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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고압경제'의 등장…김용범의 新 한국경제 해석법

2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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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한국경제에 드리운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을 위기가 아닌 성장의 비용으로 해석하며 이재명 정부 경제팀의 새로운 인식을 드러냈다.

수 십년간 한국 경제에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저성장 국면이 반복되며 '안정'이 경제 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자리잡아 온 만큼, 국내 경제 사령탑의 이같은 인식 변화는 '한국판 고압경제(high-pressure economy)'에 가까운 성장 프레임이란 평가에 힘이 실린다.

김 실장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늘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며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도약의 마찰음"이라고 진단했다.

고압경제는 경기 과열을 일정 부분 용인하면서도 적극적인 재정·산업 정책을 통해 성장률과 고용, 임금 상승을 동시에 끌어올리려는 경제 전략을 뜻한다.

지난 1960년대 존 F. 케네디·린든 존슨 행정부 시절 미국 경제정책이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은 감세와 재정 확대, 산업 투자 등을 통해 완전고용에 가까운 성장 국면을 추구했다.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등을 통해 대규모 산업 재정을 투입하며 미국식 고압경제 전략을 사실상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역시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통해 대규모 재정 확대와 초완화 통화정책, 자산시장 부양을 동시에 추진하며 디플레이션 탈출을 시도했다.

이번 김 실장의 글에서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는 대목들이 적지 않다.

그는 "반도체·AI 분야의 기업실적 폭발이 교역조건을 개선하고 수출단가를 끌어올리면서 기업이익과 임금, 자산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또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세수가 확충되며 국가부채비율이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선순환이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을 단순 부작용보다 성장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고압경제식 인식과 닮아 있다.

특히 김 실장이 최근들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 실장은 이번 글에서도 "금년 한국경제는 물가상승분을 포함한 명목성장률이 10%에 육박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7,500선을 넘어선 코스피를 평가한 김 실장의 글에서도 비슷한 인식은 있었다.

지금의 경제 현실을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것은 무역수지와 수출 데이터, 기업의 영업이익이며 산업의 변화를 뒤늦게 반영하는 GDP 데이터를 측정하고 해석하는 데는 과거와는 달라진 기준이 필요하다는 언급이었다.

이는 곧 오랜시간 저성장과 저물가에 익숙해진 한국경제가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과정이란 얘기다. 그간의 경제 정책 문법이 실질 성장률과 물가 안정, 재정 건전성 위주였다면, 이제는 명목 GDP와 기업이익, 자산 재평가 흐름 자체를 더 중시해야 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김 실장은 금리와 환율, 물가 상승을 위기나 불안, 긴축을 불러오는 현상이 아닌 경제 체급의 상승으로 해석했다.

이는 최근 외신들이 전한 한국 경제에 대한 인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18일 파이낸셜타임즈(FT)는 '산업 슈퍼사이클을 향하는 아시아(Asia is headed towards an industrial supercycle)' 제하의 기사에서 AI 인프라와 전력망, 에너지 안보, 방산, 그리고 지정학적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아시아 산업의 슈퍼사이클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한국과 같은 제조업 기반 국가들을 핵심 수혜국으로 언급했다.

즉 AI와 에너지, 방산이라는 3가지 축의 산업 투자 슈퍼사이클이 곧 김 실장이 언급한 한국경제의 체급 변화와 맞닿아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얼마전 '연초 세계 무역 성장을 이끈 AI 붐(World Trade Grew Strongly at Start of Year on AI Boom)' 제하의 기사로 글로벌 무역의 회복 원인을 AI 투자로 인한 반도체 산업의 호황을 지목하며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나라의 급증한 수출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물론 김 실장이 꺼낸 구상에서 과거 미국이나 일본이 보여줬던 기존 고압경제와는 결이 다른 부분도 있다.

대표적인 차이가 부동산에 대한 방향성이다.

과거 미국과 일본의 고압경제 정책이 자산시장 상승 자체를 성장의 일부로 용인했던 것과 달리 김 실장은 "부동산은 정부가 가장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영역"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자본이 고가 부동산으로 쏠릴 경우 한국경제가 진입한 새로운 도약 국면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투기적 수요 억제와 구조적 수요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성장의 과실을 부동산보다 AI와 반도체, 산업 투자와 자본시장으로 유도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방향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환율에 대한 해석 역시 과거와 다르다.

김 실장은 최근 원화 약세를 외화 부족이 아니라 외국인의 주식 평가차익 실현 과정에서 발생한 환전 수요 확대 결과로 봤다.

그러면서 치솟은 환율에 대해 "한국경제의 취약성이 아니라 성공이 만들어낸 역설적 현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는 환율 상승을 위기 징후로 받아들이던 과거 정책 문법과는 상당히 다른 접근이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환율 시장의 과도한 쏠림과 변동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예고도 잊지 않았다.

한 경제관료는 "김 실장이 강조한 것은 개별 경제 현상보다 경제를 해석하는 프레임 자체"라며 "자신이 경제관료였던 시절에는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우려, 부채 관리와 안정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AI와 반도체 중심의 산업 호황과 명목성장률 상승, 자산 재평가 흐름 속에서 달라진 한국경제 체급을 느끼는 시각의 변화"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좌표 자체를 바꿔야한다는 인식의 변화는 필요한 부분"이라며 "고금리·고환율·고물가를 무조건 억눌러야 할 위기 변수보다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 변화로 해석하는 순간 정책 대응도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간담회 참석한 정책실장

(울산=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13일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2026.5.13 superdoo82@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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