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달리 50점 이상 점수차로 일찌감치 승기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박경은 기자 = 은행권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서울시금고 수주전에서 신한은행이 예상과 달리 압승한 배경에는 1천억원을 투자한 전산시스템과 정책사업 협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말부터 대규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탈환을 꿈꿔온 우리은행과의 가장 큰 차이점을 부각시킨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14일 신한은행은 서울시 차기 시금고 선정을 위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에서 1·2금고 모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각각 우선 지정 대상(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신한은행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 더 자금을 관리하게 됐다. 서울시는 다음 주 심의위원회의 평가 내용을 바탕으로 차기 금고 지정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1천억 투자한 전산시스템…'승리 전략' 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신한은행이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금고지기 자리를 수성한 배경으로 안정적인 전산시스템과 서울시와의 협력사업을 꼽았다.
이전까지 승패의 주요 요인이었던 금리가 올해는 별로 힘을 쓰지 못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마진을 기대하기 어려운 금고 사업 특성상 은행들이 적어낼 수 있는 금리 수준이 엇비슷해 변별력이 크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대신 신한은행은 금고 운영을 위한 전산시스템에 약 1천억원이 넘는 투자를 집행하는 등 보안 강화와 시스템 안정화에 집중했다. 상암동에 시금고 IDC센터를 별도 구축해 은행 시스템으로부터 완벽히 분리했고, 청사 인근에 '시금고 통합센터'를 만들어 접근성도 높였다.
신한은행이 이미 전산시스템을 구축해놓은 것과 달리 자리를 빼앗기 위해 도전해야 하는 경쟁 은행들은 전산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에 적지않은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시스템 투자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시스템 관리 능력에 추가 투자를 약속해 사실상 '굳히기'에 들어갔다.
서울시가 금고 은행 변경 시 뒤따를 수 있는 '전환 리스크'가 없다는 점을 최대한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전산 안정성을 매우 중요하게 고려했다. 자칫 관리 은행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보안 등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산은 한번 문제가 생기면 시 공무원은 물론, 시민 전부가 불편을 겪게 돼 시 입장에선 당연히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이번 수주전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기존 사업자인 신한은행이 우위를 점할 걸로 보는 시각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기존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서울시 입장에서 굳이 바꿀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이미 전산시스템 개발에 1천억원 이상을 투자한 상태여서 우리은행이 이번에 가져오려면 거기에 플러스 알파(α)를 제안해야 했을 것"이라며 "전산시스템 경쟁력이 승패를 갈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돈보다 실행력"…정책사업 구체성도 승부처
전산 안정성이 시금고 운영의 기본 요건으로 부각됐다면, 서울시 정책사업을 얼마나 현실성 있게 뒷받침할 수 있는지도 또 다른 평가 축이 됐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진행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서 은행들이 제시한 협력사업의 구체성과 실행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봤다.
시금고에 지원한 은행들의 발표 후 20분 안팎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는데, 서울시는 은행의 출연금 규모나 지원 의지를 확인하기보다 실제 정책 현장에서의 협력이 얼마나 작동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고 한다.
특히 청년 등 취약계층 지원과 같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사업과 금융 지원이 어떻게 맞물릴 수 있는지가 주요 평가 포인트로 거론됐다. 과거처럼 여러 협력사업을 나열하는 방식보다는, 실제 민원이나 행정 수요가 발생했을 때 은행이 얼마나 기민하게 대안을 제시하고 실행할 수 있는지를 본 셈이다.
시금고 업무가 단순 자금 보관을 넘어 행정·전산·정책지원이 결합된 종합 인프라 성격으로 바뀐 점도 기존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금고 시스템은 세입·세출 처리뿐 아니라 각종 보조금, 복지·주거 지원, 산하기관 자금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금고 은행이 바뀔 경우 전산 연계와 업무 이관 과정에서 적지 않은 행정 부담이 불가피하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는 금고 은행 선정에서도 '무엇을 해주겠다'는 선언보다, 실제로 그 사업을 어떻게 구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 분위기"라며 "서울시 입장에서도 기존에 손발을 맞춰 온 은행이 정책사업의 흐름과 행정 수요를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하반기 인천시금고와 서울지방법원 공탁금 보관은행 선정, 지방선거 이후 자치구 금고 입찰까지 줄줄이 예정돼 있어 은행권의 기관영업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대형 광역자치단체일수록 전산 안정성과 기존 운영 경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출연금 또는 금리만으로는 판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처: 신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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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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