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해 각각 43조6천11억원과 47조2천63억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각각 2조8천427억원과 5조3천467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167.4%와 1천900.4% 급증한 수치다. 법인세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각종 세액공제와 이연법인세 상황 등을 고려한 실효세율은 약 20% 수준이다(명목세율은 25%).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두 회사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이 약 500조~600조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법인세는 10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납부한 법인세보다 10배 정도 급증하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올해 총법인세 예상 규모를 당초 86조5천억원에서 101조3천억원으로 14조8천억원 높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과 법인세 납부 비중 등을 고려하면 정부 추계보다 수십조원이 추가로 더 세수로 잡힐 가능성이 있다.
어찌 됐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폭발적인 실적 개선은 분명 세수에 엄청난 긍정적 효과로 연결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민 배당금'이라는 다소 부적절한 단어 사용으로 논란이 되긴 했지만 예상치 못한 엄청난 초과 세수를 어떻게 활용한 것인지에 대한 검토는 불가피하게 됐다. 그런데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아무리 수십조, 수백조 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하더라도 매우 높은 문턱 때문에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다는 점이다.
걸림돌은 국가재정법이다. 국가재정법 제90조 '세계잉여금 등의 처리 및 사용계획'은 초과 세수의 사용처를 명확히 정해 놓고 있다. 일단 지방교부세법 제5조 제2항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9조 제3항에 따라 각각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20.8%, 지방교부세로 19.2% 등 초과 세수의 총 40%를 교부금으로 나눠줘야 한다. 그러고 나서 남는 돈의 30%를 공적자금 상환기금으로 출연하고, 이후 나머지의 30%는 국가채무로 상환해야 한다. 만약 100조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면 40조원은 교부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60조원의 30%인 18조원을 공적자금 상환기금으로, 여기서 남은 42조원 중 12조6천억원은 국가채무 상환 자금으로 써야 한다. 결국 100조원의 초과 세수 중 남는 자금은 29조4천억원이다.
기업과 국민이 견인한 세수 확대에도 실제 재정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은 전체 초과 세수의 29% 정도밖에 되지 않게 되는 셈이다. 2006년 제정된 국가재정법은 '효율적인 건전재정'에 방점을 둔다. 그렇다 보니 세금이 더 들어와도 일단 돈부터 갚으라는 얘기가 반복해서 나오는 것이다. 애당초 경기 대응이나 혁신성장, 취약층 지원 등에 대한 재정 운용에 더 무게를 둔 법은 아니다. 물론 정부 세입이 항상 초과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세금을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산업구조와 그에 따른 경기 상황의 변화 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게 하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 보니 그간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추경으로 소진해 버리는 경향성이 컸다. 세금이 더 들어오면 일회성으로 처리해 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짙었다.
무엇보다 초과 세수 처리를 위해 정해 놓은 원칙들이 지나치게 경직적인 의무 지출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다. 그중에서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 4월 초과 세수를 기반으로 편성된 26조2천억원 규모의 '전쟁 추경' 중 9조5천억원이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에 9조5천억원이 배정됐다. 국가재정법에 따른 자동 배정이었다. 고유가 부담 완화를 위해 배정된 10조1천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산업 피해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기업 등에 지원하는 2조6천억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운 규모다. 중동전쟁으로 초래한 고유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각종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게 추경의 목적이었지만 엉뚱한 곳으로 돈이 흘러간 셈이다.
특히 시도 교육청으로 내려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이번 기회에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가 자동 배정되는 법정 재원으로 매년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39조4천억원이던 교육교부금은 4월 추경에서 4조8천억원이 더 추가되면서 올해 76조4천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초중고 학생 수가 616만명에서 올해 483만명으로 22% 가까이 줄었음에도 재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 1인당 교육비는 OECD 평균의 155.1%와 179.2%에 달한다. 이미 내국세의 상당 규모가 의무적으로 자동 배정되는 상황에서 초과 세수가 발생할 때마다 20.8%를 또 자동으로 배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소득과 물가, 학령인구 변화 등을 고려해 교육교부금 배분 방식을 개편할 경우 2060년까지 최대 1천144조6천억원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학령인구 감소 추이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2060년 1인당 교부 금액은 2020년의 5.5 배로 급증해 소득과 물가 상승 범위를 초과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KDI는 지난 14일 '2026년 상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교육교부금에 대한 지출 효율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도 예산 자동 배정으로 교육교부금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은 재정의 효율적 활용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교육교부금 규모가 커지면서 실제로 쓰지 못하거나 이월되는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2024년의 경우 이월·불용액은 5조6천334억원에 이른다.
기왕에 초과 세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으니 효율적인 재정 운용의 방향성 속에서 법 개정이 동반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우선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초과 세수 사용 범위와 대상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교부금, 교육교부금, 공적자금 상환기금 등의 의무 지출 항목들은 삭제해야 한다. 국가채무 상환과 예비적 예산 활용 등으로 이원화하면 어떨까 싶다. 초과 세수의 3분의 1은 자동으로 국가채무 상환에 쓰고 나머지 3분의 2는 국부펀드가 됐건, 기금이 됐건 금융시장과 연계해 누적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예비적 예산 자금으로 만든 뒤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경기와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국회의 동의하에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초과 세수가 매년 발생하는 것은 아닌 만큼 세수 결손 시에 보완적 예산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선임기자 /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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