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신민경 기자 = 금융위원회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제재안을 반려했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결정이 잘못 됐다며 되돌려 보내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8년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위반에 대한 재감리 요구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ELS 제재안 반려를 두고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삼바의 망령'이 다시 소환되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선 홍콩 ELS 사태의 최종 제재 수위와 결론 도출 시점이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원안 의결도 대폭 감경도 부담…금융위의 선택은 '반려'
금융위는 13일 제9차 회의에서 '홍콩 H지수 ELS 불완전 판매 관련 은행·증권사 검사 결과 조치안'에 대해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 및 법리 등을 보완해줄 것을 금감원에 요청했다.
통상 금감원이 마련한 제재안은 증권선물위원회 논의를 거쳐 금융위 정례회의에 올라오면 일부 과징금 규모나 제재 수위가 조정되는 선에서 의결되는데, 금융위는 금감원의 ELS 제재 논리와 법리 구성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 것이다.
지난 2월 금감원의 제재심을 통과한 제재안이 금융위로 넘어온 지 벌써 석달만에 내놓은 결론이다. 그 사이 금융위는 수 차례의 회의를 통해 제재 수위와 정합성 등을 논의해왔다.
이를 두고 당국 안팎에서는 금융위가 제재의 명분과 정책적 부담 사이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금융위는 과징금을 직접 조정하는 대신, 금감원에 사실관계와 법리 보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다시 공을 넘긴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지금 상태로는 제재가 너무 과도하다는 컨센서스가 있었다"며 "다만 금융위에서 과징금을 큰 폭 감경하기에는 정무적 판단에서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위가 다시 꺼낸 '보완 요구'…삼바 이후 첫 시험대
금융위는 2018년 김용범 현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증선위원장을 맡았던 당시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에 재감리를 명령한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은 삼바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해 조치안을 올렸다. 삼바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근거로, 에피스의 가치를 장부가가 아닌 공정가치로 평가하면서 대규모 평가이익을 인식한 것이 쟁점이었다.
그러나 증선위는 금감원의 조치안만으로는 회계처리 위반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재감리를 요구했다. 당시에도 두어달간 10여차례에 걸친 논의 끝에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문제 삼은 2015년 회계처리뿐 아니라, 그 이전인 2012~2014년 삼바가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처리한 판단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금감원의 판단 논리가 충분히 정교하지 않다고 본 셈이다.
김용범 당시 증선위원장은 당시 국회의 질의에 "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조치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금감원의 원안이 미흡하다고 생각해 다시 감리를 요청한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조치안이 보완되는 대로 신속하게 처분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금감원으로 돌아간 제재안이 어떤 절차를 거쳐 다시 금융위에 올라올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관건은 금감원이 제재심의위원회 절차를 다시 밟을지 여부다. 제재심을 재개해 제재 수위와 법리 구성을 다시 논의할 수도 있지만, 기존 제재심 결론을 토대로 조치안만 보완해 금융위에 다시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문제는 방식"이라며 "제재심부터 다시 열어 원점에서 논의할지, 아니면 금감원이 제재조치안만 보완해 다시 금융위에 올릴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삼바 감리 이후 사실상 이런 사례가 없었던 만큼, 이번에도 어떤 절차를 밟게 될지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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