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대상이 되는 물가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2.6%로 3월의 2.2%보다 0.4%p 높아졌다. 석유류 가격은 21.9% 뛰어 전체 물가를 0.84%p 끌어올렸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는 2.2%로 2% 초반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헤드라인 물가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물가 흐름이 일시적이라면 중앙은행은 통상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통화정책 파급의 시차 때문이다. 그러나 그 흐름이 장기화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에너지 가격의 지속적 상승은 운송비, 공공요금, 개인서비스 가격으로 파급될 수 있다. 석유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 제품과 일부 공산품도 가격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일시적인 공급 충격이 점차 비용 전가와 기대의 문제로 바뀌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4월 중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전월보다 0.2%p 상승했다. 지난해 6월 저점과 비교하면 0.5%p 높아졌다. 3년 기대인플레이션은 전월 수준을 유지했지만, 5년 기대인플레이션은 소폭 상승했다. 물가 상승 기대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은 중앙은행을 긴장시킨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말 2.50%로 낮아진 이후 유지되고 있다. 명목 기준금리가 그대로라도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면 실질 정책금리는 그만큼 낮아진다. 물론 장기 기대인플레이션과 근원물가가 아직 안정 범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기적 추세가 변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최근과 같은 빠른 물가 상승 기대가 지속될 경우 현 기준금리가 실질 기준으로 중립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한다.
지난 1분기 실질 GDP는 전기대비 1.7%로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뜯어보면 높은 성장률이 곧바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4분기 역성장의 기저효과가 작용한 데다, 성장이 수출과 관련 설비투자 등 주로 대외부문 수요에 의해 주도되었기 때문이다. 내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전기대비 0.5% 증가에 그쳤다. 건설투자는 전기대비로는 반등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부진했다.
그러나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IT 부문의 성장 모멘텀이 예상보다 크고 장기화할 가능성이다. IT 수출과 관련 설비투자가 과거와 같은 단기 변동을 넘어 중기적 구조변화를 수반하고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관련 주식가격의 높은 상승세에도 반영되고 있다. 국내 주식투자의 기대수익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과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주가 상승의 효과이다. 그간 큰 폭으로 오른 점을 고려하면 주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은퇴를 전후한 베이비부머의 저축성향도 큰 점을 고려하면 소비 파급이 제한적으로 나타나면서 주식 상승 효과가 소비보다 주택시장을 통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최근 한국은행 이슈노트는 우리나라 가계의 주식 자산효과가 주요 선진국보다 작게 나타났으며, 주식 자본이득이 소비보다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였다. 해당 분석에 따르면 주가 상승 이후 1년의 시차를 두고 부동산 순 매입이 늘어나는 경향이 관찰된다. 무주택 가계의 경우 주식 자본이득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아직은 전면적인 과열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통화정책은 사전적 대응이 중요하다. 주택가격 기대가 한번 상승 쪽으로 기울면 실제 거래, 대출, 전세시장, 가계부채를 통해 자기 강화적 흐름을 만들 수 있다. 주택가격 전망 CSI는 2월과 3월에 하락하다가 4월에 다시 100 이상으로 높아졌다. 중앙은행은 이러한 흐름을 금융감독이나 부동산정책의 영역으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
지금 통화정책의 우선 과제는 물가안정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둔감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기대인플레이션과 자산 가격 기대는 더 쉽게 자극될 수 있다. 특히 유가, 환율, 주가, 주택가격이 동시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시기에는 정책금리 자체보다 중앙은행의 반응함수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한은은 시장에 분명한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 유가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는지 면밀히 보고 있다는 점, 근원물가가 목표 수준에서 벗어날 우려가 커질 경우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자제되어 왔지만, 주가와 주택가격 상승이 물가와 금융안정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보다 적극적으로 표명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경제에 닥친 유가와 IT 부문의 서로 다른 성격의 이중적 충격은 한국은행을 다시금 시험대에 오르게 하고 있다. 유가는 물가 기대를 자극하고, IT 부문의 호조는 성장과 자산 가격 기대를 높이고 있다. 두 충격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통화정책의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한은이 흩어져 있는 역량을 한데 모아 2021년과 같은 선제적인 상황 판단과 대응 능력을 보여 주길 바란다. 이제 시장은 한국은행의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이승헌 숭실대 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
장순환
shjang@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