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장기물 금리 상승폭이 되돌려지는 흐름 속에서도 10년물 국고채가 유독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초장기물 수급 불안과 단기물의 통화정책 민감도 사이에서 10년물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26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주 5거래일 동안 민평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765%에서 3.725%로 4bp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4.220%에서 4.126%로 9.4bp나 내렸다.
반면 30년물은 오히려 1.5bp 올랐다.
통상 금리가 움직일 때는 전 구간이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지만, 지난주에는 10년물이 두드러지게 강했고, 30년물은 오히려 역행했다.
3년 대비 10년물 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되자, 이를 노린 커프 플랫 포지션(10년 매수·3년 매도)이 유입된 것이 10년물 강세를 더 증폭시켰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설명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세 가지 요인이 겹쳤다.
우선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다. 한국 국채는 지난 4월부터 WGBI에 단계적으로 편입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패시브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외국인 수요가 집중되는 구간은 WGBI 듀레이션에 맞춘 5년물과 10년물이다.
여기에 삼성전자 퇴직연금의 자금 집행이 맞물려 지난 19~21일 사흘간 약 3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자금이 집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상당 부분이 10년물 국고채에 유입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한 증권사의 채권딜러는 "최근에 외국인들의 10년 국채선물 매수세가 워낙 강했다"면서 "선물이 달리면서 현물이 따라오는 구조였고, 현물은 삼성 퇴직연금에서 많이 담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매수세가 있는 상황에서 집행 자금도 들어오면서 강세 분위기는 더 유지될 걸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 정세도 변수로 작용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츠 해협 개방에 대한 기대가 깨지면서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장기물과 초장기물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다. 대외 금리 연동하며 초장기물이 크게 타격을 받았고, 이는 초장기 커브의 역전 해소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란 사태 진정 기대가 되살아나면서 이같은 금리 상승분이 되돌려지는 과정에서 10년물이 수혜를 봤다는 분석이다.
30년물의 부진은 단순한 수급 노이즈가 아니라는 시각이 있다.
씨티가 최근 발표한 초장기 국고채 수급 분석 보고서는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짚는다.
초장기 국채의 사실상 유일한 앵커 수요처인 생명보험사의 매수 여력이 복합적인 이유로 동시에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생보업계 신계약이 2021~2026년 평균 전년대비 7.5% 역성장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지난해 10월 최종유동성포인트(LLP) 확대 일정을 3년에서 10년으로 늘리면서 초장기물 매수 유인도 분산됐다.
보험사들이 현물 대신 본드포워드(bond forward)로 듀레이션을 채우는 비중도 급증했다.
보험사의 국고채 잔액 보유 비중은 2020년 12월 43%에서 올해 5월 32%로 낮아졌으며, 씨티는 이 추세가 구조적이라고 봤다.
단기물인 3년물은 또 다른 이유에서 매력이 제한된다.
금통위를 앞두고 금리 인상 속도와 횟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사황에서 단기물 매수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통화정책 불확실성 구간에서는 방향 베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0년물을 보면 단기적으로 수급은 우호적이다. WGBI 편입이 11월까지 진행되는 만큼 외국인 패시브 자금의 5년·10년물 유입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30년물 수급 불안이 구조적으로 이어진다면 10년물의 상대적 매력은 유지된다.
다만 씨티는 커브 전체의 스티프닝을 전망하고 있어, 10년물 강세도 절대적이기보다는 상대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오는 28일 발표 예정인 국민연금의 2027~2031년 전략적 자산배분(SAA) 계획도 변수다. 국민연금이 국내채권 비중을 추가 축소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경우 10년물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smjeong@yna.co.kr
정선미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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