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상민 기자 = 시장금리가 오르는데 저신용자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내려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 주도의 포용금융 압박이 금리 왜곡을 만들며 금융 시장의 작동 원리와 은행의 건전성 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최저신용자(코리아크레딧뷰로(KCB) 600점 이하) 대상 신규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8.376%로, 1월 대비 0.514%포인트(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용점수 951~1000점대 최고신용자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0.124%p 올라 연 4.5%를 기록했다.
6개월 만기 은행채 금리는 연초 대비 0.135%p 올랐다. 이러한 신용대출 지표금리의 상승분이 사실상 고신용자 대출 차주에게만 전가된 셈이다.
역전 현상은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대출)에서도 확인된다. 5대 은행의 지난 3월 기준 저신용자(651~700점) 신규 마이너스대출 평균금리는 5.492%로 집계됐다. 이는 1월(5.65%) 대비 0.158%p 내려간 수준이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최고신용자(951~1000점) 기준 신규 마이너스대출 평균금리는 4.676%에서 4.756%로 0.08%p 올랐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대출에서 최고신용자의 금리가 오를 때 저신용자의 금리는 내려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의 3월 기준 최저신용자 마이너스대출 금리는 연 3.73%로 최고신용자(4.86%)보다 1.13%p나 낮았다. 하나은행과 경기도 간의 협약 상품이 통계에 반영된 결과이지만, 1%p나 넘게 마통 금리가 역전된 셈이다.
포용금융이 대출금리 왜곡을 낳는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신용평가 체계 점검에 나서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신용등급에 대해 "금융이 설계한 보이지 않는 계급장"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포용금융을 얼마나 실현했는지를 평가해 불이익을 주는 방법은 없나"라면서 "포용금융이라는 게 금융기관의 의무 중 하나라는 것을 계속 주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포용금융 상품 확대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개인 신용대출 금리를 연 7% 이하로 제한하는 대출금리 상한제를 도입했다. 신한은행도 1월 말부터 저신용자의 고금리 신용대출 금리를 6.9%로 낮췄다.
문제는 이러한 포용금융에 따른 비용이 고신용자와 은행에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신용자 입장에서 신용을 관리해도 낮은 금리를 받지 못한다면, 중장기적 신용점수를 빠듯하게 관리할 유인이 사라진다.
은행은 대출 심사 강화에 따라 연체율을 관리하고, 부실 위험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을 금리에 반영한다. 저신용자 위주로 금리 상단이 막히면 은행은 통상 대출 자체를 거절해야 하지만, 포용금융이 확대되면 부실 위험이 은행에 직접적으로 반영돼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주요 은행의 건전성은 포용금융 확대 시기와 맞물려 악화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올 1분기 말 전체 대출 연체율의 단순 평균은 0.40%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말 0.34%보다 0.06%p나 상승했다.
건전성 우려와 함께 포용금융의 수혜가 실제 취약계층에 집중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용점수가 낮은 이들이 포용금융의 직접 수혜자가 되는데, 이는 소득과 무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리는 차주의 리스크에 따라 반영되는 가격으로 금융 시스템의 기본 원리"라며 "정책적 왜곡이 지속되면 은행의 건전성이 지속해 악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일모 제작] 일러스트
smhan@yna.co.kr
한상민
sm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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