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통상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 달러-원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는다. 외국인 투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원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외국인의 차익 실현을 촉발하고 있어서다. 이에 코스피는 연일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지만, 달러-원은 위를 향하고 있다.
15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자 매매동향 일별추이(화면번호 3803)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6거래일 연속으로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금액은 코스피와 코스닥, 넥스트레이드를 합쳐 30조원을 넘었다.
외국인은 지난 3월 주식 순매도 금액 40조원으로 월간 신기록을 세운 뒤 지난달 7천억원으로 순매수 전환했지만, 지난 7일 이후 다시 거센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외국인의 역대급 매도세가 코스피 강세와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통상 반대로 움직이는 코스피와 달러-원 환율은 최근 들어 함께 위를 향하고 있다.
실제로 코스피가 최고치를 4번 경신한 최근 5거래일간 달러-원 환율은 37원 올랐다. 한때 1,499.90원에 거래된 지난 13일에는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추정 물량이 아니었다면 한 달여 만에 1,500원을 넘을 뻔했다.
올해 코스피는 85% 상승했다. 시가총액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130%, 191% 오르며 상승세를 전면에서 이끌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코스피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외국인이 차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13일 발간한 '외국인 순매도에도 코스피 지분율이 높은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누적 80조원을 순매도했지만, 같은 기간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지분율은 오히려 31%에서 38%로 상승했다고 파악했다.
권 연구원은 "최근의 대규모 순매도는 적극적 포지션 축소가 아닌 차익실현·리밸런싱 수요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주식을 파는 외국인 주체는 대부분 패시브 펀드"라며 "최근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패시브 펀드들은 이미 연간 목표치를 몇 배로 달성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차원에서 패시브 펀드가 한국에서 자금을 빼 덜 오른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 주요 투자 커뮤니티에서 거론되는 논점을 분석해 이 같은 관점에 힘을 실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투자자들은 이번 매도세를 패닉보다는 전략적이고 기술적인 대응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친' 랠리로 외국인들의 포트폴리오 내 한국 주식, 특히 반도체 비중이 규정된 한도를 초과했다는 분석"이라고 짚었다.
또 그는 한국이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전 세계 AI 하드웨어의 핵심 공급망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빅테크들의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언급될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원화 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훼손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이 중장기적으로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주가가 너무 올랐기 때문에 차익 실현 차원의 리밸런싱은 있지만, 수출이나 GDP 성장률 전망이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어서 한국 자산에 대한 매력도 자체가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주식 쪽에서도 비중 확대 의견은 누구라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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