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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하워드 슐츠는 1953년 미국 뉴욕주 브루클린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정부에서 주는 공동주택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버지는 평생을 초라한 품삯을 받는 노동자로 살았다. 이민자 출신 가정의 장남이던 슐츠는 그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취직한 곳은 복사기 회사 제록스였고, 이후 스웨덴 커피 메이커 회사인 해마플라스트의 부사장에 올랐다. 그가 스타벅스와 연을 맺은 것은 1982년이다. 당시 스타벅스는 슐츠의 고객 중 하나였다. 스타벅스의 미래를 본 슐츠는 공동 창업자인 고든 보커와 제럴드 제리 볼드윈, 지브 시글을 설득해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스타벅스의 마케팅 책임자로 들어간다. 당시 스타벅스는 매장이 고작 4개에 불과한 작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창업자와 슐츠는 갈등이 심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접한 카페 문화를 스타벅스에 도입하고 싶었지만, 창업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결국 4년 만에 스타벅스를 나온다.
그러다 1987년 스타벅스가 매물로 나오자 슐츠는 인수한다. 커피 원두 도매상 같았던 스타벅스에 자신이 생각했던 사업 구상을 접목한다. 매장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판매했고, 매장 수를 급격하게 늘렸다. 캐나다 밴쿠버를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 주요 도시에 스타벅스 로고를 심기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 매장 수는 4만여개에 이른다. 슐츠의 경영 방침은 명확했다. '사람·경험·가치'를 중심에 두는 것이었다. 커피를 판매하는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새로운 경험을 고객에게 주겠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매뉴얼화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직원을 동등하게 대우해주는 경영 방침을 제시했다. 커피를 내려 판매하는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 회사를 같이 끌고 가는 파트너로 대했다. 이는 스타벅스 내부의 강력한 로열티로 이어졌다. 공정무역 커피 도입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조기 도입했다.
사람과 경험, 가치를 중시하는 슐츠의 경영은 사실 그의 어릴 적 경험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민자 출신의 빈민가에서 자수성가한 그는 모두가 존엄 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는 돈에 목매지 않고서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든다면 결국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어찌 보면 스타벅스가 처음 만들어진 샌프란시스코와 슐츠가 사업을 확장한 시애틀이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사람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고, 경험과 문화가 충만했던 곳이라는 지리적 맥락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슐츠가 평생을 바쳐 일궈낸 커피 대중화는 결국 사람과 경험, 가치를 모두가 소비하게 하려는 것이었던 셈이다. 지난 2011년 한국을 찾아 강연한 슐츠는 스타벅스를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한다. "Humanity could be the word". 그의 머릿속엔 사람이 최우선이었다.
대한민국 커피 시장을 이끄는 곳 역시 스타벅스다. 1999년 이화여대 앞에 1호 매장이 개점했다. 스타벅스와 신세계그룹이 50대 50의 지분으로 만들어진 스타벅스코리아가 운영사였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매장(직영점) 수는 2천100여개에 달한다. 이는 1만7천여개의 미국과 7천600여개의 중국에 이어 전 세계 3위 규모다. 이마트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손잡고 지난 2021년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보유한 지분 50%를 사들였다. 현재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의 지분은 이마트가 67.5%, GIC가 32.5%를 보유 중이다. 물론 매년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미국 본사에 지급하는 조건으로 지분을 인수한 것이었다. 외피는 미국 회사이지만, 내면은 한국 회사인 셈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해 벌어들인 돈(매출액)은 3조2천379억원, 영업이익은 1천730억원에 달했다. 이마트와 GIC가 받아 간 배당금은 1천621억원이었다. 이마트의 종속 기업 중 으뜸 효자 기업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탱크데이' 이벤트로 초대형 사고를 쳤다. 이재명 대통령이 격노하는 메시지를 SNS에 올리고, 사고 당일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경질 해임되고, 그룹 총수인 정용진 회장은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미국 본사까지 사과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다. 세계 주요 외신도 한국에서 벌어진 일을 전 세계로 타전했다. 이마트 주가도 급락했다. 일개 마케팅 직원의 부주의함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일이 터지고 나서 여기저기서 나오는 첫 마디는 공통적이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정용진 회장 때문이다. 물론 정용진 회장이 계열사의 이벤트 행사 문구까지 일일이 챙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실제 그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시선이 정용진 회장으로 향할까. 그간 수년간 그가 해 온 행태의 결과물일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대한민국 기업인 중 가장 적극적인 '극우 행보'를 보여온 인사다. 사실 그의 이념이나 생각이 어떤 쪽에 머물러 있고 향하는지를 두고 뭐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그가 거대 기업의 총수로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철학과 방침에 그의 생각이 스멀스멀 스며들고 있다면 상당히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세계와 이마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비·유통 기업이다. 지난 2022년 정 회장은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자신의 SNS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멸콩(멸공)' 놀이를 시작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올렸다 국가 간 논란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갑자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 교체한 뒤 '멸공'의 대상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뜬금없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이유로 꺼내 들었다. "사업하면서 얘네(북한) 때문에 외국에서 돈 빌릴 때 이자도 더 줘야 하고 미사일 쏘면 투자도 다 빠져나가더라. 당해봤나?"라고도 했다. 황당하게도 신세계 주가만 내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문제가 아니라 정용진 리스크가 회사를 죽이고 있다는 비아냥만 나왔다.
이번엔 정 회장이 직접 참전한 것은 아니지만, 정 회장의 소위 '극우 코드'가 계열사에 큰 해악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일일이 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정 회장은 2022년 '멸콩' 놀이 때처럼 꾸준히 자신만의 행보를 계속해 왔다. 한국판 마가(MAGA)로 불리는 빌드업코리아 행사에 스타벅스가 후원했고, 정 회장은 직접 영상 축사까지 보냈다. 미국 극우 마가 세력들과의 연결 고리인 록브리지 네트워크코리아의 이사진으로도 활동했다. 정 회장의 개인적 활동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극우 코드'를 계속해 빌드업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가 이끄는 신세계그룹의 주요 계열사 CEO와 임원들은 과연 총수의 생각과 가치를 남 일처럼 멀리할 수 있을까. 그런 CEO와 임원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회사 다녀본 사람들은 다 안다.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나 혼자 독립군처럼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사람과 경험, 가치를 중심적인 경영철학으로 내세웠던 스타벅스에서 벌어진 '5·18 탱크데이'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그런데 주인이 스타벅스 본사가 아닌 이마트가 된 순간부터 스타벅스코리아의 경영철학은 어찌 보면 사람과 경험, 가치가 아닌 '정용진 코드'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극우 세력 행사를 스타벅스코리아가 후원했던 일 역시 그저 해프닝은 아니었을 것이고, 이번 일 또한 그 연장선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고객들은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스타벅스가 추구해온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사고 있는데, 회사는 그저 고객들을 커피 한잔 사 먹는 사람들로서만 판단하고 있었던 셈이다. 지금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하워드 슐츠는 현재의 스타벅스코리아의 행태를 보고 뭐라 생각할까. 스타벅스 본사는 지난 2021년 이마트에 지분을 팔면서 스타벅스코리아의 귀책 사유로 브랜드 평판 가치가 훼손될 경우 이마트가 보유한 지분 67.5% 전량을 정상가 대비 35% 할인된 가격에 강제로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스타벅스 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인이 다시 바뀌게 될까.
(선임기자 /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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