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정선영의 마켓산책] 우리는 호락호락한 개미가 아니다

26.05.14.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주식시장에 널리 알려진 옛날 이야기가 있다. 증권사 객장에 전광판이 있던 시절, 주식 투자자들은 직접 여의도 증권사 객장의 전광판 앞에 나와 앉아서 시장 흐름을 지켜봤다.

시시각각 종목별로 빨간불과 파란불이 켜지면 투자자들도 환호와 한숨 사이를 오갔다.

그 때 증권사 객장에서 주목하던 시장의 강력한 하락 시그널이 있었으니 바로 무소유를 지향하는 '스님'과 주식시장에는 관심이 없는 '아기'였다.

스님이 객장 전광판 앞에 등장하거나 아기 울음소리가 나면 시장이 이제 과열됐다는 신호로 언급됐다.

그후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까지 나오면서 주식 전광판은 역사 속의 유물이 됐다. 유명한 대신증권의 시세 전광판도 지난 2016년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코스피가 8천피를 눈앞에 둔 지금, 세상은 달라졌다.

증권사 객장에는 이미 스님이 다녀갔다고 한다.

아기는 어떨까. 사실 당시에는 아기와 함께 온 엄마를 겨냥하며, 여성 투자자들을 언급했겠지만 현시점에서는 여성 주식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실력은 상당하다.

NH투자증권의 224만개 활성계좌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주식투자 수익률 상위권을 40~60대 이상 여성 투자자들이 차지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별로 투자를 못한 남편들이 '삼전닉스'에 투자해 수익을 낸 아내에게 구박을 받는 경우도 자주 회자된다.

자신의 전문성을 믿고 시장 흐름을 이리저리 분석하면서 우량주를 제외한 주식만 담아 삼전닉스 투자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와 달리 시장 흐름에 따라 우량주 위주로 투자한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는 게 골자다.

15년간 프라이빗뱅커(PB)로 활약했던 한 증권맨도 예전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국민주라 고객에 추천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올라도 결국 조정받으면 5만전자였던 시절이 길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민주에 대한 믿음이 약했던 셈이다.

"이제는 우량주를 중심으로 가는 지수장"이라며 그는 주식시장 온도차를 확실히 전했다.

우리나라 개미투자자는 이제 예전같은 비전문적인 투자 주체가 아니다.

이들은 매일 놀더라도 주식투자로 돈을 벌고 있는 베짱이의 삶을 동경하며 오늘도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12일 코스피가 8천피 직전 7,999.67에서 꺾였을 때도 개미는 한결같았다.

당시 외국인이 5조6천억원 이상 주식을 순매도했음에도 개미는 6조6천억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렇게 개인투자자들은 하락장을 떠받치며 코스피 8천선 부근까지 힘을 실었다.

과거의 하락장 시그널 이야기는 옛말이 됐다.

지금은 코스피 변곡점을 어떻게 확인해야 할까.

한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 고위관계자는 "이제 하락장 시그널은 반도체 D램 가격 그래프가 꺾이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코스피는 8천피라는 역사적으로 가본 적이 없는 새로운 영역에 들어서기 직전이다.

투자자들도 새로운 장에 들어섰다.

주식시장의 역사를 오래 본 전문가들은 폭락장의 기억을 좀처럼 떨쳐내지 못한다. 그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들이 괜히 '삼전닉스' 미보유자로 구박을 받는 게 아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등이 새로운 문을 열면서 핑크빛 미래가 주목받고 있지만 시장은 항상 위험과 불확실성에 흔들려왔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점점 금리인상 이야기를 꺼낼 예정이고, 무역·통상 불확실성도 크다. 지정학적 위험도 완전히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개미투자자들은 이제 자신만의 투자 원칙, 투자 철학을 가질 때가 왔다.

주가지수가 상승 추세를 지속하더라도 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을 맞이할 수 있다.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장기 투자에 나설지, 아니면 목표한 수익률이 되면 정리할지 고민해야 한다. 우량주 위주로 구성된 건강한 포트폴리오도 중요하다.

이례적인 상승장에서 투자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투자 실력을 과대평가하거나 잘 모르는 주식에 묻지마 투자를 하고, 작전 세력의 잘못된 정보에 휩쓸리는 상황도 경계해야 한다.

특히 하락장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주식시장 호황에 연금도, 보너스도 상당 부분 주식투자로 향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8천피 고지에 도달할 무렵이면 재점검이 필요하다.

베테랑 트레이더들은 통상 손실 구간을 정해두고 대응한다. 손절을 할 수 있는 레벨을 정해놓아야 큰 손실을 보지 않고 오랫동안 투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따라서 앞으로 변동성 국면에서 주가 하락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자신 만의 계획이 필요하다. 우리는 더이상 호락호락한 개미가 아니다. (증권부장)

syjung@yna.co.kr

정선영

정선영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