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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전쟁 끝나도 실질금리 고공행진…고금리 체제 지속"

2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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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 금리 올린 주범은 유가 아닌 '실질금리'

호르무즈 해협 열려도 금리 하락하지 않을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가 임박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 아래로 하락했지만, 글로벌 채권 시장의 고금리 장세는 전쟁이 끝나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월가 투자은행(IB)들이 전망했다.

이들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미국의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 문제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 구조적 악재에 주목하고 있다.

2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즈, ING은행 등 월가 투자은행의 채권 전략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로 유가가 떨어지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는 진정되겠지만, 실질금리 상승으로 인해 장기 국채 금리가 다년간 최고치 수준에서 고착화할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패트릭 가비 ING은행 미주 지역 리서치 총괄은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5% 선을 돌파해 장중 4.70% 선에 육박했던 랠리의 '전부'는 높은 실질 금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재개방되더라도 실질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많은 투자자가 기대하는 채권 금리의 급락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나단 힐 바클레이즈 미국 인플레이션 전략 총괄 역시 "전 세계적인 채권 매도세가 단지 인플레이션 공포 때문이라는 주장은 시장의 중장기 데이터와 맞지 않는다"며 "그보다는 통제 불능인 정부 부채 증가와 AI 붐이 유발한 투자 생태계 변화, 경기 과열을 막지도 부추기지도 않는 '중립 금리' 자체가 상향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힐 총괄은 중동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와중에도 현재 미 국채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BEI)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던 지난 2022년 상반기 고점과 비교해 여전히 50bp(0.50%포인트)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클라우디오 이리고옌ㆍ안토니오 가브리엘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환경"이라며 "국가 부채의 이자 상환 비용이 치솟는 상황에서 연준의 긴축은 미 정부의 재정 적자를 한층 더 심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래대로라면 단기 금리 변동에 그쳐야 할 통화정책 변수들에 대해 오히려 수익률 곡선의 장기물 영역(장기 금리)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BofA는 지적했다.

필립 리 골드만삭스 장기투자기관 대상 국채 영업 총괄 책임자는 "미국의 만성적인 재정 적자와 국채 발행 물량 부담, 부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은 장기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는 위험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미 국채 금리는 앞으로 한층 더 위로 튀어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머리얼 시버트의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고객 서한을 통해 "채권 시장은 단 한 줄의 헤드라인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의 언론 발표 자료나 외교적 휴전 선언(Diplomatic pause)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미 경제의 '구조적 결함'을 가격에 다시 반영하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과 달리 일본과 독일의 채권 시장은 여전히 전쟁발 기대인플레이션의 직접적인 사정권에 갇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은 중동 전쟁의 여파로 가스 가격 급등이라는 실물 타격을 맞았고 일본은 전쟁 전부터 누적된 엔화 가치 폭락 속에서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하자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위험 프리미엄을 국채 금리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의 경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극심한 정치적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으며 시장에서는 영국 국채에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지난 50년간은 전 세계적으로 저축 성향은 늘고 투자 수요는 줄면서 고금리 시대가 저물었지만, 이제는 정확히 그 반대의 현상(저축 감소·AI 등 투자 폭증)이 벌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가 익숙해졌던 '저금리 시대'는 종말을 고했으며 앞으로 인류는 훨씬 더 높은 금리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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