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랩, 휴온스에 흡수합병 관측…지주사 주주·FI "부의 이전" 반발
승계 그릇 된 휴온스…3社 이사회 장악한 오너가 '이해상충' 여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휴온스글로벌의 비상장 자회사 휴온스랩이 계열 상장사인 휴온스에 흡수합병될 것이란 관측이 확산하면서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 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정부의 중복상장 금지 기조를 우회하는 이번 합병 구조가 모회사 주주의 이익을 약탈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휴온스글로벌과 휴온스는 최근 조회공시를 통해 "계열사 간 합병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대상과 조건은 명시되지 않았으나, 시장은 '휴온스랩과 휴온스 간 합병'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알짜 자회사 휴온스로?…공시 직후 주가 정반대
공시 직후 양사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휴온스글로벌은 합병설이 본격화한 13일 이후 15일 오전까지 15% 넘게 급락하며 3만8천원대로 주저앉은 반면, 휴온스는 같은 기간 16% 이상 급등하며 3만5천원대로 올라섰다. 알짜 자회사인 휴온스랩이 지주사 가치에서 분리돼 휴온스로 옮겨갈 것이란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자회사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이에 따라 휴온스랩의 기업공개(IPO)가 사실상 가로막히자, 그룹 측이 상장회사와의 합병으로 방향을 틀었다.
문제는 합병 대상으로 거론되는 휴온스가 휴온스랩에 자본·연구개발(R&D) 어느 측면에서도 기여한 바가 없다는 점이다.
휴온스랩의 지분은 휴온스글로벌(58.2%)과 FI 등 외부 주주(41.8%)가 나눠 보유하고 있을 뿐, 휴온스의 보유 지분은 전무하다. 그간 R&D 자금을 대고 지분 투자를 단행한 주체는 모두 휴온스글로벌과 FI다.
휴온스랩이 휴온스에 흡수합병되면 알짜 자산의 과실은 고스란히 휴온스로 넘어간다.
휴온스랩의 가치를 보고 휴온스글로벌에 투자한 주주들의 '투자 포인트'가 휴온스 주주에게 옮겨가는 셈이다.
[연합인포맥스]
◇승계 그릇으로 떠오른 휴온스…FI도 헐값 회수 위기
시장에서는 지주사가 아닌 휴온스를 합병 대상으로 택한 배경으로 오너가의 승계 구도를 지목한다.
지난해 말 기준 윤성태 회장의 휴온스글로벌 지분은 42.76%, 장남인 윤인상 부사장이 4.62%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 지분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휴온스랩 가치가 지주사로 흡수돼 휴온스글로벌 주가가 상승할 경우 향후 상속·증여세 부담이 그만큼 커지는 구조다.
반면 휴온스로 합병할 경우 '지주사 할인'을 유지하면서도 윤 부사장이 직접 지분(3.4%)을 쥔 휴온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승계 자금 마련 측면에서 휴온스가 매력적인 그릇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휴온스랩에 수백억 원을 투입한 FI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일부 FI는 휴온스랩의 기업가치를 약 1천억 원으로 평가해 지분 9.19%를 확보했다.
올해 초에는 피하주사(SC) 플랫폼 기술이전(L/O) 기대감이 반영돼 약 3천억 원 밸류에이션에 구주 인수 논의가 오가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합병 협상 테이블에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1천억원대 초중반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휴온스랩이 단독 상장이 막힌 상황을 활용해 그룹 측이 FI 물량을 헐값에 가져가려는 구조"라고 짚었다. FI 입장에선 기대했던 L/O 성과가 가시화하기도 전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합병 추진 계획]
◇모회사 주주 배제된 합병 구조…개정 상법 취지 반해
법조계는 이번 거래 구조가 개정 상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본다. 자회사 간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이 가능해 모회사 일반주주가 개입할 직접적 통로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자회사 소유 자체가 주된 목적인 지주사가 알짜 자회사를 다른 곳에 넘기는 것은 사실상 핵심 사업을 양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 두산밥캣 사례와 유사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상법상 중요한 사업을 양도할 때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을 거쳐야 하지만, 자회사 간 합병으로 진행되면 모회사 주주들은 간접 소유 상태라 의견조차 낼 수 없다"며 "모회사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명백히 훼손됨에도 거래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너 일가가 합병 당사자 3개사 이사회를 모두 장악하고 있어 이해상충 우려도 크다. 윤성태 회장은 휴온스글로벌 총괄 대표이사이자 휴온스 기타비상무이사, 휴온스랩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를 겸직 중이다. 윤인상 부사장 역시 휴온스글로벌·휴온스 사내이사, 휴온스랩 기타비상무이사에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모회사 일반주주가 배제된 채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이 추진되는 구조에서, 3개사 이사회를 장악한 오너 일가가 독립적·공정하게 거래 조건을 협상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소액주주 연대는 국회와 금융감독당국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합병 중단 및 시정 조치를 촉구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이번 합병은 휴온스글로벌 주주의 손실을 휴온스 주주에게 넘기는 명백한 부의 이전 구조"라며 지주사의 직접 흡수합병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휴온스그룹 측은 "공시 외에 추가로 밝힐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