영 체계에 가깝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통해 배송 로봇뿐 아니라 청소, 안내, 물류 등 다양한 자율주행 에이전트가 같은 플랫폼 안에서 움직이는 구조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LG CNS는 공장…'피지컬웍스'로 제조·물류 현장 겨냥
LG CNS[064400]는 제조·물류 현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LG CNS가 최근 공개한 로봇 전환(RX) 플랫폼은 '피지컬웍스(PhysicalWorks)'다. 로봇 데이터 수집, 학습, 검증, 현장 적용, 운영, 관제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피지컬웍스는 로봇을 학습시키고 현장 투입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피지컬웍스 포지(Forge)'와 서로 다른 제조사의 로봇을 통합 운영하는 '피지컬웍스 바통(Baton)'으로 구성된다.
포지는 실제 현장과 업무를 3차원 가상 환경으로 구현하고, AI가 로봇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선별·가공해 로봇을 현장에 맞게 학습시키는 역할을 한다. 산업용 로봇의 현장 투입 기간을 기존 수개월에서 1~2개월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바통은 이기종 로봇 통합 운영 플랫폼이다. 자율주행로봇(AMR), 무인운반로봇(AGV), 이족·사족 보행 로봇 등 형태와 제조사가 다른 로봇에 작업을 배분하고 이동 경로를 조정한다. 에이전틱 AI를 활용해 설비 고장이나 작업 지연 등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업무 흐름을 재구성하는 기능도 포함된다.
현재 피지컬웍스 포지는 20곳 이상의 고객사와 개념검증(PoC)을 진행 중이며, 바통은 부산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에서 순찰, 바리스타, 짐캐리, 청소 로봇 통합 관제에 활용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네이버는 빌딩…1784에서 공간 자체를 플랫폼화
네이버랩스는 빌딩과 공간을 로봇 플랫폼의 핵심으로 본다.
대표 사례는 네이버 제2사옥 '1784'다. 네이버[035420]는 1784 건물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 로봇 운영, 인프라 제어, 시뮬레이션, 클라우드 기반 운영 등을 실험해왔다.
1784에서 운용되는 서비스 로봇 '루키'는 음료나 서류를 나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여러 층을 오가며 엘리베이터와 출입문 등 건물 인프라와 연동하고, 여러 대의 로봇에 임무를 배정해 충돌 없이 동선을 짜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이 같은 운영의 기반에는 네이버랩스의 디지털 트윈 솔루션 '어라이크(ALIKE)'가 있다. 네이버는 1784 건물 전체를 디지털 트윈화해 관련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로봇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제어한다.
네이버랩스의 구상은 로봇 개별 기기에 모든 연산 기능을 넣기보다 클라우드가 여러 로봇을 동시에 제어하고 건물 인프라와 연동하는 방식이다. 로봇 클라우드 '아크(ARC·AI Robot Cloud)'는 로봇의 두뇌를 클라우드에 올리는 개념이다.
네이버의 로봇 플랫폼은 공장보다 오피스, 병원, 호텔, 대형 상업시설 등 빌딩 단위 서비스 공간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로봇 한 대의 성능보다 로봇이 움직이는 공간 전체를 플랫폼화하는 전략에 가깝다.
[촬영: 윤영숙 기자]
◇ 사업 기반 따라 차별화…실증 넘어 상용 모델 관건
세 회사의 차이는 기존 사업 기반에서 갈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동·배송·주차 서비스 운영 경험을 로봇 서비스로 넓히고, LG CNS는 기업 시스템과 제조·물류 IT 역량을 산업 현장에 접목하고 있다. 네이버랩스는 클라우드와 디지털트윈 기술을 빌딩 공간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공통점은 로봇 하드웨어 자체보다 로봇을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소프트웨어와 운영 체계에 무게를 둔다는 점이다. 로봇 도입이 늘어나도 현장에서는 데이터 부족, 기종 간 호환성, 시설 연동, 안전 문제, 운영 비용 등이 여전히 걸림돌로 꼽힌다. 로봇 플랫폼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중간 인프라 역할을 한다.
관건은 실증을 넘어 반복 가능한 상용 모델을 만들 수 있느냐다. 공장마다 공정이 다르고, 빌딩마다 구조가 다르며, 배송 서비스도 시설별 운영 방식이 다르다.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하려면 이러한 차이를 흡수할 수 있는 표준화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구조가 필요하다.
결국 국내 로봇 플랫폼 경쟁은 하나의 시장을 놓고 같은 방식으로 맞붙는 구도가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배송과 주차, LG CNS는 공장과 물류센터, 네이버랩스는 빌딩과 공간 인프라라는 각자의 전장을 택했다.
다만 방향은 같다. 로봇 산업의 무게중심은 하드웨어에서 학습 데이터, 공간 인프라, 통합 관제, 서비스 운영으로 이동하고 있다. 피지컬 AI 시대 로봇 경쟁의 성패도 로봇을 얼마나 잘 만드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현장에 안착시키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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