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을 예고하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역대 긴급조정권 발동 사례에서 해당 종목의 주가는 파업·협상 변수에 단기 반응하더라도 결국 업황과 시장 흐름에 수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긴급조정권은 1963년 제도 도입 이후 총 4차례 발동됐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1993년 현대자동차, 2005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대상이었다. 이 중 대한조선공사를 제외한 3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긴급조정권 발동이 주가의 방향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1993년 현대차 파업 때는 긴급조정권 발동일(7월 20일) 종가가 2만8천원이었다. 다음 날 노사 합의로 파업이 종료됐지만 주가는 반등하지 않았다.
한 달 뒤인 8월 말 현대차는 2만5천600원까지 떨어져 발동일 대비 8.6% 하락했다. 다만 같은 기간 코스피도 749.86에서 664.88로 11.3%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는 시장 대비 약 2.7%포인트 선방한 셈이다. 파업 해결이 호재로도, 약재로도 작용하지 않았고 시장 전반의 하락 흐름에 연동됐다.
2005년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7월 17일 전후에도 주가는 하락하기는커녕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갔다.
주가는 파업 이전부터 순항해 꾸준히 상승했다. 파업 전후 수 개월 간 코스피가 21.5% 오르는 동안 약 10%포인트 상회하며 파업과 무관하게 시장 강세 흐름을 탔다.
같은 해 12월 대한항공도 마찬가지였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12월 11일 전후에도 주가는 꺾이지 않았고, 이듬해 1월 10일 강제 중재재정일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파업 전후 수 개월 간 코스피가 17.4% 오르는 동안 대한항공은 60%대 상승을 기록해 시장을 43%포인트 이상 초과 상승했다. 연말 성수기 기대와 항공 업황 개선이 파업 변수를 압도한 셈이다.
세 사례 모두 긴급조정권 발동 자체는 주가의 전환점이 되지 못했다. 현대차는 파업 종료에도 시장 약세에 함께 밀렸고,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은 파업 중에도 업황 호조에 힘입어 시장을 크게 아웃퍼폼했다. 파업이나 협상 결과가 아닌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과 거시 환경이 주가의 궤적을 결정한 셈이다.
한편 1969년 대한조선공사와 1993년 현대차는 발동 뒤 각각 3일, 1일 만에 노사 자율 합의로 마무리됐다. 반면 2005년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은 조정이 결렬돼 중앙노동위원회의 강제 중재재정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0.91% 오른 27만8천원으로 출발해 장중 28만2천500원까지 올랐으나, 3차 사후조정 회의가 결렬되고 노조가 총파업 돌입을 공식화하면서 한때 4.36% 하락한 26만3천500원까지 밀렸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는 소폭 상승세를 유지해 대조를 보였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파업 우려가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 달간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이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KB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파업 우려보다 실적 개선 강도에 주목해야 한다"며 "2분기 현재 AI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전체 메모리 출하의 70%를 흡수하고 있고, 고객사의 메모리 수요 충족률은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2분기와 3분기 메모리 가격이 시장 예상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아 실적 추정치 상향 여지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한국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57만원으로 54% 상향하면서 "파업 리스크로 경쟁사 대비 주가가 눌려 있는 만큼, 리스크가 해소될 때 주가의 상승 탄력은 오히려 경쟁사보다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풀가동 중인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분을 타사가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메모리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긴급조정권은 노조법 제76조에 따라 쟁의행위가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다.
발동 즉시 파업은 30일간 금지되고, 중노위가 조정 절차에 돌입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대국민담화에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노동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제도 자체의 폐지를 권고한 전례가 있어 실제 발동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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