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전 세계적으로 국채 금리가 역대 최고치로 치솟으며 채권시장이 뜨겁게 요동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장중 4.6%선을 뚫고 30년물 금리는 5%를 넘어섰으며 일본과 영국의 장기 국채 금리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이러한 채권시장의 공포를 자극하는 실체는 인플레이션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시행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시장의 가장 큰 꼬리 위험(Tail risk)으로 '인플레이션 파동'을 꼽았다.
19일(현지 시각)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물가 상승 우려가 팽배함에도 정작 인플레이션 방어막이 되어야 할 물가연동국채(미국의 TIPs) 시장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물가채의 원금과 이자가 불어나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매수세가 몰려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떨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일반 국채 금리(명목 금리)에서 물가채 금리(실질 금리)를 뺀 값인 '손익분기 인플레이션(BEI, 기대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0%를 살짝 웃도는 2.5% 수준에 차분하게 묶여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를 시장이 인플레이션에 안도하고 있다고 해석하지 않고 물가연동국채 시장 자체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치명적인 착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인플레 공포 속에서도 물가채를 외면하는 이유는 ▲극심한 유동성 부족과 연기금의 독점 ▲과거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안전 자산 쏠림의 부작용 등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 전체 국채 시장에서 물가연동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7%에 불과한 데다 이 채권의 대부분은 은퇴자들에게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대형 연기금들이 꽉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주가나 금리가 어떻게 변하든 만기까지 채권을 절대 팔지 않는 '바이앤홀드(Buy & Hold)'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 트레이더들이 시장에 진입해 인플레 우려를 가격에 반영하고 싶어도 매물이 없어 거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구조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물가연동국채가 미래 물가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다는 불신도 깊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공포 장세 당시 미 10년물 BEI는 0.5%까지 추락했고 2년물 BEI는 -1%까지 폭락하며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예고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는 수십 년 만에 가장 가파른 초인플레이션을 겪었고, 2022년 미 소비자물가는 9%를 돌파했다.
위기 상황에서 물가연동국채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완전히 망가진다는 것을 목격한 투자자들은 현재도 물가채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자산으로서 지위도 일반 국채보다 약하다는 지적이다. 지정학적 위기나 증시 폭락 우려가 커질 때 투자자들이 본능적으로 도피하는 '최후의 안전 자산'은 물가채가 아니라 일반 명목 국채다.
투자자들은 증시가 무너지면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고, 이에 따라 일반 국채 가격이 급등해 자산 손실을 상쇄해 줄 것이라는 오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위기가 오면 돈은 오직 일반 국채로만 쏠리고, 이 과정에서 일반 국채 금리는 매수세로 인해 인위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일반 국채 금리와 물가채 금리의 격차인 BEI 역시 강제로 억눌려 낮아지게 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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