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상민 기자 = 금융당국의 초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출시 등을 담은 고정금리 활성화 대책이 올 하반기 이후로 또다시 연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상단이 다시 7%대를 돌파하면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일 장기 고정금리 상품 도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과 자금조달 구조 문제에 막혀 표류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당초 올 초 발표 예정이었던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활성화 방안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장기 고정금리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8차례에 달하는 회의를 통해 윤곽을 잡아 왔으나 사실상 진행이 멈춘 상태다.
TF에선 최장 30년까지 금리가 바뀌지 않는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 출시와 장기 주담대를 은행권 총량에서 제외하는 등의 활성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돼왔다.
금융당국이 초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을 추진하는 이유는 금리 상승 국면에서 서민 등 실수요자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차주가 금리 상승에 노출돼 상환 부담이 커지지 않고 일정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발표가 우선순위를 차지하면서 발표 시점이 한 차례 미뤄진 데 이어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규제 등 다른 현안에 밀리면서 일단 수면 아래도 내려간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투기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투기성 전세대출을 가려낼지가 쟁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상황을 주시 중으로 일단 상반기는 (발표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 하반기에 장기 고정금리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은행권은 기준 마련이 까다로운 비거주 1주택자 규제로 장기 고정금리 대책이 또다시 후순위로 밀릴지 주시하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 규제가 오는 7월에 발표된 후 바로 장기 고정금리 대책이 준비된다면 발표 시점이 3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비거주 1주택자에 이어 다른 대책 마련을 지시할 경우 금융당국의 구조적 장기고정금리 개선책 마련은 또다시 뒷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출금리는 빠르게 치솟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형(5년) 금리는 지난 18일 기준 연 4.43~7.03%다. 올 1분기 말 기준 주담대 금리 상단이 7%대를 돌파한 뒤 상승세가 누그러지며 6%대로 내렸지만, 다시 7%대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 전에 대책을 내놓는 것이 구조적 충격을 흡수하는 데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금리 인상 우려에도 가격 부담에 변동금리 차주는 역설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이 지난 3월 신규 취급한 주담대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39.2%로 전월 대비 10.3%포인트 늘어났다. 이는 지난 2022년 6월(42.9%)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금융권 연체율이 소상공인과 기업 중심으로 우상향하는 점도 부담 요소다. 은행들은 저소득 실수요자들의 경우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이 임계점에 근접해 가계대출에 대한 건전성 압박이 더해질지 우려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취약 1주택자 차주 중심의 연착륙 대책이 이른 시일 내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smhan@yna.co.kr
한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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