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5·18민주화운동 46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 18일 스타벅스코리아가 부적절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신세계[004170]그룹 계열사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상징과도 같은 날을 모욕하며 상업적으로 활용했다.
다음 날인 19일 오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사과문을 냈다.
재계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여러 번 봐왔지만, 이 사과문에는 분명히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우선 주체가 명확했다. '이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이 저에게 있다'는 문장은 흔히 보기 어려운 표현이다.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최고경영자(CEO)가 내놓는 사과문의 전형적 패턴은 책임을 희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단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 후 변명을 늘어놓기가 일쑤였다.
'담당 부서의 착오', '프로세스상의 미비', '사전 검토 부족' 같은 표현이 되풀이됐다. 책임의 무게를 조직으로 분산시키면서 정작 수장은 뒤로 물러서는 구조를 수없이 봐왔다.
정 회장의 사과문은 조금 달랐다. 오너가 전면에 나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어떤 해명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는 문장은 사과문에서 보기 드문 자기 인식으로 볼 수 있다. 방어 논리를 선제적으로 포기한 셈이다.
후속 조치의 구체성도 주목할 만하다.
발생 경위와 승인 절차 조사 및 결과 투명 공개, 전 계열사 마케팅 콘텐츠 검수 과정 재점검, 전 임직원 대상 교육 실시 등 선언적 약속이 아니라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과제로 적시했다.
이 약속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이행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기업의 사과문이 별다른 후속 조치 없이 소비되는 사례는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위기 대응에서 사과는 시작일 뿐이다. 사과문의 완성도가 곧 위기 극복의 완성이 되지는 않는다.
신세계그룹이 이 사과문에서 적시한 조치들을 실제로 이행하는지, 유사한 사안이 재발하지 않는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과문은 재계 오너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점 하나를 남겼다.
변명없이 기업의 잘못에 대해 수장이 직접,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한 점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사과문은 기억될 만하다. (산업부 변명섭 차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msbyun@yna.co.kr
변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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