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5.1.2 [한국투자증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최근 국내 증권업계 자산관리(WM) 경쟁의 화두는 '조직형 자산관리'다.
과거처럼 소수의 스타 프라이빗뱅커(PB)의 영업 역량에 의존하기보다 PB와 상품 전문가, 세무·연금 인력 등이 팀 단위로 움직이며 고객 자산을 장기적·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WM 조직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어서다.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 금융상품 잔고가 최근 100조원을 돌파한 데도 이러한 변화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업계 안팎에선 김성환 한투증권 사장이 리테일그룹장 시절 도입한 영업점 팀제가 현재의 WM 경쟁력의 기반이 됐다고 보는 분위기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그간 WM 조직을 단순 상품판매 조직이 아니라 고객 자산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플랫폼 조직으로 진화시키는데 역량을 집중해왔다.
대표적인 변화가 영업점 팀제다.
기존 증권업계 WM 조직은 개별 PB 중심 영업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고객 역시 특정 PB의 개인 역량과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자산관리 시장이 복잡해지면서 개인 PB 혼자 모든 영역을 담당하기 어려워졌다.
달러 자산과 글로벌 채권, 절세와 상속, 연금과 대체투자까지 고객들의 니즈는 세분화되고, 컨설팅의 복잡성은 확대되고 있어서다.
고객과 상품, 정책, 시장, 세금 이슈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관리할 수 있는 조직형 대응이 중요해진 셈이다.
이에 한투증권은 PB와 상품 전문가와 세무·연금 인력 등이 함께 고객을 관리하는 팀 기반 WM 체계를 확대해왔다. 고객별 투자 성향과 생애주기에 따라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대응하는 구조를 만들며 맞춤형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했다.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초고액자산가 시장 확대와 함께 패밀리오피스형 서비스 경쟁도 빠르게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단순 투자 상품 추천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절세와 상속, 연금, 글로벌 자산배분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한투증권 내부에서는 최근 PB 역할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PB가 상품 판매자 역할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고객 투자 목적과 생애주기에 맞춰 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금융주치의' 역할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PB 평가 체계도 바뀌고 있다.
한투증권은 금융상품 잔고를 단순 판매 실적보다 고객 신뢰와 장기 자산관리 역량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보고 고객 성과와 관리 역량 등을 PB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에는 PB가 얼마나 많이 판매했는지가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고객 자산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성장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WM 시장 자체가 단기 판매 경쟁에서 장기 관계형 비즈니스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사장이 꾸준히 추진했던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전략도 WM 부문의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 한 PB센터에선 이례적인 장면이 나왔다.
글로벌 최대 사모펀드운용사(PEF) 가운데 하나인 칼라일그룹의 최고경영진이 직접 한국 개인 투자자들을 만나 미국 경제와 사모시장 전망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당시 하비 슈워츠 칼라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은 최근 한투 고객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크레딧 시장과 미국 투자 전략 등을 소개했다.
칼라일 최고경영진이 국내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직접 행사를 진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장면을 단순 고객행사보다 한국 WM시장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이벤트로 평가했다.
과거와 달리 글로벌 금융사들이 한국의 개인 자산가 그룹을 중요한 투자 파트너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여기엔 그간 김 사장이 뉴욕과 홍콩 등 글로벌 금융 중심지를 돌며 한국시장 세일즈, 이른바 'K-IR' 을 진행해왔던 점이 주효했다.
그는 해외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국내 리테일 자산관리 시장의 성장성과 투자 수요를 직접 설명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운용사 문을 두드리며 상품을 들여오는 구조였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먼저 한국투자증권을 찾아와 협업을 제안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한국 WM 시장 위상이 달라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한투는 최근 칼라일을 비롯해 JP모간과 MAN그룹, 캐피탈그룹, 얼라이언스번스틴(AB) 등 글로벌 금융사들과 협업을 확대해왔다.
업계에서는 한투증권의 이러한 WM 성장 스토리가 국내 증권업계 전반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브로커리지 중심의 거래 회사였던 증권사들이 고객 자산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월가형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 WM 시장 경쟁력은 단순 상품 라인업보다 어떤 조직과 철학, 네트워크로 고객 자산을 관리하느냐의 싸움"이라며 "한투증권의 경우 최근 팀 기반 WM 체계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해 새로운 리테일 자산관리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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