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 배제 속에 노노갈등 본격화·주주 반발로 환원 요구 커질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사의 잠정합의안이 27일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로 최종 판가름 난다.
투표 결과에 따라 지난 21일 총파업 직전까지 갔던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1차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합의안이 가결되더라도 이번 사태가 완전히 종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사업부 간 갈등과 노조 간 대표성 논란, 주주 반발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의 성과 배분 구조를 둘러싼 논쟁은 투표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가결 땐 파업 리스크 해소…부결 땐 재교섭 불가피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지난 22일부터 진행한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이날 오전 10시에 마감한다.
이번 투표는 공동교섭단에 참여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권리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노조의 투표 결과를 합산해 최종 가결 여부는 오전 10시 30분에 공개될 예정이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초기업노조와 전삼노의 합산 투표율은 92.4%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합의안이 가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의 투표율이 90%를 넘어선 가운데, 해당 노조의 80%가량이 DS 부문인 데다 메모리 사업부의 조합원도 2만명을 웃돌기 때문이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노사는 임금협약 체결 절차에 들어간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당장 우려됐던 총파업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된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HBM을 둘러싼 고객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와 반도체 공급망 모두에 안도 요인이다.
반대로 부결될 경우 노사는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야 한다. 이 경우 단순한 협상 지연을 넘어 노조 지도부의 대표성 문제와 내부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다.
이번 합의안이 조합원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향후 교섭의 주도권과 방식 자체가 다시 논란이 될 수 있어서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성과급 합의가 부른 사업부 갈등
이번 잠정합의안의 핵심은 반도체 부문인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부문이다.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체계는 유지하되, DS 부문에 별도의 특별경영성과급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았다.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사측은 성과급 재원을 추가로 열었고, 노조는 기존 OPI 제도 전면 개편 요구에서 한발 물러섰다.
문제는 이 합의가 삼성전자 내부의 또 다른 갈등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스마트폰과 가전, TV 등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합의안이 사실상 DS 중심으로 설계됐다는 불만이 커졌다. DX 부문은 실적 전망상 기존 OPI 수령 가능성이 제한적인 반면, DS 부문은 별도 특별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을 30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메모리사업부 임직원은 세전 연봉 1억원 기준 특별 성과급 5억5천만원에 OPI를 합쳐 약 6억원의 성과급 수령이 예상된다. 반면 DX 부문은 특별경영성과급으로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만 지급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쟁은 어느 사업부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이를 임직원에게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의 문제를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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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노갈등도 변수…"누가 대표하느냐" 논쟁까지
이번 사태에서 또 하나의 불씨는 노노갈등이다.
공동교섭단을 중심으로 잠정합의안이 마련됐지만, 일부 노조와 DX 부문 직원들은 자신들의 이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투표권과 교섭 대표성 문제를 두고 노조 간 갈등이 표면화됐다.
이는 삼성전자 노사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거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핵심이 회사와 노조의 대립이었다면, 이번에는 노조 내부와 사업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혔다. 노조가 커질수록 조합원 구성이 다양해지고, 그만큼 하나의 합의안으로 전체 직원을 설득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번 투표가 가결되더라도 DX 부문과 일부 노조의 반발이 계속된다면 향후 임금협상 때마다 대표성 논란은 반복될 수 있다.
DX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은 초기업노조·전삼노와 함께 공동투쟁본부를 꾸리고 사측과 교섭을 진행해왔으나 합의 직전 DX 부문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공동투쟁본부를 탈퇴했다.
동행 노조는 수원지법에 찬반투표 절차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이며 투표 무효 확인 소송 등 본안 소송도 예고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주주 반발까지 확산…성과급은 누구 몫인가
성과급 논란은 주주와의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대표 국민주다. 임직원 성과급 재원이 영업이익과 연결되는 만큼, 일부 주주들은 대규모 성과 배분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여력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논쟁은 성과급이 단순한 임직원 보상 문제가 아니라 회사 이익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배분 문제라는 점을 드러냈다.
회사가 벌어들인 초과이익을 임직원에게 얼마나 나눌 것인지, 주주에게 얼마나 돌려줄 것인지, 미래 투자를 위해 얼마나 남길 것인지는 모두 기업 지배구조와 맞닿아 있다.
반도체 사업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이 논쟁은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HBM과 첨단 D램 투자를 위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상황에서 성과급 확대 요구와 주주환원 요구, 투자 재원 확보가 동시에 충돌할 수 있어서다.
앞서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노사의 성과급 합의안을 비준·집행하는 이사회 결의가 상정되면 무효확인 소송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주주운동본부는 노조의 찬반투표가 완료되는 대로 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주주명단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주주들의 불만이 커질 경우 주주환원 요구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주주환원 요구는 더 거세질 것이다. 내년 주총장이 시끄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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