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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5위 한화①] 탄약에서 K-방산까지…김승연 회장, M&A 승부사의 길

2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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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방산 빅딜·두산DST·한화오션 인수…11년 베팅 재계 판도 바꿔

[※ 편집자주 : 한화그룹이 창사 74년 만에 처음으로 재계 5위에 올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6년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 한화는 삼성·SK·현대차·LG에 이은 5대 그룹에 진입했습니다. 화약 국산화에서 출발한 기업이 방산·조선·우주항공을 앞세운 제조 대기업으로 재편된 결과입니다. 연합인포맥스는 한화의 빅5 진입 배경을 M&A 전략, 지정학 리스크, 향후 성장 변수 등을 3건의 기사로 짚어봅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1952년 화약 국산화를 목표로 출발한 한국화약이 창립 74년 만에 재계 5위 그룹으로 올라섰다.

17일 이달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공정자산총액은 149조6천50억원으로 전년보다 19% 증가했다. 순위는 지난해 7위에서 올해 5위로 두 계단 뛰었다.

오랫동안 굳어져 있던 '삼성·SK·현대차·LG·롯데'의 재계 5대 그룹 구도도 깨졌다. 롯데가 물러난 자리를 방산과 조선을 앞세운 한화가 차지했다.

한화의 빅5 진입은 단순한 업황 호조가 아니다. 2014년 삼성 방산·화학 계열사 인수 발표 이후 2015년 계열 편입, 2016년 두산DST 인수, 2023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이어진 대형 인수·합병(M&A)이 누적된 결과다. 화약·탄약 중심 제조그룹이 육·해·공과 해양 방산을 아우르는 방산·조선 그룹으로 재편된 과정이 올해 재계 순위표에 반영된 셈이다.

한화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2015년 삼성 빅딜…방산 재편의 출발점

한화 방산 도약의 첫 변곡점은 2014년 말 발표돼 2015년 마무리된 삼성과의 빅딜이었다.

한화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삼성의 방산·화학 계열 4개사를 약 2조원에 인수하는 거래를 단행했다. 삼성은 비주력 방산·화학 사업을 정리하고 전자·반도체·바이오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고, 한화는 방산과 화학을 동시에 키울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

당시 시장의 평가는 엇갈렸다. 방산은 정부 예산 의존도가 높고 수익성이 제한적인 산업으로 여겨졌다. 삼성테크윈 매각 과정에서는 임직원 반발도 거셌다. 한화 입장에서도 2조원 규모의 빅딜은 부담이 큰 승부수였다.

결과적으로 이 거래는 한화그룹의 체질을 바꿨다.

삼성테크윈은 한화테크윈을 거쳐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핵심 축이 됐다. 삼성탈레스는 한화탈레스를 거쳐 한화시스템으로 재편됐다. 한화는 기존 탄약·유도무기 중심 사업에 항공엔진, 레이더, 감시장비, 지휘통제, 방산전자 역량을 더했다.

이후 두산DST 인수와 방산 계열 재편을 거치며 사업 범위는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항공엔진, 레이더, 위성·우주 사업으로 넓어졌다. 한화가 국내 대표 방산기업으로 올라서는 기반도 이때 마련됐다.

실적도 뒤따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6조6천78억원, 영업이익 3조345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37%, 영업이익은 75% 증가했다. 지상방산 수출 확대와 항공우주 부문 흑자 전환에 더해 한화오션 연결 편입 효과가 반영되면서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커졌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을 넘어 조선까지 아우르는 통합 방산·조선 그룹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가상 전시관에 전시된 K9 자주포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두산DST로 지상 방산 보강…한화오션으로 해양까지

삼성 빅딜이 방산 재편의 출발점이었다면 2016년 두산DST 인수는 지상 방산 포트폴리오를 보강한 거래였다.

한화테크윈은 2016년 두산DST 지분 100%를 6천950억원에 인수했다. 두산DST는 장갑차와 대공무기, 발사체계 등 지상무기체계에 강점을 가진 회사였다. 이후 한화디펜스로 사명을 바꿨고,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방산 부문의 핵심 기반이 됐다.

이 인수로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탄약·유도무기, 항공엔진, 레이더·전자체계에 이어 기동·대공·발사체계까지 갖추게 됐다. 이후 방산 계열을 단계적으로 통합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지상방산, 항공우주, 탄약·유도무기, 방산전자를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세 번째 승부수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였다.

한화는 2008년에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시도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자금조달 문제 등으로 무산됐다. 이후 15년 만인 2023년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았고, 회사는 한화오션으로 새 출발했다.

이 거래는 단순한 조선업 진출이 아니었다. 한화는 육상 방산과 항공우주에 이어 함정, 잠수함, 해양 방산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센서 역량,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무기체계 역량, 한화오션의 함정 건조 역량이 결합할 수 있는 구조도 마련됐다.

인수 초기에는 우려도 컸다. 대우조선해양은 장기간 구조조정과 적자, 고정비 부담을 안고 있었다. 조선업 특유의 경기 변동성과 대규모 자금 부담도 한화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였다.

그러나 조선 업황 회복과 방산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한화오션은 그룹 내 핵심 사업 축으로 부상했다. 한화오션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2조6천884억원, 영업이익 1조1천9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각각 17.7%, 366.2% 증가했다. 건조 선가 상승과 수익성 개선이 실적 확대를 이끌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김승연 회장의 11년 베팅…화약회사에서 K-방산 그룹으로

한화의 재계 5위 진입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방산 3사의 합산 자산총액은 53조7천194억원으로 전년보다 34.3% 증가했다. 그룹 전체 자산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이들 3사가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수주잔고도 향후 성장 기대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잔고는 37조원대, 한화시스템은 9조원대, 한화오션 특수선 부문은 7조원대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거침없는 영토 확장의 바탕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과 결단력이 있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김 회장은 대다수 대기업이 경기 불확실성에 외형 확장을 주저할 때마다 "몸집 키우기가 아닌 미래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이라며 메가 딜을 정면 돌파했다.

실제 한화의 M&A는 지정학 변화와 맞물리며 효과가 극대화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재무장 수요가 확대됐고, 중동과 아시아에서도 방산 수요가 늘었다. 과거 내수 중심 산업으로 평가받던 방산이 수출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에서, 2015년 삼성 빅딜 당시 시장의 우려와 내부 반발을 뚫고 인수를 밀어붙였던 김 회장의 뚝심이 빛을 발한 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 차례 무산됐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15년 만인 2023년 다시 추진해 '한화오션'으로 부활시킨 점 역시 "한번 믿으면 끝까지 간다"는 김 회장 특유의 '신용과 의리' 경영 철학이 투영된 결과다. 단기적인 업황 전망에 흔들리지 않고 국가 기간산업인 방산과 조선의 미래 가치에 10년 넘게 끈기 있게 베팅한 집념이 결국 주효했다.

물론 승부가 항상 탄탄대로로만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방산 호황이 둔화하거나 조선업 사이클이 꺾일 경우 대규모 인수로 커진 몸집은 되레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화오션의 미국 필리조선소 투자 연착륙, 방산 수출의 정책적·정치적 변수, 확대된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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