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쥐고 있던 두나무의 지분이 하나금융그룹의 품에 안겼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는 조 단위로 불어난 두나무 지분의 엑시트가 숙제였고, 하나금융에는 디지털자산 사업의 교두보를 확보할 기회였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윈윈' 딜인 셈이다.
하나금융은 15일 주요 계열사인 하나은행을 통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6.55%를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두나무의 4대 주주에 오른다. 지분 투자와 함께 디지털자산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도 곧바로 체결했다.
◇카카오인베는 엑시트…조 단위 구주 받아줄 후보 찾았다
이번 거래의 출발점은 카카오인베의 출구전략이다. 두나무는 설립 초기부터 카카오와 가까웠던 회사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고, 당시 케이큐브벤처스의 투자 이후 카카오도 2015년 두나무의 지분을 사들였다. 이후 카카오는 이 지분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카카오인베에 넘긴다.
한때 카카오의 대표적인 성공 투자였던 두나무 지분은 크립토 윈터를 지나며 현금화가 쉽지 않은 대형 비상장 자산이 됐다.
카카오인베가 엑시트 결심을 다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결합 추진이다. 두 회사의 주식교환 과정에서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약 15조원 수준으로 거론되면서, 카카오인베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의 현금화 가능성도 다시 주목받았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경쟁사인 네이버와 두나무라는 한 지붕 아래 지분 관계로 묶이는 구도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빠져나갈 길은 녹록지 않았다. 주식교환 과정에서 반대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은 카카오인베가 들고 있는 지분 규모를 모두 받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카카오인베가 보유 지분 전량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자칫 네이버와 두나무의 딜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제삼자 매각이 쉬운 것도 아니었다. 카카오인베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은 규모가 워낙 커 이를 받아 갈 수 있는 투자자가 제한적이었다. 단순 재무적 투자자보다는 두나무와 사업적 시너지를 설명할 수 있는 금융권 전략투자자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배경이다.
앞서 카카오인베가 삼성 금융계열사에 보유 지분을 넘기려고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 단위 구주를 소화할 체력과 디지털자산 사업 명분을 함께 갖춘 후보가 필요했던 셈이다. 결국 하나금융이 1조원 규모의 구주를 받아 가면서, 카카오인베에는 현실적인 출구가, 하나금융에는 신사업 진입권이 동시에 마련됐다.
◇하나금융, 교두보 확보…외환·스테이블코인 확장
하나금융 입장에서도 두나무 지분 인수는 갑작스러운 베팅이 아니다. 이미 하나금융은 두나무와 블록체인 기반 금융서비스를 놓고 협업의 물꼬를 터왔다.
양사는 지난해 말부터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 공동개발을 추진해 왔다. 지난 2월에는 기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체계의 외화송금 서비스를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인 기와체인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 기술검증을 마쳤고, 지난달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3자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실제 기업 간 거래에서 서비스 실효성을 검증할 기반도 마련했다.
하나금융이 두나무와의 협업에서 가장 먼저 외환을 앞세운 것도 그룹의 주력 분야와 맞닿아 있다. 하나은행은 외국환 업무에 강점을 보여왔다.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부터 블록체인 기반 금융서비스를 입혀보겠다는 전략이다.
블록체인 기반 송금 인프라를 접목할 경우 기존 송금 체계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실시간 거래·정산이 가능한 새 외환 서비스 모델을 실험할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핵심 축이다. 하나금융은 두나무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사용·환류로 이어지는 생태계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향후 원화 기반 디지털 지급결제 시장이 열릴 경우 은행의 계좌·외환·결제 인프라와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자산관리 부문의 확장에도 기대감이 쏠린다. 하나금융은 펀드·연금·신탁 등 전통 자산관리 역량을 갖추고 있고, 두나무는 업비트를 통해 국내 최대 디지털자산 투자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금융이 두나무 지분 투자와 동시에 디지털자산 연계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이번 지분투자는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 혁신을 가속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라며 "두나무와 함께 K-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이 글로벌 선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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