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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공룡이 될 수 없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 서류에 담긴 진심

2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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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우리는 인간이 공룡과 같은 운명을 맞기를 원하지 않는다."

20일(현지시간)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소(SEC)에 제출한 'S-1' 서류에는 인류적 선언이 등장한다. 머스크는 인간이 지구라는 단일 행성에 국한된 현 상황을 '종 레벨의 실존적 위협'으로 규정한다.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 불가능한 행성 규모의 재앙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공룡은 6천6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로 멸종했다. 단일 행성에만 살았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논리는 명확하다. 인류가 생존하려면 백업 행성이 필요하다. 화성 식민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 주장이 완전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다.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운석은 부상자 1천500명을 냈다. 고작 지름 20미터였다.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은 지름 10km였다.

머스크가 목표하는 바는 우주 개척을 통한 '풍요의 시대(an age of abundance)'다. 서류에 명시된 추정 시장 규모는 28조5천억 달러다. 우주 사업이 3천700억 달러, 연결성 1조6천억 달러, 인공지능(AI)이 26조5천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수치다.

증권신고서는 "우리는 이러한 분야(우주·연결성·AI)의 융합이 세계 경제의 전례 없는 확장을 가능하게 하여 풍요의 시대로 이끌 것이라 믿는다"며 "달과 화성, 그리고 그 너머의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겠다"고 말한다.

머스크는 왜 이런 초대형 프로젝트에 뛰어들었을까. 그는 우주 탐험이 인류를 위한 길임은 물론, 진리에 닿는 방법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의식의 빛을 별들로 확장하기 위해 AI는 스페이스X의 미션을 가속한다"며 "태양 에너지를 활용해 과학적 발전을 진전시킬, 진리를 추구하는 AI에 전력을 공급할 것"이라고 서술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머스크는 인류 문명이 일종의 초고등 문명으로 진화할 것을 약속한다.

증권신고서는 "인류의 다음 패러다임 전환은 회복 탄력성이 있고 영구적으로 확장하는 우주 문명의 창조에 있다"며 "이는 새로운 개척지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주도하고, 카르다쇼프 2형 문명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카르다쇼프 문명은, 소비에트 연방의 니콜라이 카르다쇼프가 1964년 제안한 우주 문명 척도다. 2형의 경우, 항성(태양) 에너지를 100% 다스리는 주체로 머스크가 지향하는 기술 단계다.

스페이스X S-1 서류 일부

[출처: 연합인포맥스 캡처]

머스크는 그간 불가능해 보이는 약속을 하나씩 이행했다.

2008년, 스페이스X는 최초의 민간 액체연료 로켓을 궤도에 올렸다. 2012년에는 민간 우주선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전달했다. 2015년에는 우주에서 돌아온 로켓을 최초로 착륙시켰다. 2020년에는 민간 우주선으로 우주비행사를 수송했다.

2026년 3월 기준, 스페이스X는 약 9천개 이상의 스타링크 위성을 운영 중이다. 그리고 이제 머스크는 '궤도 AI 컴퓨팅'을 준비하고 있다. 2028년부터 배치 예정이다.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은 흔히 비전 선언서나 주주 서한으로 자신의 철학을 전한다. 제프 베이조스의 1997년 아마존 주주 서한("It's All About the Long Term")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전통적 기업공개는 수익성을 입증하는 과정이다. 투자자들은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밸류에이션을 계산하고, 배당 가능성을 따진다. SEC 제출 서류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거짓 정보를 기재하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즉, 이 문서에 담긴 내용이 마냥 장밋빛 전망만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스페이스X S-1의 핵심 메시지는 간단하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경제적 영토를 개척하고 있다. 우주 경제는 수조 달러 규모다. 달과 화성에 새로운 산업을 건설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풍요의 시대"로 이어질 것이다.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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