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에서 오랫동안 지체되었던 Clarity(클레러티) 법안이 지난 14일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통과되었다. 2025년 7월 17일 하원에서 통과된 지 10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공화당 13명, 민주당 11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공화당 13명 의원 전원이 찬성했고 민주당에서도 루벤 갈레고 의원과 앤절라 올소브룩스 의원 2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15대 9로 법안이 가결되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5월 초부터 클레러티 법안의 상원 통과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해 5월 6일 8만2천850달러까지 상승했고 18일 현재는 7만6천980달러를 기록 중이다.
◇클레러티 법안의 내용
이번에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한 클레러티 법안은 암호자산시장을 포괄하는 규정집으로, 예를 들면 도드·프랭크 법안과 같이 상당히 방대하고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법안의 목표는 어떤 규제 기관이 어떤 감독의 책임을 가질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즉 암호자산을 투자계약 증권(security)과 디지털 상품(commodity)으로 구분하고 증권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품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규제 권한을 갖게 된다.
이번 5월 상원 은행위원회가 공개한 법안 수정안 전문은 총 309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지난 1월에 공개된 278페이지보다 훨씬 길어졌다. 당초 1월 예정되었던 은행위원회 심의는 코인베이스가 스테이블코인 보상 처리 방식에 대한 지지를 철회함에 따라 연기된 바 있다. 이후 4개월간 암호화폐 업계와 은행, 백악관과 상원 민주당 간의 팽팽한 조율과 협상이 이어졌고 해당 내용들이 더해지며 보다 방대한 분량의 안이 마련되었다.
◇5월 수정안, 1월 대비 달라진 점
5월 수정안은 1월 초안의 9개 조항을 유지하면서 3개의 신규 조항(내부자 거래, 파산 면책조항, 건설 촉진법)을 추가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보상과 밸리데이터 및 오라클 제공업체와 관련된 실질적인 변경 사항이 있었다.
▲스테이블코인 활동 기반 보상은 유효
1월 초안에서는 '결제 스테이블코인 보유와 관련해서 지급되는 이자 또는 수익 지급을 금지'한다고 명시했는데 5월 수정안에서는 '이자 지급 및 은행 예금에 대한 이자 또는 수익 지급과 경제적 또는 기능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결제 스테이블코인 잔액에 대해 지급되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해 1월 대비 강화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활동 기반의 보상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은행 예금에 대한 이자 또는 수익과 경제적 또는 기능적으로 동일하지 않은 진정한 활동 또는 진정한 거래'에 대해서는 보상을 허용한다는 예외 조항을 두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직접적인 이자 지급이 금지되고 활동 기반의 보상이 허용될 경우 은행과 암호화폐 플랫폼 간의 경쟁구조는 단순한 금리경쟁이 아닌 '참여와 활동'을 유도하는 경쟁으로 변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용자의 거래 및 결제, 스테이킹 등 실제 활동에 대해서만 보상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사 플랫폼 내에서 더 많은 거래와 결제가 이뤄지도록 자체 체인과 지갑, 결제망을 연결하고 송금, 결제 대상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패권의 문제로 인식
5월 수정안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 통화감독청(OC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전국신용조합관리국(NCUA), 재무부가 2년 이내에 다음의 사항을 분석하는 공동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 초안에서는 예금 유출에 대한 Fed, OCC, FDIC의 공동 보고서만 요구한 바 있다. 그런데 5월 안에서는 NCUA, 재무부가 공동 보고서 제출자에 포함되었고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따른 국채 수요, 달러 수요 및 달러패권에 미치는 영향 등이 포함되었다.
즉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가 결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단순히 은행에서 예금을 유출할 수 있는 요인으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미 국채 수요와 달러 패권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밸리데이터, 오라클 제공업체에 대한 보호
5월 수정안에서는 탈중앙화가 되지 않은 금융거래 프로토콜(비탈중앙화 프로토콜)을 충족하는 조건으로 3가지 기준을 1월 안과 마찬가지로 유지했으나 법적 예외 조항을 추가했다. 즉 네트워크 거래 컴파일, 검색, 검증역할을 수행하거나 노드 또는 오라클서비스를 운영하는 경우 비탈중앙화 프로토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러한 예외 조항이 추가됨에 따라 밸리데이터, MEV 검색자 및 구축자, 시퀀서, 체인링크와 같은 오라클 제공업체, 노드 서비스 제공업체는 비탈중앙화 프로토콜로 분류될 위험에서 벗어났고 증권거래법 등록의 의무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법안 통과 이후의 변화
지난 10여년 이상 암호자산시장은 공식적인 법안이 부재했고 규제 위반의 불확실성과 SEC 기소에 대한 두려움으로 업계는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참여를 꺼려왔다.
그러나 이번 클레러티 법안이 최종 통과된다면 과거와 같은 법적 모호성은 대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개발자들은 신규 프로젝트 구성과 출시 방법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얻을 수 있어 적극적인 프로젝트 출시가 가능해지고 거래소와 브로커리지, 수탁기관은 명확해진 등록 절차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 영위가 가능해진다. 법적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금융기관들의 암호화폐 생태계 참여가 본격화되면서 금융과 암호화폐 산업의 서비스 융합이 가속화될 것이다.
폴리마켓은 5월 18일 현재 클레러티 법안이 2026년 내 통과될 확률을 64%로 보고 있다. 백악관은 7월 4일을 대통령 서명일로 목표하고 있다. 이 일정을 위해서는 본회의에서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며 민주당에서 최소 7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쉽지 않은 여정이겠지만 이미 2명의 찬성표를 얻은 만큼 민주당 역시 당파적으로만 대응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양당의 이견을 좁히기 위한 추가적인 협상의 여지가 존재하는 만큼 올해 내 본회의 통과를 조심스레 낙관해본다.
(이미선 전 해시드오픈리서치 리서치 팀장)
장순환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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