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삼성전자[005930]의 파업 위기에 온 나라가 진동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이를 제도화해 매년 시행하라는 노조의 주장에 사측은 지나친 요구라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노조가 예고한 파업일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15일 파업 우려에 8.61% 폭락했다가 주말을 지나 3.88% 오르는 등 요동쳤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긴급조정을 포함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노사 합의를 강하게 압박했다.
반도체 생산 라인이 멈출 경우 노조 추산 30조원의 직접 피해와 수출 감소를 비롯해 글로벌 공급망 내 신뢰 훼손, 반도체 고객사의 이탈 등이 우려된다.
이뿐만이 아니라 협력업체의 피해와 금융시장의 불안, 국내 투자 위축, 인공지능(AI) 경쟁에서의 우위 상실 등 간접적인 피해도 결코 과장이 아닌 상황이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노조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못지않은 최고 대우를 요구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업계 지위를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노조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처럼 메모리 반도체 한 우물만 파는 회사가 아니다.
벌어들인 돈으로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에도 투자해야 하고, 반도체 부문인 디바이스솔루션(DS) 파트에 성과급을 지급할 때 모바일과 가전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서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시황 산업인 반도체업이 불황을 겪을 때마다 DX 부문의 실적과 자회사의 지원으로 어려움을 헤쳐온 역사가 있다. 가장 최근인 2023년에는 DS 부문이 14조9천억원의 대규모 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중에 DX 부문이 14조4천억원의 이익을 내며 회사를 지탱했다.
2022년~2023년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력이 SK하이닉스에 밀리기 시작했던 결정적 시기다.
반도체 기술력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는 와중에 현금까지 고갈됐던 삼성전자는 2023년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차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듬해인 2024년에는 6조원이 넘는 배당을 통해 삼성전자에 5조6천395억원을 추가로 수혈했다.
삼성전자가 HBM의 경쟁력을 되찾고 HBM3E 12단의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것이 불과 작년 9월이다.
디스플레이로부터 빌려온 20조원의 자금이 HBM 개발과 양산의 발판이 됐음은 물론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에야 빌려온 돈의 절반인 10조원을 상환했고, 아직도 디스플레이 부문에 10조원의 빚을 남겨두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현재 막대한 영업이익을 견인하는 HBM의 경쟁력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확보한 자금에 힘입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노조 탓만 하자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번 사태는 선진국이 된 경제 체급에 걸맞게 기업 이익의 분배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자는 사회적 요구가 분출된 것일 수 있다.
제언도 쏟아지고 있다. 성과에 따라 주식을 지급하는 성과연동형 주식(PSU), 근속 연수에 따라 일정한 규모의 주식을 지급하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등은 직원을 주주로 만들어 주주자본주의와의 충돌을 완화하는 성과 보상 체계다.
이 밖에 영업이익률 구간별로 성과급 상한을 늘리는 변동 상한 조정방식, 미국 빅테크 기업처럼 개인별·조직별 성과 차이를 강조해 성과급을 산정하는 방안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인센티브를 보여달라, 그러면 결과를 보여주겠다'는 말이 있다. 2023년 별세한 전설적인 투자자 찰리 멍거가 남긴 명언이다. 멍거는 행동경제학을 좋아해 자신의 투자에도 이를 깊이 적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이번 노사 협상에서 근로자의 인센티브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렸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결정은 국내 다른 업계, 다른 기업으로 번져나가 우리나라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산업부 한종화 기자)
jhhan@yna.co.kr
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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