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장, 14년간 늘어난 주택 5만호…연간 3천800호 불과
개발이익 환수제도 작동않아 자산 격차만 확대
[촬영:한이임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이임 기자 =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이 정비사업 활성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정비사업을 통한 실제 주택 공급 효과는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지난 14년간 정비사업을 통해 늘어난 실질적인 주택 공급량은 약 5만호 수준에 불과해, 공급 확대란 명분이 무색했고 자산 격차만 확대시켰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4일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2년부터 2025년까지의 서울시 정비사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건립 세대수에서 기존 주택 철거분을 제외한 순 공급량이 5만3천호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건립 세대수의 17.1%에 불과한 수치다.
이를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3천800호가 공급된 셈인데, 같은 기간 서울시 전체 주택 준공량(연평균 6만6천호)의 5.8% 수준에 머물렀다.
정비사업이 주택 수 확대보다는 자산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거래가 분석 결과, 비슷한 시세를 형성했던 아파트들이 재건축 추진 여부에 따라 인근 단지와의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실제로 2020년 준공된 노원구 포레나노원(상계주공8단지)은 인근 상계주공9단지와의 가격 격차가 재건축 이전 1억원 미만에서 현재 약 3억원으로 확대됐다.
서초구 메이플자이(녹원한신) 역시 재건축 이후 인근 단지와의 시세 차이가 기존 1~2억원대에서 약 22억원까지 벌어졌다.
경실련은 이러한 자산 격차의 원인으로 서울시의 과도한 수익성 지원 정책과 미흡한 환수 제도를 꼽았다.
현재 서울시는 용적률 완화와 사업성 보정 계수 도입 등 민간 정비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녹지를 제외한 서울시 전체 면적의 6.1%가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 공공성 확보보다 수익성 치중…자산양극화·대규모 이주 불안 키워
경실련은 이런 정책이 공공성 확보보다는 민간의 수익성 보전에 치중돼 있다고 비판했다.
통상적으로 정비사업은 비례율이 100% 이상이어야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비례율이란 재건축 후의 자산가치에 사업비를 뺀 값을 재건축 전 자산가치를 나눈 값이다.
사업 주체인 조합은 비례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반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고, 이 과정에서 개발 기대감과 투기 수요를 자극하게 된다.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이주 수요 역시 주거 불안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이주하는 주민들이 인근 주택가로 몰리면서 주변 지역의 전월세 가격을 동반 상승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개발이익환수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비사업의 이익이 사유화되는 점도 비판의 목소리를 불렀다.
경실련은 "정비사업의 개발이익은 용적률 상향, 도시 정비, 공공시설 설치 등 사회적 여건으로 발생한 불로소득으로 공공이 환수해 시민 주거 안정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강화와 불로소득 개발이익 50% 환수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개발이익 환수 강화가 자칫 강남권과 비강남권 간의 정비사업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특정 지역을 타깃으로 한 '핀셋 규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서울시가 명확한 원칙을 세워 특정 지역에서의 핀셋 규제를 모색해야 한다"며 지역별 차등 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강북권에서는 공공이 직접 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자는 이야기다.
현재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 모두 주택 공급을 위한 정비사업 활성화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정비사업은 실제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자발성에 맡겨 추진돼야 한다"며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정비사업 활성화 자체를 정책 목표로 삼기보다, 시민 주거 안정과 공공성 확보라는 원칙 속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양당 후보들이 내건 정비사업 공약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재검토를 촉구했다.
조 위원장은 "서울시는 사업성 없는 단지들을 개발하기 위해 사업성 보정계수와 용적률 상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며 "정비사업 활성화를 내건 서울시장 양당 후보의 공약이 원점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yyhan@yna.co.kr
한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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