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무디스]
"코인 자체보다 발행사가 상환 약속 지킬 수 있느냐가 본질"
"디지털 금융은 아직 진화중…평가 방법도 끊임없이 가다듬을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스테이블코인은 화폐가 아닙니다. '신용 약속(credit promise)'입니다."
파비앙 아스틱(Fabian Astic) 무디스(Moody's) 디지털경제 부문 글로벌 총괄은 13일 연합인포맥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무디스의 평가 대상은 코인이라는 가상자산 자체가 아니라, 그 발행사의 상환 능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내에선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두고 금융당국은 통화 주권을, 업계는 산업 육성을 말하지만 무디스의 시선은 명확하다. 투자자가 스테이블코인을 들고 왔을 때 발행사가 즉시(on-demand) 현금으로 바꿔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스틱 총괄은 "실제 화폐와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신용 리스크를 수반한다"며 코인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발행사가 이 상환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지가 무디스 평가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준비자산만 봐선 안 된다"…운영·보안 등 '입체적 검증' 필수
무디스는 발행자의 '상환 약속'이 지켜질 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구축한 다층적 평가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것은 스테이블코인을 뒷받침하는 준비자산(Reserve)이다. 이 자산이 얼마나 건전한지,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는지, 필요할 때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진다. 다만 무디스는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아스틱 총괄은 "스테이블코인 평가에는 어느 한 요소만 봐서는 안 되고 겹겹이 쌓인 리스크를 뜯어보는 다층적(layered) 검증이 필요하다"며 "준비자산이 아무리 탄탄해도 운영 리스크나 법적 구조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으면 투자자가 돈을 돌려달라고 했을 때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디스의 잣대는 코인 발행사를 둘러싼 생태계 전반으로 향한다. 발행사가 맡긴 준비자산을 보관하는 은행, 자산을 수탁하는 커스터디언, 코인 운영을 책임지는 실무 관리자 등이 모두 점검 대상이다. 이들 중 어느 한 곳이라도 파산하거나 책임을 방기하면 발행자의 '상환 약속'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적 안정성과 지배구조, 기술·보안 리스크 또한 같은 무게로 다뤄진다.
아스틱 총괄은 "단순한 시스템 결함뿐 아니라 스마트 컨트랙트가 제대로 감사를 받았는지, 사이버 공격이나 전산 장애에 대비한 비상 대응 체계와 방어망을 갖추고 있는지까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숫자로 잡히는 정량 지표에 더해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적 리스크까지 총망라해 최종 신용등급을 도출하는 셈이다.
◇韓시장 특수성도, 비트코인 변동성도…발행사 '등급'에 녹여낸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눈을 돌리면, 엄격한 외환 규제와 달러 대비 얇은 수요 등 한국 시장만의 특수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다.
다만 아스틱 총괄은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별도의 평가 항목으로 두기보다, 준비자산과 구조적 리스크를 따져보는 과정에서 발행자의 신용등급이 자연스럽게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원화 자산의 유통 물량이 적어 위기 시 현금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원화 표시 자산에 더 보수적인 할인율(헤어컷)을 적용해 리스크를 상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현미경 검증은 최근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부여한 미국 뉴햄프셔주의 비트코인 담보 지방채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해당 지방채는 발행 단계부터 상환액의 1.6배를 비트코인 담보로 설정하고, 담보 비율이 1.4배를 밑돌면 즉시 매각해 현금화하는 청산 시스템을 갖췄다. 무디스는 이 구조 위에 지난 10년 치 가격 데이터를 토대로 산출한 보수적 할인율(헤어컷)을 얹어 비트코인의 변동성 리스크를 한 번 더 걸러냈다. 이러한 다중 장치들이 가격 변동성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결론이 서고 난 뒤 무디스는 해당 지방채에 신용등급을 매겼다.
무디스의 평가 잣대는 디지털 자산이 제도권으로 깊숙이 들어올수록 더 정교해질 전망이다. 아스틱 총괄은 "디지털 금융은 아직 진화 중인 분야"라며 "정해진 가정이 아니라 시장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평가 방법과 분석력을 끊임없이 가다듬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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