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딜리버리 히어로, 배달의민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배달의민족을 둘러싼 전략적·재무적투자자(SI·FI)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역대 최고 수준인 8조원대 매각가(價)가 예고된 만큼 원매자들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인데, 최근 플랫폼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최근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국내외 대기업(SI)과 사모펀드운용사(FI)에 투자안내서를 배포했다.
업계에선 배달의민족이 전략적 가치와 업계 1위 입지, 캐시 플로우를 고려하면 여전히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점에 대부분 동의한다.
지난해 배달의민족이 거둔 영업이익은 5천928억원이다. 지난 2019년 지분 87%를 약 4조7천500억원에 인수했던 DH가 현 시점에는 8조원대의 매각가를 희망하고 있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인공지능(AI) 전환으로 플랫폼 비즈니스의 수익성이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23년 6천998억원 수준까지 확대됐던 배달의민족 흑자 규모는 이후 감소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해소된 점과 쿠팡이츠 등 후발주자들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점이 맞물려 수익 기반이 약화한 탓이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런 방향성이 다시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게 문제"라며 "AI 전환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영역이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업계에서는 향후 AI 에이전트 기반 주문 서비스가 본격화될 경우 기존 배달 플랫폼의 중개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
이용자가 직접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메뉴를 탐색하는 구조 대신 AI 기반 개인 비서 서비스가 주문 과정을 대체하는 시나리오가 조만간 상용화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대표 격인 국내 네이버·카카오 등의 주가는 최근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전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AI로의 전환이 플랫폼 비즈니스의 근간을 빠르게 약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다.
8조원대의 매각가와 각종 규제 리스크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매각가와 국내 규제 리스크를 고려할 때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네이버나 알리바바, 우버, 도어대시 등이 쉽게 움직이긴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글로벌 M&A에서 존재감을 보여왔던 우버의 경우 유독 국내 성과 부문에선 취약한 편이다. 도어대시의 경우 M&A 레코드가 많지 않아 이번 딜에 과감히 나서긴 쉽지 않다.
비교적 규제 리스크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돼 있는 네이버 또한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영업이익 상승세 속에서도 성장 기대감이 훼손에 따른 주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어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
성장성이 열려 있는 분야인 두나무와의 합병도 투자심리를 자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배달의민족을 품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일종의 '베팅'에 가까울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IB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배달의민족이 원하는 '몸값'을 유지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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