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경제 블로거 '메르' 인터뷰
주식 잘한단 착각에 들기 쉬운 지금
"우매함의 봉우리 조심하라" 경고
日종합상사·韓조선주 ETF 투자
올들어 우주데이터센터 시장 관심
[사진: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여의도가 매일 기다리는 남자가 있다. 이름도, 얼굴도 알 수 없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배달한다는 것, 필명이 '메르'라는 것만 알 뿐이다. 축구장 400배 크기의 널찍한 여의도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비밀 많은 이 남자의 정체는 파워 경제 블로거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프라이빗뱅커(PB) 등 젊은 증권맨들 사이에서는 이미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매일 10만여 명이 그의 블로그를 찾아 글을 정독한다.
14일 연합인포맥스는 자본시장 분석가 '메르'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격적으로 오르는 증시에서 투자자들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시장에 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까. 남들이 보지 못하는 행간을 읽어 몇 수 앞을 내다본다는 메르에게 투자 조언을 구했다.
메르는 2020년 코로나 시기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했다. 금융사에서 개별주식 투자는 보고 대상이어서 제약이 있었지만 후선업무로 옮기면서 이런 제한이 풀렸기 때문이다.
투자 경험은 적을지 몰라도 시장을 보는 안목만큼은 독보적이다. 그는 삼성그룹과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기업에서 기업채와 펀드 등의 금융위험을 예측·측정하는 위험관리 전문가로 일했다. 금융회사 총 6곳에서 관련 경험을 쌓았다. 수년간 국내외 부동산 투자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채권(NPL) 펀드, 리츠의 투융자를 최종 검토하고 승인하면서 안목이 폭넓게 열렸다.
메르는 "매년 10조원 규모 투융자 의사결정을 약 10년간 했더니 핵심을 짚고 위험을 탐지하는 동물적 감각이 생겼다"며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호주, 싱가포르, 홍콩, 영국 등 각지의 투자 건을 다루다 보니 자연스레 지식과 내공이 쌓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4214.17로 끝낸 코스피가 올 들어선 4개월여 만에 갑절 수준으로 뛰었다. 코스피는 지난 12일 장 중 한때 7999선을 터치했다. 투자자들로선 주도주 주식이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다.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한다"는 '포모'(소외 공포) 심리도 크지만, "고점에서 물릴 순 없다"며 매도 타이밍을 저울질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메르는 "군중 심리를 경계하고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남의 결론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스스로 판단 근거를 쌓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민연금과 같은 큰손의 움직임을 수시로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메르와의 일문일답.
--자산 퀀텀 점프를 한 시기와 계기가 된 종목은.
▲주식 투자를 시작하고 처음 매수한 종목은 HMM이었다. 2020년 10월 4일 코로나19 때였다. HMM 컨테이너선 12척이 연속해서 만선으로 출항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다음 날 오전 바로 주당 가격 7천370원에 매수했다. 큰 생각 없이'몰빵' 투자했지만, 수익률 측면에선 가장 효자였다.
HMM을 1년 반 보유하다 2022년 4월 2만6천400원에 전량 매도했다. 사고 싶은 주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당시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파종을 제대로 못 했고, 미국 캔자스와 오클라호마 지역은 가뭄으로 밀이 흉작 상태였다. 중국은 코로나 봉쇄로 동북 3성이 쌀 파종 시기를 놓친 듯했다. 식량 가격이 계속 올라간다는 의미여서, 일본 종합상사들로 포트폴리오를 옮겼다. 지금도 일본 종합상사들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20% 이상이다. 잦은 매매보다는 몇 년씩 보유하는 편이다.
--'몰빵' 투자를 벗어나기 시작한 때는.
▲투자 초기라 겁이 없었다. 몰빵 투자도 그래서 가능했다. 2022년까지는 HMM에서 일본 종합상사로 갈아타는 정도였다. 하지만 2023년 들어서 은 투자를 시작했고, 조선주도 담기 시작했다. 목표한 수익률이 나오면 추가 수익분으로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갖춰갔다.
--투자 현황을 알려달라.
