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떼기 전 영업이익 나눠갖는 건 투자자도 할 수 없는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선임기자 = 성과급 규모를 둘러싸고 삼성전자 노사 간 협상이 사실상 결렬돼 노조의 총파업이 임박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노조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비판하면서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등을 통한 적극적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중앙노동위원회 사후 조정을 통해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려고 노력했음에도 노조 측이 완강한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상황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한 듯 "사회 구성원들은 적정한 선을 잘 지켜야 하고, 그 선 안에서 자신들의 권리와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선을 넘을 때는 사회 전체, 공동체 모두를 위해 주어진 책임을 다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삼성전자 노조가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총파업을 무기로 자신들의 이익 관철에만 몰두하면서 사회 공동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점에 대해 '선을 넘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에 대해 회사와 노동자, 주주 등 각각의 이해 주체들이 합리적인 방식으로 분배해야 하는데,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N% 성과급' 방식이 과연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방식이냐는 문제의식이다.
이 대통령은 "노동에 대해서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영업이익에 대해 이익을 배분받는 것은 투자자가, 주주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 배분 우선권이 주주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국민 공동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을 일정 비율로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다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0 superdoo82@yna.co.kr
사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한 이후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수의 기업 노조가 성과급을 영업이익 기준으로 달라고 요구하면서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결국 기업의 이익은 누구의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다만, 상법상 주식회사 형태인 대다수의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노동자들의 성과급으로 제도화해 지급하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의 정합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기업이 청산될 경우 채무를 우선 변제하고 남은 재산을 주주가 보유 주식 비율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인 잔여재산청구권까지 소환되고 있다.
통상 기업을 구성하는 여러 주체는 법인인 회사와 채권자, 주주, 노동자, 협력 및 하청업체들로 구성된다.
이들 주체는 각각의 방식으로 보상받는데 채권자는 자금 대여에 따른 이자를 통해 보상받고, 노동자는 노동력을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 주주는 배당을 통해 주주로서의 이득을 보장받는다.
회계상 기업의 영업이익은 매출총이익에서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등 판매·관리비 등의 비용을 제외한 이익을 말한다.
그런데 노동자는 인건비를 통해 노동력 제공에 대한 대가를 우선적으로 받고 법적으로도 보호받는다.
다만 성과급은 초과 이윤이 발생했을 때 경영상 판단에 따라 지급하는 게 관례다. 물론 노사 간 협의를 통해 규모와 지급 방식 등을 정해 둘 수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익 분배의 기준이 영업이익이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논란이다.
세금(법인세)과 주주 배당 재원(이익잉여금) 등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인 영업이익을 노동자들이 성과급을 통해 선점하는 것은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것이다.
상법상 잔여재산청구권자는 주주인데, 노동자를 주주와 동일한 지위에 올려놓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주주는 회사의 이익이 발생하면 배당을 통해 분배받지만, 손실이 날 경우는 배당받지 못하고, 회사가 어려워질 경우 증자 참여 등을 통해 자본을 더 투입해야 하는 책임도 지게 된다.
즉 회사가 청산될 경우라도 채권자와 노동자는 법적으로 보호되는 대상이지만, 주주는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지위다.
이러한 측면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기준의 성과 배분 방식은 주주자본주의에 반한다고 경제계와 학계는 물론 법조계에서 지속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많은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성과급을 현금이 아닌 주식 등을 통해 지급하는 것도 이러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 대통령이 이날 "이런 문제들도 우리가 모두 한번 고민을 해봐야 할 부분이 아닌가. 결국 이 모든 조정의 최종 책임은 정부에 있다"라고 말한 것을 고려할 때 향후 정부 차원에서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문제들에 대한 법적·제도적 개선 방향 마련을 위한 논의가 촉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pisces738@yna.co.kr
고유권
pisces738@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