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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직선제 수용 개혁안 '독' 될라…강호동의 '고민'

2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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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직선제 받고 감사위 설치 거절…후폭풍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농협중앙회가 중앙회장 선거 조합원 직선제 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농협 개혁안 발표를 추진했다 돌연 보류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진짜 농협'을 언급하며 예로 든 직선제 도입을 전격 받아들이면서 강호동 회장의 거취 문제를 수면 아래로 끌어내려는 의도가 숨어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일부 농·축협 조합장 등이 중요한 사안을 너무 급하게 추진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등 이견이 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농촌 민심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당정이 제안한 외부 감사위원회 설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데 더 의미가 실릴 경우 여론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전일 중구 본관에서 긴급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조합원 직선제 도입 등 개혁 방안을 논의했으나 최종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채 발표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공동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범농협 임원 등 60여명이 참석했으며, 강 회장이 준비한 개혁안을 공유하고 직접 대국민 발표를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중앙회장 선거와 내부통제 같이 지배구조와 직결되는 중요 내용을 성급하게 결정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이 제기되면서 3시간 가까운 마라톤 회의로 흘러갔고,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농출협 조합원의 70%가 관치 감독을 이유로 반대해온 직선제를 전격적으로 수용하기로 결정한 타당성과, 조합원을 어떻게 설득할지 등에 대한 대책은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농협 지배구조 개혁을 추진해오고 있는 데 더해 최근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압박을 가한 것이 강 회장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조합장은 갑작스럽게 바뀐 방향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원 직선제는 차기 회장을 노리는 잠재적 후보군, 즉 조합장들에게는 민감한 사안이지만 농협법상 중앙회장은 4년 단임제로 현 회장에겐 영향이 없다. 달리 말해 강 회장 입장에선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까지 도입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억대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가 번지고 있고, 거취 문제가 이슈가 되는 상황을 잠재우기 위한 '카드'로 충분히 꺼내들만 하다는 얘기다.

직선제 도입으로 대통령이 주문한 농협 개혁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하려는 의도로도 읽혔다.

또 하나의 핵심 안건이었던 내부통제·감사 기구 설치에 대해서도 우려가 표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농협중앙회는 이번에 범농협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설치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지난 3월 농협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혁안에 들어있던 내용으로, 당정이 제안한 농협감사위원회(감사위)와는 온도 차가 있다.

감사위의 경우 중복 규제와 인력·운영비 증가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외부 전문가로 준감위를 꾸려 감사 기능의 독립성을 강화하면서 농협의 자율성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합원 직선제와 달리 기존에 고집해오던 안을 그대로 올렸는데, 이를 두고 설치 직후 가동돼 현직 임원들도 감사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비대위에서는 이러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와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함께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가지 핵심 안건 중 하나만 정부의 뜻을 따르고, 나머지 하나는 사실상 거부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만큼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특히 조합원 직선제의 경우 400여억원으로 추산되는 선거비용 해결을 정부에 요청할 것으로 알려지며 사실상 전제 조건을 내건 거란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마지못해 떠밀리듯 개혁안을 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비대위에서 조합원 의견을 좀 더 수렴하고 내부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추가 논의 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중앙회가 지난주 대통령의 '진짜 농협' 발언 직후 조합원 직선제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다"면서 "추가 의견 수렴을 거친 최종안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본관

[촬영: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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