▲주식 비중은 50% 선에서 운용하고 있다. 나머지 50% 중 20%는 미국 국채와 금·은, 한국 국민주택채권 등에 넣어두고 있고 25%는 현금 보유, 5%는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주식으로는 일본 종합상사와 한국 조선주 상장지수펀드(ETF)의 비중이 가장 크다.
2023년부터 금과 은에 투자했고, 현재 원금은 모두 회수한 상태에서 포트폴리오의 7%가 은에 투자된 상태다. 국가별로는 전체 자산의 절반 정도가 일본이고, 나머지 절반을 한국과 미국에 나눠 갖고 있다.
--최근 투자 비중을 크게 늘리거나 줄인 게 있다면.
▲최근에 미국 국채 10년물을 3.9%대에 모두 들어냈다. 지난해 11월에는 포트폴리오의 3% 비중으로 구리 관련 한국 3개 종목에 들어가서 목표수익률에 도달해 수익 실현했고, 최근 다시 재진입했다.
5%의 위험자산은 주로 터키나 브라질 국채 등에 들어갔다. 6개월 정도를 기한으로 주식을 단기 매매하고 있다.
--관심 있게 보는 산업과 종목은.
▲올해부터 우주데이터센터 분야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 지구에서 신규 데이터센터 신설은 점점 어려워지고, 우주에서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비용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아직 상장을 하지 않았지만 비상장 인공지능(AI) 기술 기업인 '앤트로픽'과 '안두릴'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AI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사람들이 오픈AI에서 제미나이, 클로드로 AI 모델을 옮겨갔지만, 이들은 로열티(충성심)를 가진 고객은 아니다. 좋은 기능이 나오면 쉽게 갈아타는 식이다. 승자독식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느낌.
워낙 많은 자금이 투입되다 보니, 전쟁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면 버티기 힘든 상황이 조만간 올 것 같다. 내년까지 AI의 승자와 패자가 어느 정도 갈릴 듯하다. 승자를 예상하기 힘들다면, 이들에게 무언갈 공급해서 돈을 버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코스피가 초고속 질주 중이다. 방향성 베팅을 두고 투자자들 고민도 깊다.
▲국민연금을 주시해야 한다. 과거의 국민연금이라면, 주가가 많이 오르면 자동으로 매각해 비중을 관리해왔다. 지금은 비중을 훌쩍 초과한 상태라 기준을 바꾸지 않은 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비중 관리가 중단돼 주식시장에 계속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다. 유동성 공급자인 큰손들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을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지금과 같은 불장에선 '주식을 잘한다는 착각'에 들기 쉽다.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는 게 있다. 능력이 낮을수록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우매함의 봉우리(Peak of Mount Stupid)라고 표현했다. 입문자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이 있다고 착각하며, 자신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단계다. 만약 "나는 왜 이렇게 아는 게 없을까" 돌아보게 된다면, 일단 우매함의 봉우리는 지났다는 의미다. 역량이 좋아지기 시작한다는 긍정적인 신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신감만 충만하다면, 혹시 우매함의 봉우리에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보를 접하기 쉬운 시대다. 개인 투자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남의 이야기를 듣는 건 좋다. 하지만 자기 결론을 내는 능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다. 오늘 알게 된 내용 중 기억나는 내용을 남의 말이 아닌 자신의 글로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면 좋다. 좋은 정보와 가짜 정보를 거르는 능력이 생긴다.
--모든 신경을 투자에 맞추기란 쉽지 않다.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일명 '투자 루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서 6시부터 러닝머신을 걷는다. 한 시간 동안 모니터에 보이는 블룸버그와 CNN 채널에서 간밤 뉴스를 확인하고 오늘 할 일을 생각한다. 점심은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잘 안 먹는다. 대신 그 시간에 오전에 일어난 일들을 돌아본다. 저녁 약속도 거의 안 잡는다.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복기하고 더 파고들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공부한다.
주말에는 도서관에 간다. 월평균 14권 정도 책을 빌린다. '책장 깨기'를 즐긴다. 도서관 자유 열람실에서 주제와 관계없이 책장을 하나씩 둘러보며 읽을만한 책을 찾는 방식이다. 생각하지 못한 카테고리에서 뜻밖의 책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물론 책은 단점이 있다. 과거 이야기란 점이다. 때문에 검색과 AI 툴의 최신 정보를 합칠 때 괜찮은 투자 아이디어가 나온다.
