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따라갈 필요 없어…한국 자체적 주도해야" 견해도
개인투자자 편익 확대 공감대…외국인·IT 자동화는 숙제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글로벌 선진 시장에 맞춰 국내 주식시장의 결제주기를 T+1일로 단축하기 위해선 국내·외 거래 주체와 업무 기관 사이 충분한 협력과 사전 준비 과정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증권업계와 시장 전문가들은 결제주기 단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해외 주요국과의 속도 경쟁에 가깝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거래소는 26일 서울사옥에서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증권학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부(금융위원회)와 증권업계, 해외 전문가, 개인 투자자 등 각계를 대표하는 참가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홍콩 등 아시아권으로 결제주기 축소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증권시장 결제주기를 T+1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나타냈다.
이번 결제주기 축소가 개인 투자자의 자금 운용 기회비용을 줄여 사회적인 편익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정윤 세무사 겸 '슈퍼개미' 유튜브 채널 대표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결제 주기 단축 제도가 하루 빨리 시행됐으면 좋겠다"며 "증권사의 영리적인 부분보다는, 공공재 (성격으)로 사회적 편익과 비용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석 부산대학교 투자동아리 회장도 "결제주기 단축은 시장참가자들에 반가운 소식"이라며 "(주식시장) 환금성과 매도 대금이 묶이는 걸 막고, 자금 회전률을 높여주는 등 시장 유동성을 제고한다"고 강조했다.
당국과 유관기관 역시 결제주기 단축 필요성에 공감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우리나라가 7위권 자본시장인데 6위 인도와 별 차이가 안 난다"며 "오히려 (비슷한 순위) 다수가 전환했다. 홍콩도 전환한다고 이야기하는 거 보면 글로벌 트랜드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 과장은 "외국계 투자자도 현재의 제도를 두고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접점을 찾아나갈 방법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유관기관과 이해관계자분들과 어떻게 일정을 만들어갈지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상욱 거래소 청산결제본부장은 "T+1은 좌고우면할 필요 없이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다"며 "당국과 유관기관이 소통하면서 물밑에서 검토해야 할 과제 스크린을 마쳤고, 합리적인 이행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결제주기 T+1 전환이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측면에는 동의했지만, 이에 따른 업무프로세스와 인프라 개편 및 인력운용 부담을 고려하며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으로 거래일과 결제일, 고객의 자산평가 기준일을 결제일 단축에 맞춰서 변경하는 일부터 현행 T+1일과 T+2일 예수금 산출, 반대매매 가정산 등 IT 전반에서 세심한 테스트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조은아 SK증권 IT인프라본부장은 "결제주기 단축은 시장 효율성을 높이고 우리 자본시장의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사실상 IT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해야 하는 수준의 일이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결제주기 단축) 속도 자체보다, 안정적 이행 조건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충분한 업무분석과 개발 기간, 유관기관 간 통합 테스트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핵심적인 과제 중 하나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권시장에서 거래할 때 발생하는 시차와 이를 고려한 결제 등 후선업무 절차를 효율화하는 일이 꼽혔다.
김미강 SC은행 증권업무부 이사는 "글로벌 정합성에 부합하기 위해 T+1로 축소 과제는 큰 틀에서 동의한다"면서도 "개인투자자와 달리 비거주 투자자에 대한 실무적인 고민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올해 9월 시행 예정인 (거래시간) 오후 8시 연장으로 T+1 결제주기 단축으로 업무 부담이 더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결제주기 단축이 자본시장 선진화 취지와 달리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이탈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외국인 옴니버스 계좌 등 여러 제반 상품이나 거래 처리 전반에서 모든 과정이 신속하게 처리되지 않으면, 시장 참여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승진 미래에셋증권 본부장은 "외국인 투자자는 시차라는 물리적인 제약 아래 수작업을 통한 결제 확인 프로세스에 의존하고 있다"며 "증권사가 완벽한 상시 거래 체제 갖춰도 증권사 예탁원 간 전산 자동화가 확립되지 않으면 T+1 체제 아래 결제 불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린든 조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전무는 "한국이 T+1로 단축함으로써 글로벌 기준에 맞추려는 건 고무적이지만, 다른 모든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기반을 탄탄히 마련해야만 보다 강력한 자본시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무는 "비용과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 속도가 아니라 순서가 중요하고 한국은 좋은 출발선에 와있다"고 설명했다.
결제주기 단축을 위한 자동화 필요성에 대한 견해도 나왔다.
최항진 예탁결제원 증권결제본부장은 "현재 10시간 넘는 시차와 결제 프로세스 처리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며 "착오매매 정정 등은 T+2에서 이메일과 팩스 등 수작업으로 지금은 가능하지만, T+1로 하면 결제 자동 인프라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ybnoh@yna.co.kr
노요빈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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