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마이너스(-) 구간으로 고꾸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전쟁이 촉발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공급망 충격이 시차를 두고 가솔린과 항공권 가격 등 소비자 물가로 전가되면서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속도를 추월했기 때문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통화정책 당국에 여러 고민거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은 연 3.8%로 치솟은 반면, 시간당 평균 임금 인상률은 3.6%에 그쳤다.
미국의 물가가 임금보다 더 빠르게 오르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다이안 스웡크 KPMG U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전쟁이 글로벌 공급망을 통째로 뒤흔들었기 때문에 당장 내일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개방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누적된 공급 압박이 물가를 한동안 계속 끌어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지난 3월까지 3개월간 평균 임금 상승률(보너스 제외)은 실질 기준으로 겨우 0.1% 성장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영국 고용시장의 구인 건수가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향후 물가가 더 튀어 오르면 실질임금이 아예 마이너스대로 내려설 것으로 내다봤다.
제임스 스미스 레졸루션 파운데이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영국 정부가 부가가치세(VAT) 인하와 유류세 인상 유예 등 긴급 처방을 내놨지만, 영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역대 '네 번째 실질임금 감소기'에 진입하는 비극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임금의 위축은 정책 당국에도 두 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했다.
하나는 가계가 지출을 억제해 전쟁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타격을 악화시키고 기업들이 일자리를 감축하도록 강제할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 요구를 관철하는 데 성공해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이후에도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자극할 가능성이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실질임금의 감소가 전적으로 중동 갈등 때문"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고 에너지 가격이 후퇴한다면 실질임금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KPMG US의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고물가가 기업의 이익을 줄이고 채용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발생이 노동 시장의 문제로 변질될 것"이라고 말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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