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재교섭 제안에도 노조 "6월 이후 협의"
OPI 제도화 이견 여전…21일 총파업 강행 가능성 커져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사 갈등이 오는 21일 예고된 총파업을 엿새 앞두고 다시 중대 분기점에 섰다.
사측은 조건 없는 재교섭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파업 이후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전날까지 노조가 대표이사 명의의 구체안 요구에 사측이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 사실상 대화 재개가 아닌 파업 수순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15일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에 보낸 공문에서 "협상 타결을 바라는 임직원과 주주, 국민의 바람에 부응해 조건 없이 다시 만나 대화할 것을 거듭 제안한다"고 밝혔다.
사측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두고도 재원을 영업이익의 10%와 경제적부가가치(EVA) 20% 중 선택하는 투명화 방안을 제시했고, 상한 폐지 요구와 관련해서는 기존 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상한 없는 특별보상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 답변을 수용하지 않았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사측 공문에 대해 "저희에게 보내는 공문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21일 예고된 파업이 끝나는 6월 7일 이후 협의하겠다는 것이 노조 측의 공식 입장이라고 답했다.
최 위원장은 "교섭은 언제든 할수있으니 6월에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노조가 사측의 재교섭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고, 예정된 파업 일정을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국면의 핵심은 단순한 임금 협상 결렬이 아니다.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산정 방식과 보상 제도화라는 구조적 쟁점을 두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OPI 산정 방식의 투명화, 상한 폐지, 영업이익 연계 보상 체계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경영 실적과 업황 변동성을 감안한 유연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사후 조정의 협상 과정도 일부 공개했다. 여기에서 사측은 영업이익을 200조원으로 가정하고 성과급 연계 비율도 10%로 제한하려해 노조와 충돌했다.
최 위원장은 대표이사 명의의 구체안을 요구했으나 이날 사측이 기존안을 유지하면서 대화는 완전히 차단된 모습이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일은 오는 21일이다. 이날 현재 기준으로 엿새밖에 남지 않았다. 중노위가 16일 사후조정 재개를 권고했지만, 노조가 파업 이후 협의 방침을 밝히면서 조정 재개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파장은 임금·성과급 협상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 속에서 메모리 업황 회복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회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치닫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속도와 HBM 공급 확대 여부를 주목하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생산 차질 우려가 불거지는 것은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부담이다. 반도체 공정은 특성상 한 번 멈추면 단기간에 정상화하기 어렵다. 특히 HBM과 첨단 D램 공급 안정성은 글로벌 고객사의 AI 서버 투자 일정과도 맞물려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주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 속에 삼성전자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파업 리스크가 부각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적 개선 기대와 노사 리스크를 동시에 따져야 한다.
정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삼성전자 노조가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긴급조정권 발동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 발동될 수 있는 제도다.
다만 정부 개입은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 노조로서는 쟁의권 제한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사측 역시 정부 개입 전까지 자율적 타결에 실패했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현재로서는 파업 강행 가능성이 더 커졌다.
수원지방법원이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낸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건이 오는 20일까지 최종 결정이 나올 예정이지만, 법원에서 사측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총파업 자체를 원천 봉쇄하기는 어렵다. 가처분 신청이 위법한 쟁의로 한정되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 내에서의 총파업은 가능하다.
21일 총파업까지 남은 기간 극적 타결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날 사측 공문에 대한 노조의 반응을 보면 대화의 문은 사실상 파업 이후로 밀린 모양새다.
노조측은 앞서 이번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이 4만1천명이고, 현재 상황으로는 5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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