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이번 주(25~2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진전 기대를 반영해 1,500원선을 향해 고개를 숙일 전망이다.
지난 22일 달러-원 환율은 한때 1,519.40원까지 치솟으며 지난 4월 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후 3시30분 서울장 거래 마감 직전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약 5개월 만에 공동으로 구두개입에 나서자 달러-원은 상승 폭을 일부 줄였으나, 종가는 1,517.20원으로 1,510원대 후반에 머물렀다.
이는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관련한 커스터디성 달러 매수세가 확대된 영향이 컸다. 최근 국내 증시를 이탈하는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세는 달러-원에 지속적인 상방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다만 주말 동안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험회피 심리는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고농축 우라늄 폐기 등을 둘러싼 합의 가능성이 거론되자 달러인덱스는 99선 밑으로 내렸고, 달러-엔 환율도 158엔대로 후퇴했다. 국제유가도 급락하며 원화 약세 압력을 덜어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달러-원 환율은 하방 재료를 소화하며 1,510원선 아래로 내려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10원대에서는 외환당국 개입 경계와 월말 네고 물량 출회가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한편, 미국과 이란 간 협상 타결 여부와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 지속 여부가 낙폭을 결정할 전망이다.
오는 28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도 주요 변수다.
고유가와 고환율,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가계대출 증가세 등을 고려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 메시지를 낼 수 있다.
다만 시장이 이미 한은의 매파적 스탠스를 상당 부분 반영해온 만큼, 금통위 결과가 예상 범위에 그칠 경우 달러-원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될 수 있다.
◇美·이란 협상 타결 기대↑…"리스크오프 완화"
미국과 이란 간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은 위험회피 심리를 완화하는 재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서 이란과의 협상에 대해 "매우 질서 있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시간은 우리 편이기 때문에 미국 측 협상 대표들에게 합의를 서두르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양측 모두 시간을 갖고 제대로 해야 한다.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폐기 등을 두고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협 재개방 기대에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4% 넘게 급락한 배럴당 92달러대에 거래됐다.
다만 협상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란 반관영 매체 파르스통신은 "잠재적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은 계속 이란의 통제 아래 있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측 보도에서 거론된 '자유 통항'과는 온도 차가 있는 대목이다.
양국의 협상 기대감은 원화 강세 재료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원이 1,500원선 아래로 하향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협상 합의 서명과 실제 이행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1,510원대서 외환당국 경계…'매파 금통위'도 변수
1,510원대 후반에서는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도 한층 강해졌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22일 달러-원 환율이 전장보다 13원 넘게 급등하자 서울장 마감 직전 공동 구두개입에 나섰다.
양 기관은 "달러-원 환율 움직임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으며, 필요시 단호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 메시지가 나온 직후 달러-원은 순간적으로 1,515원대까지 오름폭을 줄였다. 다만 탄탄한 비드가 이어져 하단은 제한됐다.
이번 주에도 1,510원대 레벨에서는 당국 개입 경계감이 강하게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재차 1,520원선을 위협할 경우 구두개입뿐 아니라 실개입 가능성도 부각될 수 있다.
특히 오는 28일 한국은행 금통위를 앞두고 고환율이 통화정책 변수로 부각된 점도 당국 경계감을 키운다.
기준금리는 현 수준인 2.50%에서 동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동 전쟁 여파로 고유가·고환율이 지속되고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만큼 금통위 메시지는 매파적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채권시장이 이미 한은의 추가 인상 가능성과 매파적 메시지를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는 점에서, 금통위가 달러-원에 상방 충격을 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6개월 기준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와 수정 경제전망이 시장 예상 수준에서 소화될 경우, 금통위는 오히려 정책 불확실성을 일부 덜어내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
이영화 부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금통위는 정책금리 2.50% 동결이 유력하지만, 신임 총재의 첫 회의인 만큼 금리 결정 자체보다 기자회견과 수정경제전망에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그는 "고유가 부담에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가 동반 상향될 경우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며 시장금리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며 "이번 주 달러-원 환율은 1,500원대 굳히기 시도와 고점 인식, 월말 네고 물량 출회가 맞서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外人, 이달만 40조원 넘게 주식 순매도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 지속 여부도 주목할 부분이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7일부터 12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만 총 40조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2일에도 서울환시에서는 장 초반부터 역외 비드가 강하게 유입됐다.
오전에는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나오며 상단을 제한했지만, 오후 들어 네고가 소진되자 커스터디성 달러 매수가 우위를 보이며 달러-원은 1,520원선 턱밑까지 추격했다.
다만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규모가 차츰 줄어드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미·이란 협상 진전으로 위험자산 선호가 되살아나고, 국내 증시 조정 압력이 완화된다면 커스터디성 달러 매수도 둔화하며 달러-원 상방 압력도 차츰 약해질 수 있다.
◇이번 주 주목할 주요 경제 지표는
이번 주 해외에서는 미국의 4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가 가장 주목된다.
4월 전 품목(헤드라인) 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5%, 근원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3% 각각 올랐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에는 미국, 영국, 홍콩 금융시장이 휴장한다. 오는 26일에는 미국 5월 콘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제조업 활동지수가 발표된다.
27일에는 미국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주간 고용변화 보고서가 공개되며, 유로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기자회견과 미국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연설도 예정돼 있다.
28일에는 미국의 4월 근원 PCE 가격지수와 1분기 GDP,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 무게있는 지표들이 한꺼번에 공개된다. 같은 날 미국 4월 개인소득·지출과 신규 주택판매 지표도 발표된다.
국내에서는 28일 한국은행 금통위가 가장 큰 이벤트다. 한은 조사국은 올해와 내년 실질 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새롭게 제시한다.
29일에는 국가데이터처가 4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한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산업생산과 설비투자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부담이 소비와 생산 지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확인될 전망이다.
같은 날 재경부 서울청사에서는 부총리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열린다.
jykim2@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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