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 올해 수출 9천244억달러 전망…네덜란드 역전 관측
가격 효과 기인한 불안한 호황 속 외환시장 달러 공급 정체
(세종=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인공지능(AI) 인프라 특수에 부합한 반도체 산업의 폭발적인 독주로 우리나라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관측됐다. 수출 규모면에서는 네덜란드를 제치고 글로벌 4위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사상 최대 흑자라는 화려한 숫자 이면에는 달러-원 환율의 고공행진과 수출 양극화, 단가 상승에 기인한 가격 착시 등 풀어야 할 구조적 과제도 상존하는 것으로 진단됐다.
산업연구원이 26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산업전망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통관 수출은 전년 대비 30.3% 급증한 9천244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입은 11.6% 늘어난 7천54억달러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연간 무역수지는 2천190억달러라는 전무후무한 흑자를 거둘 것으로 기대됐다.
이 같은 역대급 랠리의 엔진은 반도체다. 올해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서버 투자 초경쟁에 힘입어 전년 대비 101.9% 폭등한 3천50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13대 주력산업 수출 내 비중만 45.7%에 육박한다.
[출처: 산업연구원]
여기에 기업용 SSD 수요가 가세한 정보통신기기(전년비 93.2% 증가)까지 합치면 ICT 업종이 주력산업 수출의 절반 이상(53.8%)을 도맡아 견인하는 형국이다. 비반도체만 따지면 수출은 전년보다 1.7% 증가에 그칠 수 있다고 산업연은 분석했다.
쏠림 현상 속에서 수출 규모는 네덜란드를 추월해 세계 4위 수출 대국으로 진입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됐다. 홍성욱 산업연 선임연구위원은 브리핑에서 "전망하고 있는 수치가 현실화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출과 환율 사이에서는 과거의 경제 공식이 통하지 않는 미스터리가 연출되고 있다. 통상 대규모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개선은 국외 달러 유입을 유발해 달러-원 환율을 끌어내리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지만, 산업연은 올해 연평균 환율 전망치를 1,461.0원으로 봤다. 전년보다 2.7% 높은 수준이다. 당분간 1,500원선 안팎의 불안한 상태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5년 전만 해도 수출이 늘어나거나 증시가 호황이면 환율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 오히려 반대로 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들이 해외에서 버는 소득을 다 원화로 바꿔야 되는데, 해외에 직접 투자하거나 해서 수출로 보여지는 증가분이 외환시장에 들어와 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산업연구원]
이 때문에 사상 최대 무역흑자라는 표면적 수치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번 반도체 호황이 생산 물량의 비약적 확대보다는 단가 폭등에 따른 '가격 효과'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어서다. 철강, 일반기계, 가전 등 전통 제조업 부문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수출 양극화 역시 경기 복원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수출과 무역 수지의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실적 전망에만 도취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가격 효과라는 게 기업 재무 상태나 거시 소득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는 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의 확보라든지 구조조정이 필요한 섹터의 경우에는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jhlee2@yna.co.kr
이재헌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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