--세상을 기존 시각과 다르게 보는 것. 연결 지어 보는 것. 행간을 읽어 남들이 못 본 투자 기회를 먼저 보는 것. 이것들이 가능해진 계기가 있나.
▲책을 많이 읽고 해외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면 된다. 어느 순간 큰 뼈대가 세워지더라. 뼈대가 잡히면 살을 붙이는 건 쉬운 일이다. 국가별 역사를 이해하고 시점을 비교해 횡으로 연결하다 보면 새로운 관점이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닳도록 읽은 책은.
▲어릴 적 아버지가 일본 대하소설 '대망'과 후속편인 '후대망' 총 35권을 사 오셨다.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중학생부터 현재까지도 수십번이고 계속 읽은 책이다.
--잔고가 0원이 된다고 가정한다면, 3년 안에 다시 주식으로 일어설 자신이 있는가.
▲중요한 건 기본적인 현금 흐름이다. 필수 지출을 감당하고도 투자할 여력이 있어야 부의 축적이 시작된다. 직장인이라면 업무에 시간을 우선 투입하고, 자영업자라면 본업 성장에 전념해 투자 여력을 만들어야 한다.
잔고 0원에서 3년 안에 주식으로 부를 축적할 수는 없다. 3년에 3배 정도를 목표로 좋은 종목을 발굴하고 묻어두는 스타일이라 그렇다.
--로또를 주기적으로 사는 편인지 궁금하다.
▲한 번도 산적이 없다. 1천원을 내고, 200원 가치가 있는 확률을 산다는 점에서 마음이 가지 않더라.
--투자에 도움이 되는 취미가 있다면.
▲지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정적인 구글 지도도 좋아하지만, 실시간 배의 움직임을 보는 '마린트래픽'이나, 항공기의 움직임을 보는 '플라이트레이더24'와 같은 앱을 자주 쓴다.
파나마운하를 들어가고 나오려는 배들이 오랜 대기상태로 정체가 심하다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
'월드 모니터'라는 무료 앱도 추천한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을 실시간 수준으로 알려주는 앱인데 자주 활용한다.
--메르의 메르는.
▲워런 버핏이다. 업무 중 거래 상대방의 최고경영자(CEO)로 알게 됐다. 내가 주도한 거래로 금융위기 때 회사가 2천억원가량을 받아낸 기억이 있다. 버크셔 헤서웨이로선 푼돈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회사생활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버핏은 거래하면서 관심이 생겼고, 알면 알수록 관심이 더 커진 인물이다. HMM을 매도하고 일본 종합상사에 들어갈 때, 워런 버핏의 투자 흐름을 많이 참고했다.
--블로그에서 종종 딸의 투자 현황을 공유했다. 아버지 조언보다는 때로 자신의 판단을 믿고 성과를 냈던 딸을 보며 드는 생각은.
▲처음에는 딸이 직접 꾸린 포트폴리오 안의 세 종목이 모두 조선주인 것을 보고 "역시 주린이(투자 입문자)다운 '몰빵' 투자를 했구나"라고 생각했다.
다만 개별기업이 아닌 조선업이라는 산업을 먼저 봤단 점, 2023년부터 지금까지 팔지 않고 버텨 수익률을 최대치로 올렸단 점에서는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난 3월 말, 딸이 "수익이 난 조선주 중 한국카본을 팔아, 그 돈으로 비트코인에 들어갔다"고 얘기했다. 지금 차트를 보니 저점 수준에 사서 상당한 평가이익을 내고 있었다.
개인이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매년 평가를 받지 않기 때문에 몇 년씩 장기투자를 할 수 있단 점, 시장이 아니다 싶을 때 투자를 잠시 쉴 수 있단 점이다. 딸이 수년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을 고르고, 장기투자를 한 건 개인투자자의 두 가지 장점 중 한 가지를 잘 활용했단 생각이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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