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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0원' CEO 속출…임시주총서도 보수 한도 부결

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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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자 의결권 제한으로 정족수 미달…안건 분리 상정 '고육지책'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회사에서 월급을 못 받는 CEO가 늘어나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보수 한도 안건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본인은 이해관계자라 투표를 할 수 없고 나머지 주주들은 주주총회장에 나타나지 않아서다.

올해만 상장사 152곳이 이 같은 상황에 놓였다. 이들은 서둘러 임시주주총회를 열었지만, 일부는 여기서도 정족수 미달의 벽을 다시 넘지 못했다.

이에 안건을 쪼개어 주식이 없는 일부 이사만 구제하는 회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 최대주주가 배당을 늘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등 자본시장 거버넌스의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152곳 부결에 임시주총도 무산…'안건 분리 상정' 등장

27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분석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결산 상장사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 관련 안건을 상정한 2천447개사 중 6.2%(152개사)가 부결됐다.

이들 기업은 이사들의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임시주총을 개최하고 안건 재상정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임시주총을 연 로보로보, 멕아이씨에스, 메디콕스, 푸른기술 등은 이사 보수 한도 안건을 여전히 통과시키지 못했다. 아직 임시주총 일정을 잡지 못한 기업까지 고려하면 보수 공백에 놓인 상장사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 제388조는 이사 보수를 정관이나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대부분의 상장사는 주주총회 결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문제는 대법원이 최근 판례(2025다210138)를 통해 이사인 주주는 자기 보수 안건의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하며, 이들의 주식을 정족수 산정의 기초인 발행주식총수(모수)에서도 제외해야 한다는 법리를 확립한 데 있다.

일반주주 참여율이 낮은 기업에서는 최대주주의 주식이 모수에서 빠지면, 남은 소액주주들의 참여만으로 일반결의 가결 정족수인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을 채우기가 어려워진다. 이에 임시주총에서도 보수 한도를 가결시키지 못한 것이다.

이런 한계 속에서 눈길을 끄는 곳은 안건을 분리 상정한 로보로보다.

로보로보는 지난 8일 임시주총에서 대표이사 보수 한도(1-1호 의안)와 나머지 사내·사외이사 보수 한도(1-2호 의안)를 분리해 표결에 부쳤다.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묶이면서 주식이 없는 일반 등기이사들까지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투표 결과 일반 이사 보수 안건(1-2호)은 최대주주가 찬성표를 행사할 수 있어 가결됐으나 대표이사 보수 한도(1-1호)는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고 부결됐다. 반대가 많아서가 아니라, 투표할 수 있는 주식 자체가 너무 적었던 것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를 거버넌스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인 주주를 '특별이해관계인'으로 묶어 의결권을 제한하고 모수에서 아예 제외한 판례가 사실상 이해상충 안건에 대한 'MoM(소수주주 다수결·Majority of Minority)' 룰처럼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이해상충 거래 시 지배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개념이 아직 국내 시장에서 낯설지만, 판례를 통해 '셀프 보수' 안건에서는 자연스럽게 MoM이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 넘어 합병까지…MoM 확대 적용 목소리

행동주의 펀드 등은 이 'MoM 법리'를 이사 보수를 넘어 지배구조 개편 전반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이마트와 신세계푸드의 포괄적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밸류파트너스 자산운용은 "합병 등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사안에도 이사 보수 한도와 동일하게 MoM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지배주주의 보수 수령이 막힌 현 상황이 배당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보수를 받지 못하게 된 최대주주 경영진이 현금 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배당을 늘릴 유인이 커졌다"며 "회사 이익을 다른 주주들과 나누게 된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환영받을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전자투표를 도입한 기업에 한해서라도 출석 주식의 과반수 찬성만으로 결의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증권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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