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임은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금융당국 고위 관료들의 퇴직 이후 진로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금융권 곳곳에서 '관(官) 출신 인사난'이 심화하고 있다.
이번 정부 초반부터 이어진 '관치·전관예우 경계론' 기조로 전통적 낙하산 통로가 막히자 금융당국 출신 고위 인사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금융권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평가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 출신 고위 인사들 사이에선 금융권 산하 연구기관과 유관기관 자리를 둘러싼 물밑 움직임이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곳이 한국거래소와 여신금융협회,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이다.
과거에도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금융지주 산하 연구소나 협회, 금융 유관기관으로 이동한 사례는 적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이는 '관 출신 인사 챙기기' 관행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쌓이고 있어서다.
특히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반복적으로 금융권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과거처럼 금융당국 고위직 출신이 금융권 핵심 자리를 이어받던 관행에도 제동이 걸렸다.
현재 인선이 진행 중인 여신금융협회 역시 당초 서태종 전 한국금융연수원장과 김근익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등 금융당국 관료 출신들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으나 최근에는 비(非) 관료 출신으로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실제 금융권에선 최근 예탁결제원 사장에 선임된 이윤수 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과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으로 이동한 한구 금감원 부원장보 케이스를 제외하면 금융당국 출신 고위 인사들의 이동 경로는 사실상 막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1급 이상은 협회나 산하기관, 금융공기업 자리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며 "금융사들 또한 '관 출신 모시기' 논란에 휘말리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지주 산하 연구소들조차 관 출신 인사를 받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금융권 안팎에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또한 금융위 출신인 박정훈 대표의 후임으로 관 출신 인사를 연이어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권 초기부터 이어진 인사 기조상 금융권 내부 전문성과 민간 출신 중심 체제를 강조하는 분위기는 더 강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이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시선을 외면하긴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오는 2027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둔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를 둘러싼 하마평이 무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금융위 출신 관료들이 오랫동안 선호해온 대표적인 금융권 요직 가운데 하나다.
시장 인프라 기관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이 자리 역시 그간의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 지에 대해 낙관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권 인사들까지 거래소 수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데다 자본시장 활성화와 증시 부양이 새 정부 핵심 정책 과제로 떠오르면서 단순 관료 출신보다는 정책·정무 감각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히 금융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요 자리를 맡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정권 초반이다 보니 전관예우 논란 자체를 굉장히 조심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정부부처 관계자도 "과거엔 퇴직 이후 갈 수 있는 자리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면 지금은 거래소 같은 몇 안 되는 자리로 시선이 몰리는 상황"이라며 "관 출신 인사들 사이 경쟁도 이전보다 훨씬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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