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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한상민 기자 = 정부의 중신용자 대출 확대 압박에 주요 은행들이 조 단위 공급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별 수백억원의 손익 부담이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이 최근 대통령 보고에서 포용금융의 주요 성과로 서민정책상품 금리 인하를 내세우면서 중금리대출 금리 수준도 내려 잡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중금리대출 금리를 기존 시장 수준보다 낮춰 공급할 경우 원가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면서도 최대한 정책에 호응해야 하는 상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A시중은행은 중신용자 대출 공급을 2조원까지 확대할 경우 최대 800억원가량의 마진 축소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부 추산 결과를 경영진에 보고했다.
이 은행은 중신용자 공급대출액의 2%가량을 이자이익 감소분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포용금융 일환으로 중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일 대통령 1년 성과보고에서 "은행권 중저신용 대출 목표를 2028년까지 2조원 이상 확대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이 제시한 목표는 2028년까지의 누적 공급 확대분이지만, 은행권들은 더 빨리 움직이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잔인한 금융' 발언 이후 주요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중금리대출 확대 방안을 검토하면서, 포용금융 이행을 둘러싼 일종의 성과 경쟁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올해 1조5천억~2조원 안팎의 공급 규모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 1분기 5대 시중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 규모는 7천959억원에 불과하다.
선제 대응에 나선 은행들이 조 단위 계획을 짜둔 상황에서 후발주자들도 규모를 크게 낮추기는 쉽지 않다.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와 여론을 감안하면 중금리대출 확대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문제는 공급 규모가 커질수록 은행들이 감내해야 할 신용위험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상대적으로 우량한 중신용자를 선별해 대출을 취급할 수 있었지만, 조 단위로 공급을 늘리려면 더 넓은 차주 층을 대상으로 대출 문턱을 낮춰야 한다.
반면 포용금융 성격상 이 같은 위험을 충분히 반영해 금리를 산정할 수 없다는 게 함정이다. 이미 자발적으로 중금리 대상 금리 하향 조정을 검토하는 곳도 있는 만큼 은행권의 가격 산정 여지는 좁아지고 있다.
중신용자 대출의 원가 구조를 감안하면 금리를 낮춰 공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은행권 입장이다. 중금리대출 금리는 자금조달 원가에 차주의 부실 가능성을 반영한 각종 위험 비용, 업무원가, 목표마진 등을 더해 산정된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비용을 모두 반영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금리를 통상 9% 수준으로 본다. 지난달 신규 취급된 무보증 가계신용대출의 금리도 이와 유사한 수준이다. 4대 시중은행(KB·신한·우리·하나)이 600~650점대 차주에 공급한 대출의 평균 최고금리는 8.64%였고, 700~750점대 차주에는 7.72%의 평균 금리가 적용되기도 했다.
중신용자 대출은 고신용자 중심의 일반 신용대출보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금리 인하와 공급 확대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이자 이익 감소와 신용 비용 부담이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담보나 보증이 충분하지 않은 신용대출 형태로 공급될 경우 경기 둔화나 연체율 상승 국면에서 충당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KCB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용점수 700점대 구간의 불량률은 3.36%로 나타났다. 불량률은 1년 내 90일 이상 장기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같은 지표는 750점 이상 구간에서 1.32%, 800점 이상 구간에서 0.68%로 낮아진다. 신용점수 50점 차이로 두 배 이상 부실률이 불어나는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2조원 수준의 중금리대출이 공급될 경우 800억원 수준의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이 정도는 정책적 공급을 위해 은행이 감내할 수 있는 흡수 범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이 정상적으로 회수되면 실제 부담은 줄어들고, 그만큼 추가 공급 여력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경쟁적으로 포용금융 관련 발표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단기 성과를 의식해 금리나 규모를 맞추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결국 은행의 수익성이나 건전성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ge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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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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