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한국은행이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2.5%로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시장 기대치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7월이나 8월에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물가 지표가 잇따라 악화하는 가운데 통화정책 효과의 시차를 고려하면 5월에 금리 인상을 시작하게 된다면 선제적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을 꺾게 되는 효과가 있다. 한은이 이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고, 2~3개월 후 금리 인상이 자명한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급등해 정책이 후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2일 연합인포맥스가 국내외 금융기관 2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은 이달 기준금리가 연 2.5% 수준에서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한은이 인상에 나설 것이란 신호를 강하게 주면서 '매파적 동결'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 쌓이는 인상 논거
지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대비 2.5% 올라 1998년 2월(2.5%)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년대비 6.9% 상승해 2022년 10월(7.3%) 이후 최고치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PPI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어 시장에서는 5월 CPI가 3% 부근으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는 올해 5월~11월까지 CPI 상승률이 전년대비 2.9~3.6%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아웃풋갭도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플러스로 전환했다.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바클레이즈는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기존 2%에서 2.5%로 상향했다. 1분기 GDP 서프라이즈가 반도체 수출 호조에서 비롯된 만큼, 이 성장 동력이 점차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란 시각이다.
바클레이즈는 삼성전자가 성과급 협상을 앞두고 미리 조업 축소에 나섰다면서 2분기 GDP에 10~15bp의 하방 리스크를 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삼성전자 노사가 최근 성과급 협상에서 잠정 합의에 이른 만큼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가결되면 조업은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GDP 축소폭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가 재정정책보다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이 인상 사이클을 더 이른 시점에 시작하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달 금통위 전에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면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고 봤다. 원유 공급과 경제 성장에 대한 하방위험이 해소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금융안정 지표도 심상치 않다.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리밸런싱이 언제 끝날지 예상하기 어려운 가운데 달러-원 환율은 1,500원을 넘어섰다.
5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28% 올라, 1월 넷째주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국고채 금리는 이미 연내 4~5회 인상을 선반영한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 채권시장은 '발작' 우려…시그널도 없었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5월 금리 인상에 나서면 물가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란 '실익'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5월 인상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는 상황에서 '서프라이즈' 인상이 나온다면 시장이 단기물을 중심으로 '발작'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전 시그널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채권딜러는 "5월에 인상 소수의견을 통해 신호를 주고, 6월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주요국이 먼저 올리고 우리는 7월에 인상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5월에 첫 번째 인상이 단행되면 인상 횟수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월이나 8월에 시작하면 연내에 최대 2번 인상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5월에 인상이 이뤄진다면 3번까지도 가능해지고, 이는 채권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과도한 긴축이라는 점이다.
이란 전쟁을 둘러싼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것도 금리 인상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다른 시중은행의 채권딜러는 "이란 관련 불확실성이 완전히 끝나면 앞으로의 시나리오가 명확해진다. 그때 선제적으로 인상하고 향후 정책에 대한 시그널을 완화적으로 가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필요성은 확실한 만큼 5월에 올리고, 이후에는 점도표나 기자회견을 통해서 빠른 속도로 긴축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이란 사이에 종전 합의 가능성은 지속해서 거론되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관련해서는 큰 진전은 나오지 않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현재 2.5%는 한은 중립금리 추정범위(1.8~3.3%)의 중간값으로 한은이 이를 대응 여력이 있는 좋은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5월 인상 가능성이 '매우 낮다(very low)'고 평가했다.
바클레이즈는 이번 금통위의 핵심 관전 포인트를 "얼마나 더 매파적일까"에 방점을 찍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3대 3 의견이 나와 신현송 총재가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거나 동결 소수의견이 등장하고 인상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테일 리스크'로 언급했다.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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