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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허동규 기자 = 금융위원회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관련 은행·증권사 제재안을 금융감독원으로 돌려보내면서 조 단위 과징금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첫 조 단위 과징금 제재 사례가 될 수 있는데다, 최근 금융당국이 제재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한 점, 은행권 포용금융 압박이 커진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리 검토를 강화하자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다만, 금감원이 1조4천억원의 과징금 제재안을 의결해 금융위에 넘겼을 때부터 양 기관 간 미묘한 갈등이 있었던 만큼 이번 금융위의 제재안 반려가 향후 관계 설정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정례회의를 열고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 안건을 심의했으나 의결하지 않고 금감원에 보완을 요청했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은행과 증권사에 동일한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 설명의무 및 적합성 원칙 위반 판단을 개별 판매 유형별로 어떻게 특정할지 등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 간 법 적용에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고 해석이 필요한 쟁점들도 있었다"며 "사실관계를 적용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확인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판매 건수가 약 30만건에 달하는 만큼 개별 사례별 사실관계를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총 1조4천억원 안팎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사전 통보했던 1조9천억원대에서 약 5천억원가량 감액된 규모다. 초기 검사 단계에서는 약 4조원 수준까지 거론됐으나 제재심과 금융위 논의를 거치며 점차 감경됐다.
공을 넘겨받은 금융위는 이후 세 차례 정례회의에서도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결국 안건을 다시 금감원으로 돌려보냈다.
소위원회 단계에서 보완 요구가 나오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정례회의 안건으로 상정된 뒤 다시 금감원으로 넘어간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ELS 제재는 2021년 금소법 시행 이후 처음 적용되는 대규모 조 단위 과징금 사례라는 점에서 금융위 내부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개별 은행 제재를 넘어 향후 금융권 소비자보호 제재 체계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액 산정 방식과 금융사가 얻은 이익 범위, 감경 기준 등을 둘러싼 판단이 향후 유사 제재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 쉽게 결정내리기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대형 제재 관련 행정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거나 일부 제재 효력이 정지된 사례가 이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 입장에서는 금감원 안대로 의결했다가 향후 소송에서 문제가 생기면 책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법리 완결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상당히 신경 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법리 보완을 명분으로 사실상 과징금 규모와 제재 수위를 다시 조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권이 이미 대규모 자율배상과 충당금 반영 등을 상당 부분 마친 상황에서 추가 제재 부담까지 커질 경우 금융권 위축 논란과 함께 향후 행정소송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금감원이 검사·제재 단계에서 강한 수위의 조치안을 먼저 제시한 뒤 최종 부담은 금융위가 떠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산·포용적 금융 정책에 은행들이 동참하면서 자본여력이 감소하고 있는 점도 일부 참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선 제제 수위를 결정하는 과정이 감독 체계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 회의 과정에서 금감원장이 직접 감경 논의에 참여해야 하는 현재 구조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제재심과 원장 결재를 거친 안건이 금융위 단계에서 다시 조정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두 기관 간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안이라는 점에서 강한 제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위는 실제 소송 가능성과 법리 리스크까지 함께 보고 있다"며 "ELS 제재를 둘러싼 양측의 시각차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은 확대 해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통상 안건소위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수정과 조율이 이뤄진다"며 "이번에는 관련 회사도 많고 규모도 큰 만큼 법리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도 "일부 법령과 법리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라며 "법률 해석에 따라 조금 다르게 보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재 수준이 과도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라며 "사실관계 적합 여부를 다시 확인하거나 보완 요청이 이뤄지는 사례는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sgyoon@yna.co.kr
dghur@yna.co.kr
허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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