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취업 심사서 5명 전원 퇴짜
'살얼음' 공윤위 이번엔 다를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금융감독원 퇴사자들이 때아닌 재취업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인사혁신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공윤위) 심사에서 금감원 출신 전원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 달 만인 오는 29일 열릴 공윤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2일 업계와 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오는 29일 공윤위를 열고 퇴직 공직자 재취업자를 가른다. 이날 심사를 받기 위해 복수의 금감원 퇴사자들이 지난달 말 취업 심사를 신청했다.
직전까지 은행권을 담당했다가 최근 퇴사한 안모 팀장(3급)은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으로 출근을 앞두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달 퇴사한 이모 국장(2급)의 경우 BNK자산운용 감사직에 출근하기로 돼 있다. 지난달 공윤위 취업 심사에서 '보류' 결정을 받았던 황모 국장(2급)도 삼성자산운용 감사직에 예정됐다.
이들을 비롯한 금감원 퇴사자들은 5월 공윤위를 앞두고 뒤숭숭한 상황이다.
직전 달 심사에서 금감원 출신 전원이 이직에 제동이 걸린 터라 이번에도 기조가 유지될 수 있단 우려가 퍼져서다.
공윤위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개최된다. 공직자윤리법상 재취업(출근) 예정일 30일 전까지 공윤위에 취업 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심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출근 날짜는 미정으로 두고 통과한 뒤 회사 측과 일정을 조율하는 식이다. 퇴사자에게만 취업 심사를 신청할 자격이 주어진다.
지난달 말 인사혁신처 공윤위 위원들은 이례적으로 금감원 출신 5명에 '퇴짜'를 놓았다.
이들 중 유일하게 취업 심사 대상이었던 김미영 전 부원장은 신용정보원장에 내정된 상황이었으나 '취업 불승인' 결정을 받았다. 원장후보추천위원회가 단독 후보로 추천한 인사가 마지막 관문에서 떨어진 건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신용정보원은 금감원의 감독을 받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출자해서 설립된 곳이어서, 원장이 될 경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우려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런 논리는 그간 금융위와 금감원 출신이 유관기관에 재취업해 온 사례들과 비교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단 지적이 나온다.
나머지 4명은 취업 제한 의견을 묻기 위해 심사를 신청했다가 봉변을 봤다.
쿠팡 이사직에 가려던 류모 팀장(3급)과 김모 선임(4급) 두 명은 '취업 제한' 통보를 받았다. 담당 업무가 가려는 회사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경우 취업 제한을 받는다.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은 금감원의 직접적인 피감기관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국민적 공분을 샀던 만큼 위원회가 국민 정서를 반영해 법을 포괄적으로 해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은 지난해 6월 사고 이후 정부 부처와 사정기관 출신 전관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각각 운용사 감사직에 가려던 두 명은 '취업 보류' 결정을 받았다. 추가 조사가 필요해 심사 보류된 경우로 서류를 보강해 다시 요청할 수 있다. 통상 당국은 퇴사 예정인 직원의 재취업 심사 문턱을 낮추기 위해 퇴직 전 담당 보직을 다른 업권으로 옮겨주곤 한다. 공공연하게 용인돼 온 관행을 이번 심사에서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5명 전부 퇴짜를 맞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직원들마다 해석이 분분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의 견제가 공통된 배경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행적으로 금융위 출신이 꿰찼던 금융권 고위 요직이 이번 정부 들어 정치권과 내부 출신 인사로 채워지고 있다. 신용정보원장도 금융위 고위직이 맡아왔다. 좁아진 자리마저 금감원과 경쟁하게 되면서, 금융위가 주도권 관리에 나섰단 평가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퇴사했거나 퇴사를 앞둔 금감원 직원들로선 가시방석이다. 취업 제한(보류) 결정이 난 일부 직원들에게는 법무법인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감원 퇴사자는 "취업 제한이나 불승인 결정이 내려지는 잣대가 일관되지 않다고 느낀다"며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위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지난달 결과를 보고 당황했다.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지 기준을 잘 모르겠다"며 "심사가 까다로워질 수는 있다고 보지만,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케이스마다 판단이 다르다 보니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금감원 한 직원은 "남 일 같지 않다. 이미 퇴사한 사람들은 당장 생계가 걸린 문제라 절박하다"며 "로펌 등 상대적으로 이해 상충 민감도가 낮은 다른 선택지를 알아보는 동료들도 꽤 되는 것 같다"고 했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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