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지은 기자 = 15년 전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떠났던 케빈 워시가 차기 미국 연준 의장으로 돌아와 22일(현지시간) 오전 11시 공식 취임한다.
역대 연준 의장 중 가장 부유하면서도 연준 개혁을 외치는 워시의 복귀에 대한 시장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시장에서는 그의 연준 경험과 높은 금융시장 이해도, 독립성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 연준 2회차…15년 만의 금의환향
워시에게 연준은 처음 오는 곳이 아니다.
그는 2006년 35세의 나이에 역대 최연소 연준 이사로 지명됐고, 그해 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연준 이사를 지냈다.
이후 2011년 3월경 워시는 돌연 이사를 사임한 뒤 연준을 떠났었다. 중앙은행의 과도한 권한 남용이 국가 부채 증가를 부추긴다는 이유 등으로 지도부와 갈등을 빚은 것이 사임 사유로 알려졌다.
15년 만에 의장으로 다시 연준에 돌아온 워시를 향한 시장 내외부의 평가는 대체로 좋은 편이다.
그의 경제에 대한 명확한 분석력과 독립성 등이 정계와 학계, 월가에서 두루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시가 연준 이사로 재직하기 전 필라델피아 연준에서 근무했던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준 총재는 "그가 실제로 일하는 모습을 봤다"며 "그는 경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며, 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이유조차도 경제 구조적 변화에 대한 그의 분석에 근거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시절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은 "워시가 연준 의장으로서 실질적인 면과 독립성 모두에서 기준을 훨씬 뛰어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연준 통화정책 책임자를 역임했고 워시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빌 잉글리시 현 예일대 교수는 그에 대해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며, 앞으로 닥칠 수많은 문제들 사이에서 합리적인 합의점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가의 역시 연준 경험과 높은 금융시장 이해도 등을 이유로 워시를 환영하고 있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 후보로 고려했던 릭 리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과 비교해 가장 연준 독립성을 지켜줄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되기도 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워시 지명 직후 "워시는 연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며 "차기 연준 의장으로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경제학자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워시가 "깊이 있는 전문 지식, 폭넓은 경험, 그리고 뛰어난 소통 능력을 모두 갖춘 인물"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 역대 가장 부유한 의장이자 개혁가
올해 55세인 워시는 인준에 앞서 제출한 재산 공개 서류에 따르면 1억 달러가 훨씬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역대 연준 의장 중 가장 부유한 인물이 될 예정이다.
제롬 파월 전 의장은 인준 과정에서 약 7천500만 달러의 자산을 공개하며 1948년 이후 연준 의장 중 가장 부유한 인물로 여겨졌으나 워시의 자산이 이를 넘어섰다.
고위 임원들의 불법 거래 의혹이 제기된 이후 시행된 엄격한 새 규정에 따라 워시는 연준 의장이 되기 위해 그동안 축적해 온 투자 자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해야만 했는데 최근 폭스 비즈니스가 인용한 백악관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절차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시 지명자는 미국의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에스티로더의 창업주의 손녀인 제인 로더의 남편으로, 든든한 처가를 두기도 했다.
돈만 많은 것이 아니다.
워시 지명자는 스탠퍼드대에서 공공정책을 전공했고, 1995년 하버드 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 모건스탠리에서 은행가로 활동했다.
이후 모건스탠리에서 인수합병(M&A) 부문 부사장까지 역임한 후 2002년 부시 행정부에 이르러 국가경제위원회(NEC) 사무총장까지 지냈다.
이후 2011년 연준에서 사임한 후 우파 성향의 후버 연구소에 합류했고,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을 재닛 옐런의 후임 연준 의장으로 지명하기 전 최종 후보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워시는 2019년 10월 한국 쿠팡 모회사이자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인 쿠팡Inc 이사회 멤버로 합류해 올 초까지 독립이사로 활동한 인물로도 잘 알려졌다.
워시는 학자 출신이 많은 역대 의장 중에서도 월가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특히 전임자인 제롬 파월 의장과 비슷한 월가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성향은 정반대다.
사모펀드에서 근무했던 파월 의장은 시장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 금융시스템 붕괴 리스크와 신용경색, 유동성 마비 등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2019년 10월 레포금리가 급등하자 즉시 은행 준비금을 공급하고,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2022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지방은행 위기 때도 예금 보호 선언과 은행 기간대출프로그램(BTFP) 신설하는 등 시장 구원투수로 적극 나섰다.
포워드 가이던스 등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기존 연준의 문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행보도 보여왔다.
반면,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시장 리스크를 직접 본 워시는 파월과 반대로 연준을 개혁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양적완화(QE)가 월가의 투기를 키우고, 시장 위기마다 연준이 구해줄 것이란 믿음 즉 연준풋이 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고 비판해왔다.
워시는 현재 연준의 정책이 부실기업의 퇴출을 막고 있다고 봤고,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역시 연준의 정책 탓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연준은 경제 정책의 모든 사안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 더욱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며 "(연준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거시경제 정책에 시스템적인 오류를 초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장과 소통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도 파월과 다른 지점이다. 워시는 연준이 지나치게 많은 발언을 내놓고 있는 점을 지적해왔다.
워시는 8월 한 강연에서 포워드 가이던스와 관련해 "정책 입안자들이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 그들은 자신의 발언에 구속될 수밖에 없으며, 연준 관계자들은 최근 생각을 표명할 기회를 피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 사진 제공]
jepark2@yna.co.kr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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